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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무정부’ 시절의 금융지주 인사②

Numbers 2025. 1. 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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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무정부’ 시절의 금융지주 인사②

하나금융 ‘탄핵사태’로 함영주회장 유임 불가피‘금주(禁酒)경영’ 진옥동회장 세대교체 완성 인사KB 양종희 회장 자기색깔 인사, 후계 육성 나서#하나금융은 내년 3월 초 임기 만료되는 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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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탄핵사태’로 함영주회장 유임 불가피
‘금주(禁酒)경영’ 진옥동회장 세대교체 완성 인사
KB 양종희 회장 자기색깔 인사, 후계 육성 나서

 

#하나금융은 내년 3월 초 임기 만료되는 함영주 회장의 거취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일단 하나금융 이사회는 함영주 회장을 포함 강성묵 부회장(하나증권 대표) 이승열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은 지배구조 내부 규정을 고쳐 이사의 재임 연령을 70세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넘어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자리를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만약 68세인 함영주 회장이 연임하더라도 3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같은 규정 개정이 알려지면서 금융권에서는 함 회장의 연임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함 회장은 하나금융을 KB·신한금융과 함께 명실상부 3대 금융그룹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특히 전임 회장 시절 악화일로였던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정상화했습니다. 당연히 내부 후배 직원들의 지지도 높습니다.

 

그러나 함 회장은 고민이 많습니다. 우선 함 회장 스스로 권력의지가 강한 편이 아닙니다. 3년 전 회장직에 오를 때도 막판까지 버티다 다른 대안이 없자 체념한 듯 취임했습니다. 금융지주 CEO 가운데 68세로 가장 연장자라는 것도 본인은 매우 부담스러워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고향 부여로 내려가 살고 싶다고 자주 말합니다. 

 

현재 진행형인 사법 리스크도 함영주 회장으로선 부담입니다. 2개의 사법 리스크 중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소송에서는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채용비리’ 관련 소송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언제 최종심 판결이 나올지 모르지만 늘 부담입니다. 

 

함영주 회장은 이런 문제까지 고민해 자신의 거취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이승열 강성묵 두 부회장을 후보로 올려놓았습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이에 따른 탄핵 사태까지 겹쳐 하나금융그룹을 둘러싼 정치·경제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현실도 고려돼야 합니다. 이런 엄청난 변수들이 함 회장의 거취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하나금융 이사회는 함 회장의 연임을 강하게 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함영주 회장이 연임 후 3년 임기를 채우기 위해 지배구조 내부 규정을 개정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함 회장은 하나금융에 애정이 많은 분이며, 대형 선도 금융회사에서 셀프 연임 등 비판을 받으면서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복현 원장이 제대로 본 듯합니다. 함 회장은 이사회 등 안팎의 강권에 못 이겨 설령 이번에 유임하더라도 새 규정을 본인에게 적용해 임기를 다 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함영주 회장은 당초 연임 예상이 많았던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물러나게 하고 후임에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를 앉혔습니다. 이호성 대표의 행장 발탁도 당연히 함 회장 후계 구도와 관련이 깊습니다. 함 회장은 자신이 물러날 경우 이승열 강성묵 두 부회장을 후임으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은 은행장 후보에서 빼고 그 아래에서 후임 행장을 고르는 게 상식입니다. 당초 하나은행장 후보 숏리스트에는 이승열 강성묵 이호성 3인이 올라갔고, 이 중에서 가장 젊은 이호성을 선택했습니다. 이호성 행장 내정자는 함영주 회장처럼 상고 출신의 영업통입니다. 이렇게 해서 김정태-함영주-강성묵-이호성으로 이어지는 하나금융 영업통 승계의 전통이 유지됩니다. 

 

하나금융은 당초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를 은행장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민했습니다. 이를 위해 외부의 증권전문가 영입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당사자의 고사로 없던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강성묵 부회장은 지금처럼 그대로 하나증권 대표직을 유지해 막바지에 이른 1조원이 넘는 부동산금융 관련 부실 등을 정리하도록 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가 터지면서 리더의 자질과 자세 등이 새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그런 점에서 회장직 취임 이후 좋아하던 술도 끊고 골프도 끊고, 주말에도 책과 보고서를 읽으며 경영에 집중하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더욱 주목받습니다.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은 이번에 대단히 혁신적으로 계열사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지난해 3월 취임하면서는 “전쟁 중 장수는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임기 만료된 9개 자회사 CEO를 모두 유임시켰지만 올해는 13개 자회사 중 9개사 대표를 바꿨습니다. 특히 교체된 9개 계열사 대표 중에서 카드 저축은행 등 5개 회사는 본부장급에서 CEO를 발탁했습니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은 70년대생 전후의 인사들이 경영을 주도하는 세대교체를 완성했습니다. 당연히 진옥동 회장의 친정체제도 더 강화됐습니다.

 

신규 발탁은 아니지만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2년 연임도 주목할만합니다. 신한금융은 연임 시 1년씩 임기를 보장하는 관례를 깨고 정상혁 행장에 대해서는 파격적으로 2년 연임시켰습니다. 신한은행의 올해 경영성과가 좋았던 것도 원인이지만 후계 구도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부회장이나 부문장 형태로 회장 후보군을 키우고 경쟁시키는 KB·하나금융과 달리 신한금융은 후계 구도가 원톱 체제입니다. 현재는 당연히 진옥동 회장 다음으로 정상혁 은행장이 뒤를 잇는 구도입니다. 

 

후계자들을 여럿 두고 경쟁시키는 것과 단일 체제로 가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금융그룹마다 사정이 있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게 옳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진옥동 회장의 스타일일 수도 있고, 철학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신한금융은 현재 단일 후계 구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진옥동 회장이 ‘신한사태’를 직접 겪고 회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러 사람들과 경쟁한 경험 등에 비춰 회장 후보 간의 경쟁이 비효율적이고 조직의 갈등만 부추긴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상혁 행장에 대해서는 1년이 아닌 2년 임기를 보장해주는 게 맞습니다. 특히 내년 말이면 진옥동 회장의 초임 만기가 돌아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룹 내 서열 1위인 회장과 2위인 은행장이 임기를 한꺼번에 맞는 것은 모양새도 안 좋고 리스크를 심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절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KB금융도 이번 인사에서 취임 1년 만에 양종희 회장이 비로소 자기 색깔, 자기 철학의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양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연임을 예상했던 이재근 행장을 물러나게 하고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후임으로 앉혔습니다. 

 

이재근 행장은 재임 중 경영성과가 좋았지만 잇단 금융사고와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의 부실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특히 부코핀은행 부실은 한두 푼도 아니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부코핀 은행 부실은 금감원도 벼르고 있어 1월 발표될 검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그는 은행장 퇴임 후 글로벌 부문장을 맡아 결자해지에 나섭니다.

 

이환주 신임 행장은 KB금융지주 재무총괄 CFO를 거쳐 KB라이프생명 대표에 올랐고, 부행장 출신이 은행장에 오르던 관례를 깨고 계열사 대표에서 은행장으로 직행했습니다. 이 신임 행장은 재무통이지만 영업점 근무 경험이 많고 영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일선 영업점에서 특히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KB금융 인사에서 은행장 외에 주목할만한 인사는 KB카드 사장에 내정된 KB금융지주 김재관 재무담당 부사장과 KB라이프생명 사장에 선임된 정문철 KB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입니다. 이들은 차기 은행장 또는 차차기 지주 회장 후보군입니다.

 

인사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마땅한 후보가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KB증권 대표 인사가 바로 그렇습니다. 양종희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도 김성현 IB부문 대표를 5연임 시켰고 공동 대표인 이홍구 WM부문 대표도 1년 더 하도록 했습니다. 

 

KB증권은 은행계열 증권사인 신한투자·하나증권에 비해서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업계 선두인 미래에셋증권 한투증권 등에 비해서는 많이 뒤집니다. 게다가 경쟁 증권사들이 모두 세대교체를 단행해 치고 나가는 것과 달리 김성현 대표는 63년생입니다. 

 

KB증권이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2017년 옛 현대증권을 흡수합병하면서 생긴 불가피한 일이지만 하루빨리 단일 대표 체제로 가야 합니다. 믿고 맡겼으면 전권을 주는 게 맞습니다. 양종회 회장에게 적어도 KB증권 인사는 미완으로 남습니다.

 

KB금융은 은행장에서 물러나는 이재근 행장을 KB금융지주 글로벌 부문장으로, 카드사에서 퇴임하는 이창권 대표는 디지털 및 IT 부문장으로 선임했습니다. 호칭은 부문장이지만 사실상 부회장제 부활입니다. 금감원이 금융지주 부회장제 폐지를 요구했음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가 정상 작동했다면 이마저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두 부문장은 과거 윤종규 회장 시절의 양종희·허인·이동철 부회장에 비해서는 존재감이 떨어집니다. 아직 양종희 회장의 임기가 많이 남은 것도 원인이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우리의 정치 현실 등을 감안하면 부문장이긴 하지만 미래의 후계를 키우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고, 대한민국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는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비상계엄이든 내란이든 내전이든 IMF 외환위기 이상의 경제위기든 말입니다. 이처럼 지금 우리의 현실 인식은 비관적으로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지만은 낙관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절대로 나쁜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절대로 좋은 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당장은 죽을 듯하다가도 살아날 방도가 생깁니다. ‘주역’에서는 길흉(吉凶)이 모두 우리의 생각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