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셀프 연임' 규정 없앤 포스코

Numbers 2023. 12. 20. 07:20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023년 포스코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포스코홀딩스가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를 개선했다. 현직 회장이 직접적인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간 손쉽게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셀프 연임' 구조도 바꿨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3연임 도전을 둘러싼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됐음에도 거취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현직 회장 '프리미엄' 폐지, 후임 회장 선출부터 적용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절차를 포함한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인 '포스코형 신(新)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현직 회장 연임 우선 심사제 폐지 △회장후보인선자문단 제도 신설 △회장 후보군 자격요건 구체화 및 사전 공개 △이사회 산하 '회장 후보군 관리위원회(가칭)' 운영 등 대표이사 회장 선임 관련 4가지 규정을 개선했다. 개선안은 내년 3월 2번째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우 회장의 후임 회장 선출 과정부터 바로 적용된다.

우선 회장 선임 절차에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셀프 연임' 지적을 받아온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폐지했다. 이사회는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만료 3개월 전에 선임 절차를 시작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신임 회장 후보군 발굴을 위한 기존 '승계카운슬'도 자연스럽게 폐지됐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 추천위원회(후추위)'가 회장 후보군 발굴 및 자격심사 기능을 수행한다.

후추위에서 발굴한 회장 후보군의 객관적인 자격심사를 위해 외부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인선자문단' 제도도 도입한다. 후추위는 회장후보인선자문단의 평가의견을 회장 후보들의 자격심사에 반영한다.

포스코홀딩스는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을 구체화하고 사전 공개해 대외적인 투명성을 강화한다.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으로는 △경영 역량 △산업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진실성·도덕성(Integrity·Ethics) 등 5가지 항목으로 구체화했다.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면 5가지 항목에 대한 상세 기준도 공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유망한 회장 후보군의 체계적인 발굴·육성과 공정한 관리를 위해 내년부터 이사회 산하 '회장 후보군 관리위원회'를 상설 위원회로 운영할 예정이다. 사내 회장 후보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내부 후보군과 주주추천 및 서치펌을 통해 추천받은 외부 후보군을 상시 발굴하고 관리해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후보군 풀링(Pooling)은 매년 1회 실시한다.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최정우 회장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최 회장은 올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국내외 모범이 되는 지배구조를 갖춘 대표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지배구조 전문 컨설팅회사와 사내 경영전략팀 등으로 구성된 신 지배구조개선TF를 발족하고 운영해 왔다. 신지배구조개선TF는 미국, 유럽 선진기업 사례를 비교분석하고 사외이사 간담회와 내부토론, 전문가 자문과정 등을 거쳐 이번 개선안을 도출했다.
 

'3연임' 부담 오히려 줄었다


개선안의 핵심은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와 관계없이 임기만료 3개월 전 회장 선임 절차를 가동한다'는 규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달 21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CEO후보추천위원회 운영을 의결하고 신임 회장 후보를 찾기 위한 프로세스에 본격 돌입한다. 최 회장도 이를 기점으로 거취를 밝힐 전망이다. 최 회장으로서는 당장 연임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든 셈이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사옥. (사진=최지원 기자)


실제 최 회장은 향후 거취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당초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이날 이사회 참석과 함께 3연임 도전 여부를 밝힐 것으로 내다봤지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최 회장은 연임과 퇴임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두 차례에 걸쳐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사들였다. 매수 규모만 3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사실상 연임 의지를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최 회장의 연임 도전을 둘러싼 부담은 오히려 해소됐다"며 "최근 3억원 어치 자사주를 매입한 배경도 외부에 보내는 일종의 '시그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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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연임' 규정 없앤 포스코

포스코홀딩스가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를 개선했다. 현직 회장이 직접적인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간 손쉽게 연임에 성공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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