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총수 지배력 약화 한화그룹, ‘RSU 제도’ 해법될까

Numbers_ 2023. 12. 18. 20:32

 

한화그룹은 그동안 꾸준히 규모를 키우면서 동시에 지배력을 강화했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외연을 넓혔고 이 과정에서 소속회사(계열사)를 적절하게 활용해 영향력을 유지한 덕분이다. 하지만 구심점이 되는 총수의 지배력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영권 승계도 과제로 남았다. 한화는 동일인(총수)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2020년 승진과 함께 3세 경영 체제를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승계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도입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가 해법이 될지 관심이다.

 

60%대 지배력 유지, ‘계열사 의존도’ 높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공개한 대기업 집단 내부지분율 현황을 살펴보면 한화의 지배력은 꾸준한 강화됐다. 그룹의 지배력을 가리키는 전체 내부지분율을 살펴보면 2019년만 하더라도 58.79%로 60%에 못 미쳤다. 그러다 2020년부터 61.42%를 기록하면서 60%를 넘겼고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같은 지배력 강화는 모수인 액면가 자본금이 증가한 가운데 이룬 성과다. 한화그룹의 자본금은 2019년 9조9692억원이었는데 2020년 10조를 넘긴 이후로 규모를 늘렸고 올해 12조6441억원을 기록했다. 한화그룹은 최근 방산 사업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계열사를 늘리며 공격적인 확장을 진행했다.

내부지분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오너 일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확장 과정에서 계열사를 최대한 활용해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전략을 구사한 영향이다. 실제로 계열사가 보유한 내부지분율은 2019년 50.81%에서 올해 57.6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내부지분율에서 차지하는 계열사 비중은 86.4%에서 89.7%로 올랐다.

계열사 의존도가 커지는 반면 총수의 영향력은 떨어졌다. 총수의 내부지분율은 2019년 0.93%였지만 올해는 0.73%로 내렸다. 다만 여기에는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3세 경영 본격화에 따른 영향도 있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여타 대기업 집단과 다르게 ‘총수 2세’의 지배력이 빠르게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내부지분율은 공정위가 집계를 시작한 2020년 0.55%에서 올해 0.85%로 상승했다.

다른 그룹사와 비교해 자기주식(자사주)의 비중이 높은 점도 눈에 띄었다. 올해 자사주를 통해 확보한 내부지분율은 4.92%를 기록했다. 여기에 비영리법인(0.07%)과 임원(0.02%)이 보유한 지분율까지 합치면 5%를 넘긴다. 공정위 선정 대기업 집단의 20위까지 계열사 중에서 총수일가나 계열사 이외에 기타의 비중이 5%를 넘긴 곳은 한화가 유일하다.


3세경영 지분 승계 고민, RSU 활용법 관심


한화그룹은 이처럼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방산 등 신규 먹거리를 키우면서 3세 경영 시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지분을 물려받는 절차를 마무리 짓기 전까지 경영권 승계는 반쪽자리에 그친다. 한화그룹은 지주회사인 ㈜한화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를 완성했다. 그룹을 운영하는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지분율 보통주 22.65%, 우선주 6.4%)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정위도 여전히 김 회장을 총수로 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 부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을 살펴보면 보통주 4.91%, 우선주 3.75%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확실하게 경영권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지분 확보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막대한 증여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화그룹은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 중에 최초로 RSU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RSU는 RSU는 근속연수나 매출, 이익 등 일정 조건을 달성한 임직원에게 성과급 대신 자사주를 특정 시점에 주는 제도를 말한다. 주식을 약정된 가격에 매입할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과 달리 RSU는 주식 자체를 배분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같은 특성 탓에 한화그룹도 도입 초기부터 경영권 승계 활용 여부에 관심이 높았다. 한화는 수행한 업무와 역할, 성과에 보상 차원이며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김 부회장은 도입 이후 꾸준히 RSU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한화로부터 16만6004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만5002주, 한화솔루션 4만8101주를 각각 수령했다. RSU 지급액은 권리 행사가 가능해지는 시점인 2033년 주가에 따라 확정된다.

이와 관련해 RSU 대상 범위를 기존 임원에서 핵심인재 등 직원까지 확대했다. 이 같은 정책은 그룹의 내부지분율을 높여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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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총수 지배력 약화 한화그룹, ‘RSU 제도’ 해법될까

한화그룹은 그동안 꾸준히 규모를 키우면서 동시에 지배력을 강화했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외연을 넓혔고 이 과정에서 소속회사(계열사)를 적절하게 활용해 영향력을 유지한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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