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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VC)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씨앗을 뿌리고 회사의 사업 멘토가 되는 등 성장을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뭇매를 맞는 일이 빈번합니다. 기업공개(IPO) 이후 VC가 초기투자를 통해 사들였던 주식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와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VC 입장에서야 펀드 만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고, 높은 수익률을 내야만 다음 펀드를 만들 때 출자자(LP)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수월해지므로 어찌보면 지분을 고점에 매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때문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보기에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VC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습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2025년 혁신벤처 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흔히 코스닥은 엑시트를 위한 시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수도 활발해야 하는 시장이다”며 “팔고 나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계속 사들이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 회장의 임기는 다음달이 마지막으로 사실상 이번 신년인사회가 협회장으로서의 업계에 의견을 전할 마지막 공식 행사입니다. 그가 힘줘 말한 것은 VC들의 코스닥 상장기업 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이었습니다. 국내 기업 투자 시 절반 이상의 투자금은 IPO를 통해 회수되고 세컨더리 펀드 역시 비상장사의 장외거래에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에 조성되는 펀드 중 대부분은 정부로부터 출자를 받아 조성하는 모태펀드의 자펀드입니다. 이 펀드들은 아직 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벤처투자사의 신주 혹은 구주에만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아직 성장 단계인 기업에 지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반면 이미 상장된 기업에 투자하는 정부 출자 펀드는 전무합니다. 코스닥 상장 기업에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하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존재하지만 이는 대부분 개인이 가입하도록 증권사에서 만드는 상품으로, 전문 투자사들이 조성하는 펀드는 없다시피 합니다. 어느새 코스닥 시장은 '팔고 나가는 곳'이 됐고 주식을 사들일 큰 손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입니다.
이런 가운데 윤 회장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한해에 몇 조원씩 만들어지는데, 일부를 떼거나 또는 다른 예산으로 코스닥 시장에 투자할 펀드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든다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 모태펀드 1조원 출자를 통해 1조9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중 일정 금액이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로 흘러 들어간다면 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가영 기자 kimgo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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