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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는 왜 인도를 택했나?...LG전자 'IPO' 맞물린 승부수

Numbers 2025. 3. 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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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는 왜 인도를 택했나?...LG전자 'IPO' 맞물린 승부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잠재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를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이 아닌 인도를 선택한 것이다. 글로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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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3번째)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잠재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를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이 아닌 인도를 선택한 것이다. 글로벌 지정학적 변화 속에 인도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LG의 시장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방문은 LG전자가 인도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어 한층 주목받고 있다.

4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인도 뉴델리와 벵갈루루를 찾아 연구개발(R&D)·생산·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과 직접 소통했다.

구 회장은 첫 일정으로 뉴델리 노이다에 위치한 LG전자 생산공장을 방문해 인도 시장 변화와 경쟁 환경을 점검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및 지속가능한 시장 1위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인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게 향후 수년간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현재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인도 시장 특성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제품을 지속 개발해왔다. 채식 인구가 많은 점을 고려한 냉장실 전환형 냉장고와 인도 여성들이 주로 입는 사리(Saree) 소재를 보호하는 세탁기 등이 대표적이다. 구 회장은 이러한 차별화된 제품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전자는 수도권인 노이다와 중서부 푸네에서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며 향후 인도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해 동남부 안드라프라데시 지역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과 생산 인프라 확충 노력은 LG전자의 인도 IPO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예비 심사서류를 제출했으며 오는 4∼5월 중 IPO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CEO·사장)는 올 1월 CES에서 "IPO의 목적이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반영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인도에서 LG전자의 모든 제품이 1등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라 인도에서 사랑받는 국민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LG전자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계열사의 현지 사업 강화에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화학은 인도 석유화학 시장 대응을 위해 올해 신규 공장을 가동하며 LG에너지솔루션도 인도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 위치한 LG 소프트웨어 연구소도 방문했다. 이 연구소는 LG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중 최대 규모로, 약 2000명의 R&D 인력이 web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구 회장은 연구원들과의 자리에서 "소프트웨어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4번째)이 인도 벵갈루루 SW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LG


LG그룹이 인도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젊은 소비층을 보유한 거대 시장이자 글로벌 IT·R&D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배터리 및 화학 산업의 신흥 시장으로서 높은 성장 가능성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향후 5년 이내로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인도는 미국의 대중 압박 기조 속에서도 비교적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독자적인 입지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며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동안 인도는 브릭스(BRICS) 등 신흥 경제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전략적 중요성을 키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간 긴밀한 관계는 인도를 중국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로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이 인도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로 대우하고 있다"며 "외교와 경제에 중국을 배제하는 체제가 한층 강화되며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은 한층 커졌다"고 설명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