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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유상증자 셈법 '차세대 배터리' 골든타임 잡는다

Numbers_ 2025. 4. 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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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유상증자 셈법 '차세대 배터리' 골든타임 잡는다

삼성SDI가 지난달 발표한 1조7000억원의 유상증자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14%까지 떨어지고 부채도 1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외부 차입 대신 자본시장 활용을 택한 것은 단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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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지난달 발표한 1조7000억원의 유상증자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14%까지 떨어지고 부채도 1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외부 차입 대신 자본시장 활용을 택한 것은 단기실적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투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는 삼성SDI가 줄곧 유지해온 현금흐름 중심의 보수적 재무전략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25일 열린 2025년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은 투자 착수부터 양산까지 2∼3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 시황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 수요에 기반해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이와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예정된 대규모 투자를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선제적 자본확충"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의 유증 결정은 재무지표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3528억원으로 전년동기(2조3547억원)보다 1조원 넘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차입금은 6조2872억원에서 11조6155억원으로 급증하며 유동성과 재무건전성 모두 부담이 커졌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외부 차입 대신 자본시장을 이용한 자금조달로 재무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실적도 악화일로다. 삼성SDI는 올 1분기 매출 3조1768억원, 영업손실 4341억원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적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은 -13.7%로 △지난해 2분기 5.9% △3분기 3.3% △4분기 -6.8%에 이어 분기마다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전년동기 대비 89.7% 감소한 728억원에 그쳐 상환 여력도 크게 축소됐다.

녹록지 않은 여건에도 자본확충에 나선 데는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김 부사장은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 "기술 변화가 빠른 배터리 산업에서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자금조달이자 큰 폭의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준비"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향후 투자기조 전환을 예고했다. 그동안에는 현금흐름 중심의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유지해왔지만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자본 집행의 폭을 넓히고 기술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고체배터리, 46파이 원통형배터리 등 미래 기술 확보가 글로벌 배터리 경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 등은 이미 전고체 및 차세대 원통형배터리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삼성SDI도 연구개발(R&D)과 설비 양면에서 '속도전'에 들어갈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 회복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수요 회복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의 확대가 2분기부터 실적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ESS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량 증가에 따른 배터리백업유닛(BBU) 수요 확대, 현대차그룹과의 로봇 배터리 공동개발 등 애플리케이션 다변화와 맞물려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실적개선을 추진하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도 차질없이 이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