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CEO

[어바웃 C]'LG이노텍맨' 문혁수, 애플·소니 '전장 고객'으로 모실 전략 '고심'

Numbers 2024. 1. 4. 08:06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 부사장과 서울 강서구 LG이노텍 본사 전경.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의 새로운 수장인 문혁수 대표이사(부사장)는 대표적인 광학 부품 전문가다. LG이노텍의 첫 내부 승진자로 평가받는 그는 회사에 몸 담은 대부분 기간을 카메라 모듈 개발에 쏟으며 사업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동안 회사 성장을 책임져온 카메라모듈 부문에서 애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은 늘 LG이노텍의 잠재적 약점으로 지적됐다. 문 대표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 관계를 공고히 해 카메라모듈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반도체 기판과 전장(자동차 전자 부품)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 모듈' 전문가, 신사업 역량 증명해야

 

(자료=LG이노텍)


문 대표는 대표적인 카메라 모듈 전문가다. 1970년생으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화학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를 마쳤다. 2009년 LG이노텍에 입사한 이후로 2023년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선임되기 전까지 14년간 광학솔루션 사업부 소속으로 일했다.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사업을 두루 경험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떠안은 숙제는 카메라 모듈 사업에 집중된 경쟁력을 기판소재와 전장부품으로 이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CEO에 부임하기 1년 전 CSO를 맡아 신사업과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을 경험했다. 

문 대표는 연일 '질적 성장'과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2023년 11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간담회 이후 그는 "최근에는 수년간 카메라 모듈 위주였지만, 다른 사업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투자도 늘릴 계획"이라며 "하이엔드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자동차 부품 쪽 준비를 많이 해왔고, 내년(2024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외 사업장의 임직원에게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문 대표는 2024년 핵심 경영방침으로 질적 성장을 내세웠다. 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수익 기반의 성장'을 도모하자는게 골자다. 그는 "시장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사업은 수익을 내며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LG이노텍)



(단위 : 억원·자료=LG이노텍)


문 대표가 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데에는 매출 비중이 80% 이상인 카메라 모듈 사업 의존도를 낮춰야한다는 고민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이 세계 최초 기술을 적용한 카메라 모듈을 개발했고, 우량 고객사인 애플의 인정을 받으면서 2018년 5조1000억원 규모였던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매출은 2022년 16조원 규모로 3배 이상 늘었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이미 2018년에도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주력 사업이었지만, 성장세가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2022년부터는 비중이 80%를 넘겼다. 기판소재와 전장부품 사업부 역시 매출이 우상향하는 흐름이 나타나지만, 광학솔루션 부문이 워낙 빠르게 커진 탓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0% 아래로 줄었다.

LG이노텍이 최근 5년간 광학솔루션 사업부를 중심으로 덩치를 키운 탓에 카메라 모듈의 주요 고객인 애플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도 잠재적인 취약점으로 떠올랐다. LG이노텍의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10%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 고객으로부터 매출은 15조2112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고객은 애플로 추정되며 공개된 수치는 2022년 LG이노텍 전체 매출의 약 80%에 달하는 규모다. LG이노텍의 애플 매출액은 2020년 6조4618억원, 2021년 11조1924억원으로 지속 늘었다.

LG이노텍이 세계 선두권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량 고객을 잡아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주춤하면 LG이노텍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 역시 흔들리게 된다는 점에서 실적의 변동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애플이 카메라 모듈의 판가를 낮출 것을 요구하거나, LG이노텍 외에 다른 공급사 비중을 확대하는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애플·소니' 전장 협력 기대감

 

LG이노텍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사진=LG이노텍)


카메라 모듈 등 광학솔루션 사업부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바꾸고, 고객 기반을 다변화하려는 LG이노텍의 시도는 2024년부터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온 전장부품 사업은 향후 신규 전기자동차 업체와의 협업이 기대되는 분야다. 애플은 2014년부터 전기차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고 2025년 이후 대량 양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소니는 오는 2026년 전기차인 '아필라'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2023년 내놓은 바 있다. 

LG이노텍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위한 핵심 부품을 여럿 생산하고, 주로 고부가가치 부품을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문 대표는 "LG이노텍은 전장부품의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입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은 직류(DC)-DC 컨버터와 '충전용 통신 컨트롤러(EVCC)',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전기차용 전원 관련 부품을 생산한다. DC-DC 컨버터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나오는 직류 전력을 차량 내부 장치에 맞는 저압 직류로 바꿔준다. EVCC는 전기차와 충전기 간 정보를 주고받는 기능을 한다. 무선 BMS는 배터리의 전압과 전류, 온도를 제어해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2024년 양산이 예정돼있다.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부품으로는 카메라 모듈 외에도 각종 이동통신 모듈에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이미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과 장기간 협력하며 품질 우수성도 인정받았다. 

기판소재 사업은 지금까지 주력이었던 '무선주파수 패키지형 시스템(RF-SiP)' 기판과 '안테나 패키지형 시스템(AiP)'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에 이어 2022년 양산에 돌입한 FC-BGA에서도 세계 1등을 노리고 있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쓰이는 기판으로, 부가가치가 높다.

LG이노텍은 RF-SiP와 AiP 제조 경험으로 쌓은 기술력을 이식해 FC-BGA의 양산과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에 최신 생산설비를 갖춘 구미4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며 LG이노텍의 시장 공략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우선 네트워크와 모뎀, 디지털TV용 FC-BGA로 시작해 향후 시장 규모가 큰 개인용컴퓨터(PC)와 서버용 제품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기사원문 바로가기

 

[어바웃 C]'LG이노텍맨' 문혁수, 애플·소니 '전장 고객'으로 모실 전략 '고심'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LG이노텍의 새로운 수장인 문혁수 대표이사(부사장)는 대표적인 광학 부품 전문가다. LG이노텍의 첫 내부 승

www.numb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