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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C] '뷰티 전문가'에서 '성공한 경영인'으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의 화려한 변신

Numbers 2024. 1. 4. 14:52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사진=CJ올리브영)


이달 CJ그룹 2024 정기인사를 앞두고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의 유임에 무게가 쏠리는 가운데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리스크를 해소한 이 대표가 향후 자체 브랜드 기반의 해외진출과 온라인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내부 승진 당시 그룹 내 최연소 대표 타이틀을 거머쥐며 상품기획 및 영업 현장 최전선에서의 역량을 인정받은 이 대표는 경영 전략가보단 뷰티전문가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옴니채널 중심의 외형 확장은 물론 실적 상승곡선을 그리는 데 성공하며 성장 대신 안정을 택한 인사였다는 업계 관측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파격적 승진.. 과장금 리스크 해소 후 돛 다나

 

(그래픽=박진화 기자)


이 대표는 CJ그룹 오너 4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강조한 역량 중심 인적 쇄신에 있어 상징적 인물이다. 최연소 CEO 기록을 새로 쓴 것은 물론 기존 올리브영 수장 자리에 허민호 전 대표, 구창근 전 대표 등 외부 출신 전략가들이 중용돼 온 기조와 달리 16년간 올리브영에서만 근무한 내부 승진 인사였기 때문이다. 1977년생인 이 대표는 건국대 응용생물화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한국미니스톱에 상품기획자로 입사한 이후 2006년 CJ올리브영으로 둥지를 옮겨 줄곧 상품기획(MD) 및 영업 분야에 몸담았다.

이 대표는 실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올리브영의 연 매출 3조원 달성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올리브영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4% 상승한 2조7971억원, 영업이익은 44.3% 오른 27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이미 2022년의 2조1091억원, 2714억원 기록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실적 기대감이 증폭된 상태다.  

회사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과징금 리스크를 극복했다는 점에서도 이 대표의 입지는 탄탄하다는 의견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과징금 규모가 약 19억원 수준에 그쳤다. 납품업체 갑질 논란으로 최대 6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당초 우려를 비교적 깔끔히 해소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최대 난제였던 과징금 리스크를 벗었다”며 “이 대표의 입지가 탄탄해진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어 “해당 판결을 계기로 시장의 온·오프라인 경계가 공식적으로 허물어졌고, 올리브영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쪽 서비스 고도화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옴니채널 및 해외사업 고삐 당긴다

 

올리브영 '명동 타운' (사진=CJ올리브영)


지난 한 해 동안 이 대표는 오프라인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점포 수를 늘려 외형 확장을 꾀하는 동시에 점포별 매출까지 증진하며 내실을 다졌다. 실제로 2021년 1265개였던 점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339개까지 증가했고,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같은 기간 3억5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커졌다. 그리고 이는 올리브영의 경쟁력 중 하나인 옴니채널 고도화의 뼈대가 된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오프라인 출점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옴니채널은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활용한 판매 전략이다. 고객이 온라인 앱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배송지와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송해 주는 ‘오늘드림’ 서비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인근 매장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오늘드림픽업’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과 연계한 1340여개의 매장이 하나의 물류기지가 돼 신속하고 효율적인 배송을 구현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향후 옴니채널의 도심형물류거점(MFC)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 지역 7개 권역과 경기 2개 권역 등 총 9곳의 MFC에서 올해는 수도권 외 광역시까지 진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균형 맞춰 이 대표는 온라인 사업도 꾸준히 보완하고 있다. 오프라인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올리브영은 점유율이 70%에 달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갖지만, 온라인까지 확대해 보면 아직 10%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그만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온라인 앱에 매거진관을 신설, 헬스와 뷰티,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등의 콘텐츠를 통해 MZ세대 고객 점유 시간을 확보하는 한편 SNS형 커뮤니티 서비스 ‘셔터’를 도입해 서비스 활용도를 높인 것도 이와 같은 일환이다. 지난해 4월 정관에 '통신판매중개업'을 추가하며 오픈마켓 이커머스 진출을 알린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 결과 2018년 7.7%에 그쳤던 온라인 사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회사 설립 이래 가장 높은 25.9%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16년간 올리브영 외길을 걸어온 만큼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하며 MD출신 ‘상품통’ 답게 협력사 발굴 및 상품 기획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올리브영 PB(자체브랜드) 중심의 해외사업에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이 대표는 현지에 PB 화장품을 알리는 '브랜드 사업자' 전략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뷰티 편집숍 형태로 해외 진출에 나선 바 있지만, 지난 2019년 현지 복합 쇼핑몰 '루미네(RUMINE)'에 PB 브랜드를 입점시킨 뒤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자, 이들 브랜드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지난달 말 일본 최대 뷰티 편집숍 '앳코스메 도쿄'에서 바이오힐보·웨이크메이크·브링그린·필리밀리 등 4개 PB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 체제 아래 매출 성장세를 지속해온데다가, 1년은 CEO로서 성과나 색깔을 보여주기에 짧은 기간인만큼 유임 가능성 높게 점쳐진다"며 “올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옴니채널 강화 및 해외진출에 방점을 찍고 그에 따른 경영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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