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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 "형 못지않네"…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살아있는 '2인자 존재감'

Numbers 2024. 1. 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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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8월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3'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SK)

 

SK그룹은 형제경영의 모범 사례로 유명하다.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에도 동생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끈끈한 형제애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기업 사세를 키워왔다. 최종현 선대회장마저 세상을 떠나자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38세의 나이로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최종건 창업주의 자녀들을 포함한 최씨 일가가 모여 최태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 것이다.

 

순조로운 협의를 거친 SK는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오늘날의 경영 체제 기틀을 마련했고 그 결과 국내 재계 랭킹 2위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이같은 배경을 볼 때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겸 SK온 대표이사의 존재감은 한층 돋보인다.

 

MBA 졸업한 공학전문가, '글로벌 역량' 겸비

 

1963년생인 최 수석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학교 물리학 학사와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재료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공학도 출신 경영인이다. 그 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치며 오너 일가임에도 웬만한 전문경영인을 뛰어넘는 글로벌 경영 자질을 갖추게 됐다.

 

1994년 SKC 사업개발팀장으로 데뷔한 최 수석부회장은 SK텔레콤, SK E&S, SK㈜, SK네트웍스 등을 거치며 활동 무대를 넓혀왔다. 2010년 12월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SK의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경영 감각도 탁월하다. 최 수석부회장은 형 최태원 회장에게 배터리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통신을 주력 사업을 영위하던 SK에게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2005년경 배터리 사업에 본격 진출한 SK는 2010년 현대차의 첫 국산 고속전기차 블루온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첫 결실을 맺었다. 당시 최 수석부회장은 블루온 시승행사에 참석해 직접 차량을 몰아보며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최 수석부회장은 2013년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원을 횡령해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최태원 회장과 함께 기소됐다. 당시 문용선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최 수석부회장의 관계를 '보스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는 조직폭력배'로 비유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

 

최 수석부회장은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강릉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수감 3년 3개월 만인 2016년 7월 가석방 출소했다. 2021년 12월에는 취업 제한이 풀린 직후 두 달 만에 그룹 내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을 맡으며, 8년 만의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SK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 수석부회장은 과거 그룹 글로벌위원장을 역임한 만큼 노련한 글로벌 사업 감각과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골고루 갖춘 인물"이라며 "오너 일가이지만 경영 역량만큼은 여느 전문경영인 그 이상의 레벨"이라고 평가했다.

형 대신해 '바이든-윤석열' 대통령 만났다

 

SK 그룹 2인자로서 최 수석부회장의 존재감은 국제무대에서도 드러났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 2022년 SK실트론CSS의 미국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 내 한국 첨단 제조공장을 찾자, 형을 대신해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떡볶이 회동'에서도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을 대표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등 국내 재벌 총수들이 대거 출동했다.

 

수펙스 의장 된 '사촌' 최창원 부회장…2인자는?

 

하지만 최근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제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 의장으로 발탁하며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2013년 출범 이후 최씨 오너 일가가 의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컨트롤타워를 총괄하는 협의회 의장은 최 회장에 이은 '2인자' 자리로 꼽힌다. 이 때문에 SK가 최 취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사촌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하지만 사촌인 최 부회장의 입지 부각에도 최 수석부회장의 그룹 내 무게감은 여전할 전망이다. SK그룹 특유의 이원화된 지배구조 체제 영향이다.

 

SK그룹은 종가인 고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 최신원 회장과 삼남 최창원 부회장에게 각각 SK네트웍스, SK디스커버리의 독자적인 경영을 맡겨왔다. 고 최종현 선대회장가의 장남 최 회장과 차남 최 수석부회장은 SK㈜를 중심으로 에너지, 첨단소재 등을 주요 사업을 맡으며 형제경영을 대물림하고 있다.

 

특히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SK가스·SK디앤디·SK플라즈마·SK바이오사이언스의 중간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리를 이끌며 독자경영을 유지해왔다. 경영의 중심에서는 물러나 있었지만 '따로 또 같이'라는 기조 아래 중간 지주사 체제 안착에 기여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SK디스커버리는 SK라는 브랜드만 같이 쓸 뿐 사실상 계열분리는 끝난 상태"라며 "그룹 지배구조가 분리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수펙스협의체 의장 중용은 최 회장이 경영권 분쟁 우려가 없는 사촌형제를 핵심 요직에 앉혀 그룹 전체 오너경영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선대회장의 아들이자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입지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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