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KT&G 사장이 최근 4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차기 사장 후보군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G 내부적으로는 방경만 수석 부사장 등 고위 경영진이 거론되고 있지만 앞서 백 사장의 4연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검증된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백복인 사장,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11일 KT&G에 따르면 2015년 10월 취임한 백 사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8년 간 재임했던 사장직을 내려놓는다. 앞서 백 사장은 각각 2018년과 2021년 연임에 성공했다.
백 사장은 재임 기간 실적과 주가를 부양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취임 초기 11만원에 육박하던 KT&G의 주가는 현재 9만원 선이 위태롭고, 영업이익은 2016년 1조 4688억원에서 2023년 1조 1677억원(에프앤가이드 전망치)로 20.5%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월 '3대 핵심사업'으로 포함시킨 궐련형 전자담배(NGP) 점유율은 지난 2022년 48.5%에서 올해 3분기 45.9%로 2.6%P 감소했다. 라이벌 한국필립모리스가 2022년 10월 선보인 궐련형 전자담배 디바이스(아이코스)에 점차 주도권을 뺏기는 형국이다.
대외적으로는 '셀프연임'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백 사장은 2018·2021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깜깜이 인사'를 통한 셀프연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백 사장의 2연임 도전(2018년) 당시 현재 KT&G의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은행(당시 2대주주)이 제동을 걸었다. 이번에도 지분 1% 이상을 소유한 FCP가 KT&G의 사장 선임 절차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정부가 특정 대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의 셀프 연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도 백 사장에게는 압박이었다. 앞서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국민연금(KT&G 3대주주)은 구현모 전 KT 사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과정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형성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고배당 정책을 고수했던 백 사장에게 힘이 돼줬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지도 이번 4연임에 있어선 불투명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적이 하락하면 배당 정책도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실적 방어를 하지 못한 백 사장을 무조건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배당 정책도 실적과 주가 상승이 동반하지 않는 경우엔 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유선규 FCP 상무는 "실적이 좋았던 2018년에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백 사장 편을 들면서 연임에 성공했지만 실적과 주가가 하락한 현 시점에서까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KT&G의 차기 사장은 누구?
KT&G는 이날 지배구조위원회(이하 지구위)를 열고 사외 후보 14명, 사내 후보 10명으로 총 24명의 차기 사장 후보군(롱리스트)를 확정했다. 사외 후보군은 공개모집 응모자 8명과 서치펌 추천후보 6명의 사외 지원자 14명 전원이 포함됐으며, 사내 후보군은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부사장·전무 급 인사) 중 10명이 포함됐다. KT&G는 지구위가 인선자문단과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1차 숏리스트)를 선정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사추위는 1차 숏리스트를 기반으로 심사를 거쳐 2월 중순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2차 숏리스트)를 압축한 후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고, 최종 후보자는 2월 말 선정된다. 최종후보자는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전체의 총의를 반영해 차기 사장으로 선임된다.
아직 차기 사장 후보군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는 방경만 수석 부사장이 차기 사장 후보로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방 수석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19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한 뒤 현재 총괄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다. 방 수석 부사장은 백 사장과 함께 KT&G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고위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 가운데 부사장 급은 이상학 지속경영본부장, 오치범 제조본부장, 도학영 영업본부장, 박광일 부동산사업본부장 등 4명이다.
다만 내부 인사보다는 검증된 외부 인사를 차기 사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FCP를 비롯한 소액주주 사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존 내부 경영진들도 KT&G의 실적 하락의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G의 영업이익 주가가 모두 떨어졌는데 백복인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주가와 실적을 부양하고 해외사업 경력이 있는 검증된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T&G가 전개하는 담배 사업은 규제사업이자 한국 기업으로는 독점 사업"이라면서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기업 가치와 실적을 높일 수 있는 외부 인사가 선임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승주 기자 sj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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