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평행선을 달리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이 높아졌던 태영건설이 기존 자구안 이행을 완료하고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물꼬가 텄다. 워크아웃은 금융채권만 동결되는 반면 법정관리는 상거래 채권까지 모두 동결되는 탓에 태영건설의 협력업체 1000여 곳까지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추가 자구안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이를 보고 11일 예정된 채권자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8일 금융당국과 태영건설 채권단 등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오는 9일까지 추가 자구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이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금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추가 입금을 완료했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659억원만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고 나머지 890억원은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를 해소하는 데 쓰면서 기존 자구안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태영건설 채권단은 "경영권 유지 목적은 워크아웃의 취지가 아니며, 티와이홀딩스가 아닌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기존 자구안을 미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고 법정관리 카드까지 고려하던 참이었다. 오는 11일 채권자협의회에서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되며, 무산되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태영그룹 측이 890억원 입금을 완료하면서 고조된 긴장이 한 차례 풀리게 됐다.
또 태영그룹 측이 기존 자구안인 △블루원 담보제공 및 매각 △에코비트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을 통해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나머지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하면서 채권단과 태영그룹 간 줄다리기는 일단락된 모습이다. 태영그룹의 다른 핵심 계열사인 SBS의 경우 주식 117만2000주를 담보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인 윤재연 블루원 대표로부터 330억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방송법 규제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은 만큼 SBS 주식 담보 제공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다만, 당국과 채권단은 기존 자구안 외에도 태영그룹 오너일가 사재출연 등의 추가 자구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워크아웃 불씨가 꺼질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날 열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도 정부는 "태영건설이 기존의 4개 자구계획에 대해 이행 약속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태영 측이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제시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이른바 'F4(Financial 4) 회의' 멤버 외에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도 참석했다.
추가 자구안에는 윤 창업회장 등 오너 보유 티와이홀딩스 지분 약 33%에 대한 담보 등이 거론된다. 경영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현실적으론 오너 일가 보유 지분 대신 티와이홀딩스 자사주 30%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 또 오너일가의 사재출연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표의 매각대금은 태영건설 지원 대상에 제외돼 있어 추가 사재 출연 시 이 자금이 포함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그룹 측의 추가 자구안이 명확하게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고 있다"며 "별도의 입장은 밝힐 게 없다"고 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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