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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팬데믹] 불똥 튀는 캐피탈사?…포트폴리오 다양화 시급

Numbers_ 2024. 1. 10. 06:42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픽사베이)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신청으로 생긴 불씨가 캐피탈업계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고 유동성 확보도 마쳤다는 반론이 나오지만 눈앞에 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사업 전략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오케이캐피탈의 신용등급을 'BBB+, 안정적'에서 'BBB+,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엠캐피탈의 신용등급도 'A-, 긍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DB캐피탈의 신용등급도 'BBB0, 긍정적'에서 'BBB0, 안정적'으로 내렸다.

한국신용평가가 이들 캐피탈사의 신용 등급을 바꾼 이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금융 자산 건전성 저하, 유동성 및 고금리 부담 확대다.

3개 캐피탈사 현황을 보면 지난해 9월 기준 오케이캐피탈의 기업금융 자산(기업대출·부동산PF)은 전체의 70.5%다. 이 가운데 부동산 PF 비중이 28.8%인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소비자금융 자산은 18.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엠캐피탈의 기업금융 자산은 21.5%, 부동산 PF 비중은 16.3%로 집계됐다. 자동차금융 비중은 9.8%다. DB캐피탈의 기업금융 자산 중 부동산 PF 비중은 20% 안팎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에선 캐피탈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과 같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영향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캐피탈사의 PF 대출에서 브릿지론 비중이 높게 유지된 탓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캐피탈사 전체 PF 대출에서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저축은행(58%)에 이어 금융권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만기가 임박한 캐피탈사의 브릿지론 규모가 큰 점도 문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인 캐피탈사의 브릿지론 총액은 11조7000억원 이상이다. 당초 올해 만기인 캐피탈사 브릿지론 총액은 약 4조6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상환 예정이었던 브릿지론 상당수의 만기가 연장된 탓이다. 이 중에는 더 이상 만기 연장이 어려운 채권도 상당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브릿지론은 부실채권으로 전환되기 쉽다"며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브릿지론 금리가 높아도 수요가 많아 캐피탈사의 이익창출원이 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 본 PF로 넘어가지 못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에 하나 다른 건설사도 태영건설처럼 휘청거린다면 브릿지론 위주의 기업금융 자산을 키운 캐피탈사들이 직접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캐피탈업계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자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캐피탈 부동산 PF 시장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 사업 여건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캐피탈업계 손실흡수능력과 재무건전성 등을 고려 시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캐피탈업계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125.2%이며, 총자산 대비 부동산PF 대출 비율은 11.2%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즉시 가용 유동성 비율은 419.8%, 원화 유동성 비율은 158.0%다.

전문가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기초 체력을 갖춘 캐피탈사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중소형사는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등급이 높은 캐피탈사는 자동차 할부금융 위주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중소형 캐피탈사는 기업금융이나 PF 대출 비중이 높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중소형 캐피탈사가 PF 대출을 얼마나 빨리 회수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커질 것인지 아닌지 결정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오케이캐피탈 등 캐피탈 3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업권 전체에 위기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캐피탈사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조달 금리가 높아지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건전성도 악화한다"며 "전체적으로 위험대손비용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나빠져 결과적으로 업황이 안 좋아진다"고 전했다.

해답은 부실채권 매각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다.

서 교수는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줄여야 하는데 회수가 어려우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실 자산을 매각하는 등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캐피탈업계의 기존 사업이) 기업금융 중심이니 부동산 가치나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앞으로는 소비자금융 위주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기업금융보다는 익스포저 규모가 작은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 BNPL) 서비스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성을 올리면서 부동산 PF에 쏠린 집중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소비자금융 역시 위험 가능성은 있지만 위험차주 관리가 가능하고, PF처럼 큰 부실이 한꺼번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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