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선 전문 기업인 일진전기가 해외 시장 공략을 준비하며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진전기의 안살림을 맡고 있는 양재찬 상무(경영기획실장, CFO)는 공모 유상증자로 자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증설 등 여러 투자 계획이 예정된 가운데, 양 상무는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해 유동성을 안정화하며 재무건전성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학 졸업 이후 한화그룹에 입사한 양 상무는 재무회계팀, 경영기획실 등에 몸담으며 전통적인 ‘재무통’으로 성장했다. 그는 한화에서 2016년 방산부문 경영기획실 상무보, 2017년 기계부문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를 각각 역임하며 해외 사업에 대한 혜안을 넓혔다. 이후 양 상무는 2018년 일진그룹 직속기구로 자리를 옮겼고, 2020년부터는 일진전기 CFO를 맡고 있다.
재무·해외 사업 경력자…사상 첫 대규모 유증 추진
양 상무가 일진전기로 영입된 배경은 회사의 현재 상황과 맞물린다. 일진전기는 전선과 변전소의 필수 설비인 변압기·차단기 등의 중전기기, 전력기기 등을 생산하는 종합 중전기 기업으로 일진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2023년 3분기 기준 전선 사업부 매출액이 79.5%, 중전기 부문은 20.2%를 차지하며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은 22%다.
오너가 2세인 허정수 그룹 부회장은 과거부터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 공략을 강조했다. 국내 전선 사업은 이미 포화 상태라 경쟁사인 LS전선 등도 이미 해저케이블, 해외 진출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일진전기는 지금껏 해외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해저케이블 사업 진출도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일진전기가 유럽에 해외 거점 법인을 설치하고, 미국 수주 확대를 위한 증설도 계획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양 상무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한화의 핵심 사업분야에서 재무와 해외 전략을 담당한 그는 은행차입에 의존했던 일진전기의 자금조달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현재는 1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일진전기는 12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995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일진전기가 인적분할로 설립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회사는 보통주 1060만5000주를 액면가 1000원에 발행할 계획이며, 최대주주인 일진홀딩스는 배정 물량 중 약 60%를 청약한다.
일진전기는 이 자금을 전액 시설자금으로 활용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초고압 변압기 공장 증설(645억원), 초고압케이블 공장 생산량 확대(350억원)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차입 구조 다변화 및 재무건전성 개선 ‘성과’
양 상무가 일진전기로 자리를 옮긴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차입구조 다변화, 그로 인한 유동성 개선이다. 양 상무는 취임 이후 장기 차입금 비중을 높이고, 외부 수혈을 활용하는 등 재무건전성 개선에 뛰어들었다. 실제 그가 경영관리를 맡은 이후 차입금 비중은 30% 이하로 뚝 떨어지며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진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총차입금은 2019년 2728억원에서 2020년 2390억원, 2023년 3분기에는 2085억원까지 축소됐다. 같은 기간 단기성차입금 규모는 2019년 1096억원에서 2023년 3분기 535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일진전기의 차입금 의존도는 양 상무가 취임하기 전인 2019년 34.9%에서 2023년 3분기 23% 수준으로 떨어졌고,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16.7%에서 12.8%로 하락했다.
다만, 일진전기가 본격적인 해외공략 및 투자에 돌입하며 양 상무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미국에서 오는 2026년까지 생산능력(CAPA)을 꽉 채우는 4318억원 규모의 초고압 전력 변압기 수주를 따낸데 이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노후화된 전력 교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외형확장을 통해 수요에 대응,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윤아름 기자 arum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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