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가 2024년 개발 자회사 스마일게이트RPG(알피지)의 상장에 다시 한 번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2023년 11월 국내게임전시회 '지스타2023'에 자체 IP(지식재산권) '로스트아크'의 모바일 버전 신작 '로스트아크 모바일' 부스를 열어 개발 상황을 공개하면서다.
스마일게이트RPG는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2024년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업계는 흥행에 성공하면 5년 째 준비 중인 스마일게이트RPG 상장도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다만 스마일게이트그룹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CVO(최고비전제시책임자)의 지배력이 절대적인 만큼, 권 CVO의 의중이 중요한 변수다.
로스트아크 모바일, 개발사 상장에 힘 보태나
스마일게이트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로스트아크와 온라인 FPS(1인칭슈팅) 게임 크로스파이어 양대산맥을 주축으로 성장했다.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크로스파이어는 2007년 국내 참패를 딛고 2009년 이후 중국 시장에서 성공해 현재의 스마일게이트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2018년 11월 스마일게이트RPG가 개발한 로스트아크가 2년 뒤 뒷심을 보이며 국내 대표 MMORPG로 성장했다.
2024년 이후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RPG가 2023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2023에서 9년 만에 BTC(일반관람객대상) 부스를 열고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선보이면서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 2019년 이후로 답보 상태인 스마일게이트RPG 상장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스마일게이트RPG 상장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2024년 로스트아크 모바일 출시 및 흥행 여부와 IPO(기업공개) 시장 상황, 스마일게이트RPG 실적 등 여러 요소에 달려있다는 이유에서다.
2023년 부침…수익원 로스트아크에 영향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 출시 이후 2019년 미래에셋대우, 2022년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며 스마일게이트RPG 상장을 준비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상장을 준비하는 가운데 2022 회계연도부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했다. 하지만 상장은 여전히 준비설에 머물러 있는 상태로,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스마일게이트RPG의 실적과 IPO 시장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상장 시기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스마일게이트RPG에 감사보고서에 스마일게이트RPG의 연간 실적은 △2019년 매출 796억원, 영업이익 43억원 △2020년 매출 835억원, 영업이익 68억원 △2021년 매출 4898억원, 영업이익 3055억원 △2022년 매출 7370억원, 영업이익 3641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19~2021년 기간의 실적은 K-IFRS 채택 이전 기준으로 작성됐다.
스마일게이트가 처음 스마일게이트RPG의 상장을 고려한 배경에는 긴 로스트아크 개발 기간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로스트아크는 약 7년 간 1000억원의 개발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스트아크가 출시된 후 성장세를 보이자 더 큰 게임사로의 도약을 위해 상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로스트아크는 2019년 대한민국게임대상을 수상했지만 출시 초반 이용자 유입 및 매출 상승 효과를 본 것이 아닌 다소 느린 성장세를 보인 게임으로도 평가된다. 실제 스마일게이트RPG가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한 것도 2021년부터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으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가 로스트아크로 이동한 '메난민(메이플스토리와 난민의 합성어)'의 효과를 본 것이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RPG의 급성장에도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장 계획은 주춤했다. 스마일게이트는 2022년 초 상장주관사를 변경하며 상장 재추진에 속도를 냈음에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은 IPO 시장 상황 영향이다.
2023년에는 스마일게이트RPG 실적과 IPO 시장 상황 모두 악화했다. 뒷심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던 로스트아크는 2023년 부침을 겪었다. 2023년 업데이트가 장기 지연된 데다 같은해 6월 중국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지 검열 사항이 한국 서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검열 논란으로 이용자 민심을 잃었다.
결국 2022년 5월 건강상의 이유로 개발 및 운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인기 디렉터 금강선 스마일게이트RPG COO(최고창의력책임자)가 2023년 7월 복귀하면서 급한 불을 끄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2023년 스마일게이트RPG의 매출 하락까지는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RPG의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4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7년 간 개발비 1000억원, 전환사채(CB) 과제 남겼다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권혁빈 CVO와 스마일게이트RPG가 발행한 전환사채(CB) 등도 스마일게이트RPG 상장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권 CVO는 외부 투자를 받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갖고 있는 기업가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며 권 CVO의 스마일게이트 그룹 지배력이 절대적인 현재 외부 투자로 인한 지분이 희석되는 것 또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스마일게이트RPG가 발행한 전환사채 2차분(42억원)의 전환만기가 2024년 4월로 임박한 것은 상장 추진의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는 2차 전환사채분 60억원의 30%인 18억원은 상환한 상태다.
전환사채는 기업이 처음 발행할 때는 회사채 성격을 띄지만 일정 기간 및 조건에서 발행 기업의 보통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다. 투자자는 전환사채를 활용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은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한다. 스마일게이트RPG에게 전환사채는 수익성이 낮던 시절 로스트아크의 개발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로스트아크 개발비용으로 7년간 약 1000억원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스마일게이트RPG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17년 12월 20일과 2018년 4월 17일 각각 200억원과 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만기일은 2023년 12월 20일과 2024년 4월 17일이다. 스마일게이트RPG는 2019년 콜옵션(Call Option)을 행사해 1차 전환사채 200억원 중 30%인 60억원을 상환했다. 남은 1차 전환사채 140억원분은 2023년 11월 20일 주식전환기간이 만료됐다. 업계에 따르면 차입처인 미래에셋대우는 스마일게이트RPG의 높아진 가치에 따라 상환보다는 전환청구기간 내 주식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스마일게이트RPG가 상환을 위해 반드시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스마일게이트RPG의 신속한 상장은 권 CVO 및 스마일게이트 그룹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1차 전환사채로 인한 주식전환으로 재무적 투자자가 주주가 된 상황과 더불어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잘 알려진 권 CVO에게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일게이트RPG가 전환사채를 발행한 시기 주당 행사가격은 4만6350원으로 책정됐다. 당시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는 약 22배로 5조6000억정도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로스트아크 관련 악재로 인해 시장에서는 당시와 같은 긍적적인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또한 스마일게이트RPG의 상장이 늦춰지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블로터>에 "스마일게이트RPG 상장에 대한 적절한 시기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신혜 기자 doubletap@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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