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등으로 국내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국내 벤처기업이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 더불어 벤처기업이 스케일업하고 글로벌화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국내 자본시장 규모를 볼 때 수천 억원의 자금을 댈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벤처캐피탈(VC)도 해외로 나가 글로벌 투자자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이 필요할 때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 받을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24년 혁신벤처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등 4개 기관이 공동 주최했다. 벤처기업 글로벌화를 위한 민관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윤 회장은 글로벌 투자자들과 접점을 늘리기 위해 국내 VC들이 글로벌 VC의 LP(출자자) 역할을 일부 하면서 서로 투자 포트폴리오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국내 VC가 해외 지사를 설립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미국 벤처 생태계에 스며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VC가 주로 해외에서 한국인이 창업한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글로벌 LP, GP(운용사) 교류 행사를 열었다.
이날 해외 거대 자본의 유입이 국내 벤처기업의 생존 문제와 연결되며 강조된 이유는 국내 1호 벤처가 등장하고 25년이 지난 현재 한국 벤처 생태계가 변곡점을 지났기 때문이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죽음의 계곡을 지나면서 생존 기 수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투자자의 자금 공급보다 기업의 자금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벤처기업은 외부 투자 유치보다 정책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국내 기관들은 주로 소규모 초기 투자에 집중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동윤 원장은 이제 벤처기업 창업 단계부터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의 역할도 강조됐다.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부회장은 “액셀러레이터업계가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준 팁스는 시작부터 글로벌화를 목적으로 했다”면서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에 가입한 200개 이상의 액셀러레이터들을 조사한 결과 30% 이상이 스타트업을 데리고 해외 진출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자리에 함께 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 증진을 위해 해외 VC가 발굴한 창업 기업의 자금 매칭을 지원하는 글로벌 팁스도 상반기 내 신설할 계획이다"며 "벤처기업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황금빛 기자 gold@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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