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박종면칼럼] 굳세어라 포스코

Numbers_ 2024. 1. 23. 08:51
홀딩스 이사회 배임·청탁금지법 위반 큰 문제 안돼 

‘호화 이사회’ ‘호화 별장’ 다른 기업들도 해당돼

 


포스코홀딩스가 캐나다에서, 백두산에서 ‘외유성 호화 이사회’를 열어 온갖 비난을 받지만 이런 이사회가 비단 포스코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재계 순위가 포스코그룹과 비슷한 모그룹에서는 매년 미국의 유명 휴양지에서 열리는 골프대회에 사외이사들을 초청해 세계적인 프로선수들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등 ‘천국에서의 시간’을 갖습니다.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묵고 만찬 때는 특급 와인을 마십니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에서도 매년 한 번 정도 일본이나 중국에 가서 골프와 화려한 만찬의 이사회를 엽니다. 

호화 이사회에 이어 포스코 소유의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내 100평이 넘는 알펜시아 에스테이트 ‘호화 별장’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곳에 임원용 별장을 둔 곳은 포스코만이 아닙니다. 그룹내 특급호텔이나 리조트가 없는 다수의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갖고 있습니다. 왜 포스코만 비난받아야 할까요.

최정우 회장 재임 기간 중 해외 호화판 이사회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이지만 포스코의 해외 이사회는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글로벌 경영의 일환으로 캐나다 중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열리곤 했습니다. 정준양 전 회장 때도 지금처럼 해외 호화 이사회와 관련해 고발당하기까지 했지만 별 탈 없이 넘어갔습니다. 처음도 아닌데 유독 문제를 삼고 수사를 하니까 ‘망신주기 수사’ ‘외부 관치인사를 위한 수사’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번 캐나다와 백두산 호화 이사회가 앞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되고 사외이사들이나 내부 출신의 회장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질까요? 

‘캐나다 호화 이사회’와 관련해 현재 경찰에 입건된 사람은 사내이사의 경우 최정우 회장을 비롯 김학동 부회장, 정기섭 사장, 김지용 원장, 유병옥 부사장 등 5명입니다. 사외이사는 박희재 회장 후보 추천위원장을 비롯 김성진 유영숙 권태균 유진녕 손성규 김준기 이사 등 7명 모두 입건됐습니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법은 해외에서 호화 이사회를 여는 데 든 비용중 일부를 자회사들이 부담케 했다는 점에서 배임 혐의가, 박희재 김성진 손성규 김준기 사외이사의 경우 현직 교수여서 청탁금지법 위반이 적용됩니다.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해외 이사회 비용의 일부를 부담한 자회사들의 경우 모두 포스코홀딩스가 100% 지분을 가져 피해를 보는 다른 주주가 없고, 포스코홀딩스의 모든 경영활동은 계열 자회사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배임죄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찰이나 검찰이 아무리 의도를 갖고 배임죄를 적용하려 해도 법원이 벌금형 정도는 몰라도 집행유예나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대학교수 사외이사들에 적용될 청탁금지법 위반은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 선고가 더 어렵습니다. 법 위반 소지가 없지는 않지만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청탁금지법 하나만 위반해서는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아직 없습니다.

외유성 호화 이사회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지만 박희재 위원장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회장 추천위가 흔들림 없이 끝까지 갈 것이라고 거듭 밝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설령 법원이 사외이사들에 대해 배임이나 청탁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자격이 상실되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유죄가 확정되기까지 앞으로 최소 1~2년은 걸리기 때문에 이번에 회장 후보를 추천하고 결정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사외이사들이 이런저런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배임 혐의로 입건된 5명의 사내이사 중 최정우 회장을 뺀 김학동 정기섭 김지용 유병옥 이사 등 4명은 18명의 1차 회장 후보군에 포함돼 혹시 회장으로 선임된다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까지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습니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 후보 추천위가 최종 결정하겠지만 만약 이게 걱정이라면 호화성 해외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 법적으로 흠결이 없는 계열사 대표인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이나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을 뽑으면 됩니다. 이것조차 여의치 않다면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같은 외부 인사를 선임하면 그만입니다.

결국 경찰이 캐나다 호화 이사회와 관련 무더기로 포스코홀딩스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들을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포스코 이사회가 흔들리지 않고 굳게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포스코홀딩스 회장 추천위의 박희재 위원장 지적대로 포스코는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글로벌 기업이고, 주주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와 회사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도 예정대로 회장 후보를 선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KT처럼 외풍에 흔들리고 이로 인해 장기간 경영공백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포스코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합니다. 회장 후보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중요하고 외유성 호화 이사회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포스코 회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민간 기업 인사에 대한 외부 권력의 개입입니다. 특정 주인이 있는 삼성 현대차 SK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국내외 투자자 다수가 주인인 글로벌 기업 포스코에 대해서도 개입해서는 안되는 게 상식입니다. 판단은 주주와 시장이 하는 것입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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