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의 자산증가 속도가 매섭다. 매년 40~50% 이상 증가하는 주택담보대출에 힘입어 2023년 9월 현재 총자산이 53조원으로 국내 최대은행인 KB국민은행의 8.5%까지 성장했다. 현재의 성장추세를 감안하면 가계대출시장에서 머지않아 대형 시중은행을 넘보는 규모로 성장할 기세다. KB국민은행과 비교하여 전체 가계대출은 22.1%, 주택담보대출은 16.1% 수준이고, 가계신용대출은 무려 41%에 육박한다. 이자이익도 매년 50~60% 이상으로 증가하며 KB국민은행 이자이익의 11.7% 수준까지 높아졌다. 게다가 2023년 5월 가계신용대출을 시작으로 주택담보, 전세대출까지 확대되고 있는 대출 대환플랫폼 비즈니스 확대로 금융 디지털화 속도에 비례하여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도 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 특히, 신용대출 보다 자산증가에 따른 신용위험 부담이 덜한 주택담보와 전세대출 확대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3년 5월 시행된 가계신용대출 대환 플랫폼의 성과는 당초 기대했던 수준보다 높지는 않았다. 급격한 금리 상승기에 대환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저신용 고금리 신용대출 증가 부담으로 금융사들이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은행 신협 등 500조원이 넘어가는 국내 가계신용대출 규모에 비해 8개월 동안 2조 4000억원 남짓의 실적은 아직 시장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은행간 경쟁촉진을 통해 11만여명의 금융소비자들 편익 증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는 향후 가계대출 대환플랫폼 확대 시행과 정착에 긍정적인 신호로 이해된다.
2024년 1월 9일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는 플랫폼 오픈 이후 12일까지 4일동안 1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접속하여 조회를 하고 1조원 이상 대출 대환을 신청한 것으로 금융위는 파악했다. 네이버페이의 경우는 16일까지 6일 동안 2만 2000여명이 접속하고 9400여명이 1조 6600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갈아타기 위해 각 금융사에 신청 진행중인 것으로 집계했다. 신용대출보다 대출규모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 금융위 발표자료에 의하면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대환 완료된 사례로 보면 금리 인하폭이 신용대출 대환과 비슷한 1.5% 포인트이고, 1인당 이자 절감액은 규모가 큰 담보대출 특성이 반영되어 337만원으로 나타났다. 1월말 전세자금 대출시장까지 전면 개방이 되면 시중은행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약 1400조원 이상의 가계자금 대출시장에서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 권역간 가격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023년 11월말 기준(잔액) 전체 가계대출의 70%, 주택담보대출의 59%가 변동금리 적용을 받고 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든다. 대환대출 플랫폼 이용자가 늘고 갈아타려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제도 시행 초기에 시장 혼란을 우려하여 여러 규제 사항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대출 대환플랫폼 시행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 같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도입으로 대환시 대출가능 규모가 줄어들고 아파트와 보증부 전세대출에 대해 대출 실행 후 6개월(전세 3개월)이 경과한 경우로 한정하고 대출금액도 10억원 이하로 제한하는 등 금융당국이 미리 속도조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와 인센티브 제공 등 각 개별은행들의 고객이탈 방지 노력도 단기적으로 고객 이동을 지연시키는 요소이다
그럼에도 비교판매 플랫폼에 가계대출시장이 전면 노출되면 금융회사별로 금리수준과 이전비용을 실시간 직접 비교할 수 있어서 발 빠른 소비자들의 금리 사냥이 늘어나고 기존의 가계대출시장 지형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비교 플랫폼과 디지털 환경의 특성을 감안하면 금융사가 제시하는 가격수준에 따라 단기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수익성 유동성 자본건전성 등 은행의 재무적 리스크가 커질 것이다. 특히 몸집이 작고 가벼운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정책을 통해 자산성장 수단으로 대출 대환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월 19일 현재 카카오뱅크가 제시하는 주택담보대출 대환 최저금리는 3.5%이다. 카카오뱅크의 신규 주택담보대출금리 3.84%에 훨씬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은행채 AAA+ 금리 3.88%(2024년 1월 19일, 5년물) 보다 0.38%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2023년 3분기말 기준 카카오뱅크 평균 조달금리 2.35%를 감안하면 표면상 역마진은 아니지만 원화대출 평균금리 4.65%에 비하면 1.65% 포인트 낮다.
가격경쟁을 앞세운 공격적인 영업은 대표적인 은행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에 영향을 미친다. 2023년9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순이자마진은 2.39%로 전년말 대비 0.09% 포인트 하락했다. 1.83%로 0.1% 포인트 상승한 KB국민은행과 대조를 이룬다. 대출 비교판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경쟁우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비용’ 두 측면에서 비교우위가 유지되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7월 2조 5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넉넉한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BIS비율 30.67%, 2023.9월말). 당분간 자산 성장을 이어가는데 무리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대출증가추세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전년말 대비 2023년 9월까지 위험가중자산이 28%(4조 4000억원) 가까이 증가하며 BIS비율이 6.28% 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BIS비율이 18.36%로 0.9% 포인트 상승했다.
2023년 9월말 현재 카카오뱅크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판매관리비 비율(CIR, Cost Income Ratio)은 45% 수준으로 KB국민은행(43.6%) 보다 높다. 2022년 12월에도 52.7%로 KB국민은행보다 2.8% 포인트 높았다.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채널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관리 측면에서 레거시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가 KB국민은행 보다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아직 규모의 경제효과가 충분히 시현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려면 자산규모를 좀 더 키울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온라인 비즈니스 활성화을 위한 제휴 비즈니스 확대로 지급수수료가 증가하고 수수료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낮은 점도 개선과제이다. 규모를 늘리기 위해 가격경쟁을 과도하게 하면 마진 증가보다 위험자산 증가폭이 커지기 때문에 BIS자기자본비율은 하락하고 비용 경쟁력도 점차 약화될 것이다. 현재 30% 대 이상의 카카오뱅크 대출증가율이 지속될 경우 년간 8조~9조원 이상의 위험자산이 증가하여 BIS 비율이 현재 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뱅크가 대출 대환플랫폼을 활용하여 성장하기 유리한 국면이지만 결국 자본 여력이 성장의 제약요건이 되는 셈이다.
2024년 은행권 수익전망은 상당히 불투명하다. 각 은행별로 당기순이익의 10~13% 이상 할당된 상생금융 부담을 시작으로 주가지수연계펀드(ELS)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아낸싱(PF) 부담,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증가, 금리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감소,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동산담보가치(LTV) 산정 담합에 대한 제재 등 은행 경영에 부정적 요소들이 즐비하다.
이에 더하여 대출 대환플랫폼 확대시행은 가격경쟁을 촉발시켜 가계대출을 많이 보유한 대형은행들의 수익 축소와 자산성장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흉년이 들면 에너지 소비가 절대적으로 많은 덩치 크고 힘 센 사람이 가장 먼저 쓰러진다고 했다. KB국민은행 대환용 아파트담보대출(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의 혼합형 금리는 3.58%,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최저금리도 3.64%로 모두 금융채 AAA+ 금리 3.88% 보다 낮다. DGB 대구은행 3.1%, BNK 경남은행 3.43%, 카카오뱅크 3.495% 등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이 더 공격적인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비용 효율적이고 민첩한 은행이 당장 더 유리하다. 2022년 이후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시기에 취급되어 2~3% 이상 금리차이를 보이는 대출들이 대환 프로그램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다.
독과점적 경쟁시장인 은행산업에서 가격경쟁이 촉발되면 은행의 마진 축소가 가속화되고 생존을 위한 비용 절감 게임이 진행될 것이다. 결국 위험자산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자본력(BIS비율, 보통주자본(CET1)비율)과 가격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 비용 효율성(CIR, Cost Income Ratio)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본격화되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 환경에서 금융소비자와 함께 가장 큰 수혜를 볼 대출 공급자는 누가될까?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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