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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의 전자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은 ‘LG맨’이 거치는 종착지다. 그룹 지주사인 ㈜LG 출신으로 경영진을 꾸린 타 계열사와 달리 LG이노텍의 경영진은 주로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 인사로 채워졌다. 특히 애플 수주를 따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일부 임원을 제외하곤 LG이노텍을 마지막으로 모두 LG그룹을 떠나며 ‘임원의 무덤’으로 자리 잡았다.
LG이노텍의 이러한 특징은 역대 대표이사(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행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 2010년부터 2023년 2분기까지 LG이노텍의 CEO와 CFO를 역임한 임원은 각각 4명, 3명이다. LG이노텍 역시 LG그룹의 기조대로 정통 LG맨이 선임됐고 CFO는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CEO와 대등한 수준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지만 이후 이력은 공과에 따라 엇갈렸다.
소부장으로 떠난 CFO와 창업한 CEO
LG이노텍의 역대 임원들은 LG이노텍 이후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기간 임기를 채운 뒤 정년퇴직한 임원도 있지만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실패를 맛본 CFO는 경력을 살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이동했고 CEO는 스타트업 차리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박희창 전 상무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LG이노텍의 CFO를 역임했다. LG마이크론의 SP(리드프레임) 사업부 출신인 그는 LG이노텍이 2009년 7월 LG마이크론을 인수·합병(M&A) 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부품 사업에 잔뼈가 굵은 박 전 상무는 CFO 선임 직후 LG디스플레이에 LCD(모듈 사업)를 매각하고 LED(발광다이오드) 사업에 투자를 벌이는 사업 재편을 주도했다.
하지만 LED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했고 박 전 상무는 CFO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는 이후에도 LG이노텍에서 LED마케팅담당 상무로 일하다 2014년 LG그룹에서 나왔고 소부장 기업인 디엠에스, 예스티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다.
CEO를 역임한 임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LG전자를 성장시켰던 TV 사업부 출신들이 LG이노텍을 이끌었지만 주요 계열사로 다시 이동하는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성사(LG전자의 전신) TV 사업부장 출신인 허영호 전 대표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LG이노텍의 CEO를 맡았다. 임기를 마친 허 전 대표는 LG이노텍을 마지막으로 LG그룹을 떠난 뒤 자동차 부품 업체인 창성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으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은퇴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원장 등을 맡으며 지역 사업에 몸 담았다.
LG전자 디지털TV 사업부문 출신인 박종석 엔젤식스플러스 각자 대표는 2016년부터 2019년 초까지 LG이노텍의 CEO를 역임했다. 박 대표는 LG이노텍을 나온 이후 LG그룹 출신 임원 6명을 모아 엔젤식스플러스를 공동 창업했다. 그는 현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기업인 엔젤식스플러스를 운영하며 창업자들을 돕고 있다.
LG화학 이동한 2인은?…애플 신화 ‘듀오’
LG이노텍을 거치고도 LG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경력을 이어간 인물도 있다. 이웅범 전 대표와 김정대 LG화학 정도경영담당 부사장이다. 이 전 대표는 2012년부터 2016년 초까지 LG이노텍 대표를 맡았다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겨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지냈다. 2013년부터 2020년 초까지 오랜 기간 LG이노텍의 CFO를 맡았던 김 부사장 역시 LG화학으로 이동한 후 현재까지 정도경영부서를 이끌고 있다.
이들이 무덤으로 여겨졌던 LG이노텍에서 핵심 계열사인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던 배경은 단연 ‘애플’이다. 과거 연간 1~2조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던 LG이노텍은 2010년 애플에서 첫 수주를 따내며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2010년 부품소재사업 본부장을 맡았을 당시 애플로부터 수주한 아이폰 카메라 모듈 공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대표로 승진한 뒤에는 애플의 매출 비중을 공격적으로 높이며 연속 영업흑자, 사상 최대 매출 등의 신화를 만들었다.
김 부사장은 이 전 대표의 뒤에서 곳간 관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냈다. 애플이 LG이노텍에 대한 수주를 확대하면서 이익이 불어났고 그는 그간 불안정했던 LG이노텍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에 김 부사장이 CFO로 취임하기 직전인 2012년 연결기준 285.3%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점차 줄어들어 2019년 말 161.8%까지 떨어졌다. 같은기간 차입금 의존도 또한 44.4%에서 33.4%로 떨어지며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기준(부채비율 200%·차입금 의존도 30% 미만)에 가까워졌다.
윤아름 기자 arum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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