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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곳간지기’ 위상…옛 관행은 바뀌었다 | LG유플러스

Numbers 2023. 10. 10. 15:32
CFO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LG그룹은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내부 인물로 선임하는 관례가 있다. 일반적으로 그룹 지주사인 ㈜LG에서 재무 교육을 받은 인물들이 계열사 CFO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CFO의 위상도 다른 기업에 비해 높으며 이는 LG유플러스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LG유플러스의 CFO 선임 방식에서 이러한 관행이 바뀌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LG유플러스 CFO의 위상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높다. 역대 CFO의 직책이 부사장급 이상이며 사내이사로서 대표이사(CEO)와 대등한 관계로 활동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LG유플러스의 사내이사는 CEO와 CFO 둘로 구성됐다. 여타 기업의 CFO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CFO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긴 LG그룹의 특색이기도 하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LG유플러스의 역대 CFO는 성기섭, 신용삼, 김영섭, 이혁주, 여명희 등 총 5명이다. 이중 현재 재직중인 여 CFO를 제외하면 모두 ㈜LG 또는 타 계열사에서 전입된 인물들이다. 모두 순혈 LG 출신이며, 기존 LG그룹의 CFO 선임 관행을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성기섭, 김영섭, 이혁주 등 3명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부터 2003년까지 한시적으로 설립된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을 거쳤다.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은 LG그룹 내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계열사간 사업조정 및 경영지원 등 큰 틀에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맡았다. 이들은 이 조직에서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근들어 LG유플러스가 기존의 CFO 선임 관행을 깨는 사례가 일부 엿보인다. 먼저 LG유플러스의 첫 여성 CFO이자 사내이사인 여 CFO의 등장이다. 그간 역대 LG유플러스의 CFO에 여성이 중용된 사례가 없었다.

또 여 CFO는 이전의 CFO들과 달리 LG유플러스 내부 출신이다. 1989년 LG데이콤 시절 입사해 현재까지 약 35년간 재직했다. 이같은 변화는 CEO에서도 나타난다. LG유플러스의 역대 CEO 또한 ㈜LG의 핵심 인사들이었다. 그러나 현재 황현식 CEO는 일부 이동을 제외하고는 1999년부터 LG텔레콤에서 재직한 사실상 ‘LG유플러스맨’이다. 이전까지 CFO, CEO 등 사내이사가 ㈜LG 또는 타 계열사에서 전입한 관례가 바뀌는 모습이다.

여 CFO가 전무급 인사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역대 LG유플러스의 CFO에는 부사장 혹은 사장급 인물이 중용됐다. LG그룹의 인재가 전입되지 않은 점과 전무급 CFO의 중용을 고려하면 LG유플러스가 LG그룹 내에서 갖는 위상이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여 CFO가 CRO(최고위기관리자)까지도 겸직하는 점을 미루어볼 때 그의 역량 자체가 높게 평가받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0여년간 LG유플러스에는 크게 두 차례의 변곡점이 있었다. 2018년 구광모 회장의 취임과 2019년 CJ헬로(현 LG헬로비전)의 인수다. 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당시 LG유플러스의 CEO였던 권영수 부회장과 ㈜LG에 있었던 하현회 부회장이 자리를 맞바꿨다. 

CJ헬로 인수의 경우 권 부회장과 하 부회장의 합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권 부회장은 CEO 당시 CJ헬로 인수 의사에 대해 수차례 공식적으로 표명했으며 이를 다음 CEO인 하 부회장이 이어받아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당시 이혁주 CFO와 여명희 경영기획담당이 이를 도와 딜을 이끌어냈다.

 

여명희, 첫 여성 CFO 사내이사

 

 

여 CFO는 1967년생으로 경북대학교 회계학 학사를 졸업했다. 1989년 LG데이콤 공채로 입사할 당시 합격자 총 50명 중 유일한 여성 합격자였던 여명희는 현재 LG유플러스의 첫 여성 CFO이자 사내이사까지 올라섰다. 여성 경력으로서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LG유플러스 출신으로 LG데이콤 금융팀장, LG유플러스 회계담당, 경영기획담당 등을 거쳐 2023년부터는 CFO직을 수행하고 있다. 통신 산업의 실무보단 재무중심 역량에 강점이 있는 재무통이다. 올해 인사에서 선임된 만큼 당분간은 그의 거취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은 작다.

여 CFO의 주요 업적으로는 회사의 신용등급을 3년간 수차례 올렸던 것이 손꼽힌다. 2006년 BBB+였던 신용등급을 2009년 AA-까지 끌어올렸다. 기업의 신용등급은 재무 상태나 산업 동향, 경영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되는데, 신용등급이 높아진다는 것은 자금을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는 기본을 중시하면서도 후배들에게 친근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LG유플러스 블로그의 공식 인터뷰에서 그는 “35년 동안 일이 계속 변했지, 제 태도는 변한게 없다”며 “일이나 운이 찾아오더라도 기본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본인의 사무실을 직원 휴게실로 리뉴얼해 구성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직급 상관없이 실무자들과 얼굴 보고 직접 의논하는 걸 선호한다. 덕분에 고충도 더 잘 듣게 되고 리더로서 도움도 많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혁주, CEO 3명과 합 맞춘 ‘최장수 CFO’

 

 

이혁주 전 CFO는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를 졸업했으며 1987년 LG경제연구원에 입사했다. 이후 LG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LG 재경팀 상무를 거쳐 2007년 LG파워콤(현 LG유플러스) 경영기획담당(상무)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처음으로 CFO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8년 이 전 CFO는 LG CNS 경영관리부문장(CFO)를 거쳐 2010년 ㈜LG 재경팀장에 올라섰다. ㈜LG 재경팀장은 그룹의 요직으로 향하는 관문이다. 이후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약 7년간 LG유플러스의 CFO직을 수행했다. 이 기간 권영수, 하현회, 황현식 등 3명의 CEO와 합을 맞췄다. 2016년 말부터는 여 CFO가 경영기획담당으로 이 전 CFO를 보좌했다.

이 전 CFO의 업적은 CJ헬로(현 LG헬로비전)의 인수가 손꼽힌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2월 이사회를 통해 CJ헬로비전의 인수를 결정하고, 12월 CJ헬로비전의 지분 50%+1주를 취득했다. 이후 2020년 1월 상호명을 LG헬로비전으로 변경했다. LG헬로비전의 인수는 LG유플러스가 KT에 이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배경이 됐다.

이 전 CFO는 2023년 1분기까지는 LG유플러스의 부사장이자 고문자문역으로 재직했다. 다만 반기보고서(2분기 기준)상에서 이름이 사라졌으며, 사실상 LG그룹에서 은퇴한 것으로 추측된다.

 

김영섭, 순혈 LG ‘재무통’…이제는 KT 수장

 

 

김영섭 현 KT 대표이사는 1959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사를 졸업했다. 이후 1984년 럭키금성사에 입사해 약 38년간 LG그룹과 계열사에서 근무한 정통 LG맨이다. 1995년 ㈜LG 회장실 감사팀 부장을 거쳐 2002년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지냈다. 2003년 LG CNS로 이동해 경영관리부문장,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 하이테크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LG유플러스의 CFO를 지냈던 기간은 2014년부터 2015년 말까지다. 이후 LG CNS의 대표이사로 이동해 2022년까지 LG CNS를 DX(디지털전환) 전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김 대표는 LG CNS에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키워내며 과거 SI(시스템통합)에 집중됐던 회사의 체질을 개선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2023년 7월. 공식석상에서 물러났던 김 대표가 KT의 대표이사 후보자로 등장했다. 그는 당초 KT의 대표이사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인물도 아니었다. 특히 정통 LG맨이 KT의 대표이사 후보에 지원하면서, 업계에서도 이를 중요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KT 이사회는 ICT(정보통신기술) 전문성, CEO로서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2023년 8월 김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LG그룹을 떠나 경쟁사인 KT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게 된 김 대표 앞에는 이미 다양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경영공백 기간 동안 미뤄졌던 2023년 임직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가장 시급하다. 또 KT의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략 추진과 초거대 AI 사업 등 성장 전략 등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기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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