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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타워 '수펙스'서 그룹 이끄는 CFO들 | SK(주)②

Numbers 2023. 9. 25. 21:01
CFO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SK㈜는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그룹과 계열사 투자 방향성 및 전략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는다는 것은 사실상 그룹의 재무전략 전반을 총괄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또 SK㈜의 역대 CFO들 대부분이 SK그룹 내의 요직을 차지했다. 

SK㈜는 오롯이 순혈주의만을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SK㈜에서는 장진원, 조대식, 조경목, 이성형 등 총 4명이 CFO를 역임했다. 이 가운데 조대식 전 CFO(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는 과거 삼성물산 상사부문 CFO 출신으로 2007년 SK 재무담당으로 이직했다. 이외에도 차기 CFO로 손꼽히는 채준식 SK㈜ 재무부문장도 과거 삼성물산, 세종증권, 메리츠투자자문 등을 거쳐 2005년에 SK그룹으로 합류했다. SK 출신보단 인물의 능력과 성과를 중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SK㈜ CFO 출신들은 현장 경험보다는 재무에 강점이 있다. 입사 직후 또는 이직 당시부터 재무, 금융, 자금 관련 팀을 거치면서 꾸준히 CFO가 되기 위한 역량을 쌓았다. 학벌 또한 특정 대학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장진원),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조대식),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조경목),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이성형) 등이다.

SK㈜의 CFO 자리는 시험대적인 성격도 있다. SK그룹 내에서 탄탄대로를 보장받는 한편, 리스크도 있다. 4명의 CFO중 첫 번째인 장진원 전 CFO는 201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회삿돈 횡령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후 공식석상에서 물러났다.

반면 조대식 전 CFO는 SK대표이사, SK바이오팜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수행하고 있다. 조경목 전 CFO는 현재 SK에너지 대표이사와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한다. 이성형 SK㈜ CFO도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PM부문장을 겸직하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대식 의장, CFO서 그룹 2인자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SK그룹 내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조 의장은 1960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클라크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수료했다. 조 의장은 SK 출신이 아니다. 2007년 SK㈜의 재무담당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CFO를 역임했다. 

이후 조 의장은 SK㈜ 사업지원부문장, SK㈜ 재무팀장(CFO) 등을 거쳐 2013년 SK㈜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조 의장이 SK㈜의 CFO와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후임인 조경목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과 손발을 맞췄다. 2015년 SK㈜ 대표이사와 SK바이오팜 대표이사를 겸직한 이후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과거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그룹 계열사들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며 ‘따로 또 같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관계사의 상호협력방안 실행을 위해 논의하는 공식 기구다. 산하에는 △전략·글로벌 위원회 △인재육성 위원회 △환경사업 위원회 △SV 위원회 △ICT 위원회 △커뮤니케이션 위원회 △거버넌스 위원회 등이 있다.

조 의장은 지난 2017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의장 임기는 2년으로, 지난해 말 4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그만큼 SK그룹 내에서 역량을 인정받았음은 물론이다. 때문에 조 의장은 ‘SK그룹의 2인자’로도 불린다.

조 의장은 또 2013년 1월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후에도 SK㈜의 대표이사로서 조경목 CFO와 SK㈜와 SK C&C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당시 SK C&C에선 박정호 현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영상 현 SKT CEO, 윤풍영 현 SK C&C 대표 등이 합병을 주도했다.

 

SK수펙스 입성한 조경목, SK이노 대표로?

 

 

조경목 SK수펙스추구협의희 SV위원장은 1964년생으로 1986년 유공(SK이노베이션 전신) 재정팀에 입사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 금융팀장, SKT 재무실장, SK㈜ 재무부문장을 거쳐 2018년 SK에너지 대표이사에 올라섰다. 올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되면서 SK에너지 대표이사를 겸직한다.

조 SV위원장은 장진원 전 CFO 시절 재무1실장이었으며 조대식 전 CFO 때도 재무팀임원으로 재직하며 업무를 보좌했다. 그가 재무부문장으로 올라섰던 시기에는 이성형 재무1실장(현 SK㈜ CFO)과 합을 맞췄다. 이로써 조대식-조경목-이성형으로 이어지는 재무1실 CFO 라인이 형성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는 총 7개의 위원회가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7곳의 위원회 중 5곳의 위원장을 교체했다. 조 SV위원장도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올해부터 SV위원장을 맡았다. 그간 협의회는 부회장급 임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위원장의 대부분이 사장급으로 교체됐다. 이에 재계에선 SK그룹이 사장단의 인재 육성을 시작했단 관측이 나왔다. 조 SV위원장 역시 향후 부회장 승진에 유리한 자리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 SV위원장이 SK에너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0조3323억원, 영업이익 2조6008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겸 부회장이 2015~2017년 SK에너지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2017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로 이동한 전례가 있다.

 

‘사장 승진’ 이성형…재무·경영 평가 ‘시험대’

 

 

이성형 SK㈜ CFO 겸 PM부문장(사장)은 1965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유공에 입사해 SK증권 재무관리팀을 거쳐 2008년 SK㈜ 재무실 팀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SK㈜ 재무1실장, SKT 재무관리실장, SK㈜ 재무부문장(부사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SK㈜ CFO 겸 PM부문장(사장)으로 승진했다.

PM부문장은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문장의 약자다. SK㈜는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이 사장을 승진시키면서 CFO의 역할을 강화하고 재무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관리 기능을 총괄토록 했다. 

SK㈜는 지난해 인사 당시 “CFO는 재무관리뿐만 아니라 사업 시너지 제고 등 종합적 관점에서 CEO 의사결정을 지원하게 된다“며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투자 관리 전문성을 대폭 강화해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2015년 8월 진행된 SK㈜와 SK C&C의 합병 당시 재무1실장을 역임했다. 당시 조대식 SK㈜ CEO와 목 SK㈜ CFO를 보좌해 양사의 합병을 이끌어냈다. 현재는 CFO 겸 PM부문장으로서 채준식 SK㈜ 재무부문장과 합을 맞추고 있다.

올해는 이 사장이 CFO 겸 사장으로서 재무·경영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리스크가 있었던 장진원 전 CFO를 제외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조경목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등의 사례를 고려하면 앞으로 이 사장의 공과가 향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진입을 판가름짓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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