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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패션기업 LF의 실적이 전년 대비 가파르게 하락한 배경엔 부동산 시장 냉각에 따른 종속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의 부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LF는 지난 2019년 패션 카테고리에 치우친 사업 모델을 넓히고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고자 1898억원(지분 50.74%)에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했고 지난해 말 기준 지분 67.1%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신탁 및 리츠금융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코람코자산신탁은 부동산 호황에 힘입어 특히 2022년의 경우 LF의 영업이익 중 절반가량을 책임질 정도로 효자 계열사 노릇을 했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발발하며 급속도로 고꾸라졌고, 그간 부동산업 의존도가 높았던 LF가 그 직격탄을 맞았단 평가다. 이에 본업인 패션 사업 경쟁력을 높여 편중된 수익 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LF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1조9685억원) 대비 3.5% 감소한 1조900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1851억원) 대비 66.5% 줄어든 62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9.4%에서 3.3%로 줄었다.
LF 관계자는 "부동산 업황 부진에 따라 부동산 금융 부문인 코람코의 매출이 감소했다"며 "패션 신규 브랜드 론칭에 따른 마케팅, 유통망 확장 등 투자비용 증가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구본걸 LF 회장이 수요 포화에 접어든 의류 사업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자 2019년 인수한 회사다. 이후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고 부동산 개발 붐이 일면서 코람코자산신탁은 LF의 알짜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26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1년 427억원, 2022년 906억원으로 지속 상승했다. 특히 2022년 197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4개 부동산 신탁사 가운데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을 제치고 처음으로 업계 매출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부동산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신규 개발 사업지 감소와 미분양 사태가 증가하면서 코람코의 실적이 고꾸라졌다. 부동산신탁과 리츠부문을 영위하는 코람코자산신탁은 상업용 빌딩 매입,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데 매각 딜 자체가 줄다 보니 운용 수익도 자연스레 축소됐단 설명이다. 실제로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9월 말까지 서울 업무 상업용 건물 거래액은 전년 대비 55.1% 급감한 8조8067억원에 그쳤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행사들이 부실화하다 보니 사업 수주 물량이 없고, 신탁사들까지 연쇄적으로 부실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람코에 의존하는 LF 실적
이는 고스란히 LF의 실적에 반영됐다. 특히 코람코자산신탁이 LF의 영업이익에 끼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단 점에서 LF는 부동산 침체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단 분석이다.
실제로 2022년 LF의 연결기준 매출 1조9685억원, 영업이익 1851억원 중 코람코자산신탁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72억원, 90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비중은 10% 수준에 그친 반면 영업이익은 49%에 달한 것이다. 이후에도 LF는 코람코자산신탁의 실적에 좌우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각 분기마다 LF는 코람코자산신탁의 등락 그래프를 그대로 따랐다. 먼저 1분기의 경우 코람코자산신탁은 별도 기준 전년(407억원) 대비 71% 줄어든 1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 기간 LF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118억원으로 동일했다. LF 전체 수익에서 코람코자산신탁의 절대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상반기 코람코자산신탁은 전년 635억원에서 -19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이 영향으로 LF 역시 같은 기간 1037억원에서 -25억원으로 대폭 쪼그라들며 영업손실을 냈다. 3분기엔 누적 기준 코람코자산신탁이 적자 폭을 -12억원으로 개선했다. 그러자 LF도 영업이익을 119억원 수준으로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사실상 LF가 본업인 패션보다 부동산 사업에 수익구조를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2년엔 코람코가 LF의 효자 계열사로 제 역할을 톡톡이 했지만 작년의 경우 부동산 경기 불황을 직격탄으로 맞았다”며 “패션업이 부진한 동안 코람코에 수익을 의존했기 때문에 LF는 부동산 시장 냉각에 따른 도미노 실적 하락을 면치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코람코자산신탁은 회복세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코람코는 지난해 일반적인 개발형 토지신탁을 줄이는 대신 서울과 수도권에서 5곳의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또한 리츠로 서울 서초동 마제스타시티 타워1을 매입했고 올해 서울 오피스 최대어로 꼽히는 역삼동 아크플레이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여전하지만 코람코자산신탁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모기업 LF의 지원도 버티고 있어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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