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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Upbit)를 통해 3조5000억원의 대규모 자본을 축적하고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 년간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살펴보면 두나무의 자기자본 대비 이익창출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하기 어려워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의 ROE는 2021년 68.7%에서 2022년 4.2%로 급전직하한 뒤, 지난해 3분기 자본총계 3조5543억원에 당기순이익 4567억원을 기록해 12.8%로 반등했다. 이는 자기자본 1000원을 활용해 128원 벌었다는 뜻이다.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사'라는 메리트를 보고 자본을 넣은 투자자들에게 기성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ROE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로 평가된다.
ROE가 낮다는 건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거나, 업종이 불황이라는 뜻이다. 두나무 입장에서 자사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후자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2022년 한 행사에서 “2021년은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굉장히 놀라운 실적을 올렸던 특이한 한해"라고 했다. 2021년을 떼고 보면 가상자산업의 수익성은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논지다. 실제로 두나무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에도 67% 수준으로 매우 높아 고부가가치 사업을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결과적으로 설득력을 얻는 건 전자다. 낮은 ROE는 주가 하락과 연동된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2021년 최고 54만원에 거래됐던 두나무 주식은 현재 10만원으로 5분의 1토막이 났다. 주주단으로선 답답한 얘기다. 향후 IPO(기업공개) 시까지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되면 성공적인 엑시트가 어렵다.
두나무 시가총액 약 3조5000억원에서 투자자본의 비중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최대주주인 송치형 회장(25.62%) 및 특수관계인의 총 지분율은 28.92%이며 김형년 부회장이 13.16%로 2대주주 자리에 있다. 그 다음으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62%), 우리기술투자(7.23%), 한화투자증권(5.96%) 등이 주요 주주로 있으며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20.22%다. 2021년 가상자산 호황기 이후 소액주주 지분은 지속 늘었고, 초기 주주였던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조합 등이 지분을 청산하고 하이브가 신주를 인수하는 등 주주 손바뀜이 이뤄졌다.
이렇게 유입된 주주들에게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두나무의 매출구조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려요인이다. 두나무의 지난해 3분기 영업수익 6846억원에서 업비트 등 거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매출 비중이 96.92%에 달한다. 증권솔루션서비스 'RMS', 주주관리서비스 '주주리걸', 블록체인플랫폼 '루니버스' 등이 포함되는 서비스 매출은 비중이 3.08%에 그친다. 특히 토큰증권(STO) 사업과 연관된 루니버스에서 이렇다 할 매출 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쟁사인 빗썸이 가상자산 호황기 시절 쌓은 자본을 바탕으로 수수료 무료정책을 통해 점유율을 급속도로 끌어올린 점은 업비트의 수수료 매출규모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 덕분에 빗썸 국내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서 최근 30%대까지 급성장했다. 특히 빗썸은 실명계좌 제휴 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1위 은행인 KB국민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도 최근 진행했다. 국민은행이 빗썸 실사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경쟁사의 위협과 낮은 자본효율성을 타개할 수 있는 신사업 발굴 또는 M&A(인수합병) 전략 모두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두나무는 임시주총을 열고 자본준비금 중 주식발행초과금 2000억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을 승인했는데, 이 2000억원을 어떻게 쓸지 '용처'를 아직도 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나무는 주총에서 배당과 신사업 투자를 언급했지만 그동안 준비금을 감액해 배당을 한 적이 없고 실적에 비례한 배당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신사업 투자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아직 두나무가 자본을 투여할 신사업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두나무는 블록체인에 능통한 '신사업 리서치 인턴'을 고용해 미래먹거리에 대한 실마리를 얻으려 하고 있다. 헤드급이 아니라 인턴의 손까지 빌린다는 건 그만큼 신사업 발굴이 어렵다는 얘기다.
사실상 두나무에 남은 선택지는 금융·증권사 인수뿐이라는 분석이다. 자본 비즈니스인 금융업 진출은 두나무의 ROE를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송치형 회장도, 김형년 부회장도 커리어의 시작점은 블록체인이 아닌 '증권업'이었다. 송 회장과 김 부회장은 의기투합해 출시한 '증권플러스' 앱의 성공을 바탕삼아 업비트를 출시할 수 있었다. 업비트의 대표 행사인 'UDC'에서 블록체인과 금융의 결합을 화두로 띄운 것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두나무가 금융 종합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염두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업계 관계자는 <블로터>에 “두나무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하고 있고 두나무 계열사만 봐도 플랫폼화됐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회사들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금융회사 인수가 답이고 두나무 역시 1순위로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두나무 관계자는 <블로터>에 "인수 및 자본효율성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앙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강승혁 기자 ks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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