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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횡령·배임 혐의] ② 희망가 '2700억원'에 금호터미널 사들인 비결...'가격 미리 정하고 가치 평가'

Numbers 2024. 2. 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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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횡령·배임 혐의]② 희망가 '2700억원'에 금호터미널 사들인 비결...'가격 미리 정하고 가

자본시장 사건파일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설립한 금호기업은 지난 2016년 4월 금호터미널을 '27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은 합병을 거쳐 금호홀딩스(현 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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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사진=박선우 기자. 게티이미지뱅크·뉴스1·아시아나IDT홈페이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설립한 금호기업은 지난 2016년 4월 금호터미널을 '27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은 합병을 거쳐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로 출범했다.

 

그런데 박 전 회장이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금호터미널 매각 가격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호터미널이 저평가된 가격으로 매각됐는데, 해당 가격 결정에 박 전 회장 등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 사안을 판단한 1심 재판부는 위와 같은 사실이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 등은 금호기업의 명의로 약 5816억원으로 평가되는 금호터미널을 2700억원에 저가 매각해 그 차액(약 3116억원)에 해당하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판단한 적정가액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매각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금호터미널 인수한 이유...'차입금 변제 등'

 

금호기업에 인수되기 전 금호터미널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였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순손실이 약 3900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지난 2015년에 991.5%에 이르는 등 재무상태가 열악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한국산업은행에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제출해야 했는데, 여기에 금호터미널 매각을 포함시켰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이는 박삼구 전 회장 등이 구상한 '금호그룹 재건 계획'과도 연결된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지난 2015년 1월경부터 금호그룹 재건 계획을 구상했다"며 "피고인 A씨(전략경영실 임원)는 처음부터 금호기업을 통해 금호터미널을 인수해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임대차보증금 5000억원 등을 금호산업 및 금호터미널 인수금융 차입금 변제 등에 사용하기로 사전에 계획하고 박 전 회장이 이를 승인했다"고 판시했다.

 

미리 매각 가격 결정...회계법인에 특정 가치 평가법 요구

 

박 전 회장 등은 금호터미널 인수를 계획하면서 회계법인 두 곳에 금호터미널의 가치평가를 의뢰했다. 가치평가 방법은 ①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과 ②현금흐름할인법(DCF) 등이었다.

 

그런데 전략경영실 관계자는 "금호터미널의 가치평가 금액을 2700억원에 맞춰서 평가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각 회계법인 직원에게 전달하거나, B회계법인의 평가 자료를 C회계법인에 제공하는 식으로 가치평가 과정에 개입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전략경영실 관계자가 C회계법인 공인회계사에게 '특정 방법(②)으로 평가한 가치결과만을 갖고 가치평가를 진행해달라'는 의견 등을 준 일도 있었다. 해당 회계법인 측이 금호터미널의 가치를 약 4566억원(①·2014년 12월 31일 기준), 약 2753억원(②)이라는 내용 등이 담긴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자 돌아온 반응이었다.

 

박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가치평가 보고서는 배제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 A씨는 상증세법상의 보충적 평가방법(①)에 의한 가치평가 보고서가 발행될 경우 금호터미널을 2700억원에 거래한 이유에 대해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전략경영실 직원에게 해당 방법에 의한 가치평가 보고서를 발행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기재돼 있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박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은 또 다른 회계법인에도 금호터미널 주식가치 평가를 의뢰하려고 했지만, 금호터미널의 가치가 약 5056억원으로 평가(②)되자 최종 평가용역 계약을 맺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한국산업은행도 회계법인 두 곳에 금호터미널의 가치평가를 의뢰했는데 피고인 A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금호터미널 매각 가격 결정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당시 회계법인들이 평가한 금호터미널의 가치는 5000억원대였다.

 

그런데 위와 같은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실무진은 자회사인 금호터미널 매각과 관련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 이사들은 금호터미널의 매각을 결정하는 이사회 하루 전에서야 매각대금이 결정됐다는 요지를 보고받았다"며 "매각대금 산정 경위를 비롯한 구체적인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한 채 매각 가격에 대한 공정한 가치평가가 이뤄졌음을 전제로 형식적으로 이사회 심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만약 피해자 아시아나항공의 이사회에서 그와 같은 사정(가치 저평가 등)을 알았다면 매각 결의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지난 2009년 금호산업이 대한통운에 금호터미널을 2190억원에 넘긴 사례 등을 들어 이번 주식가치 평가 결과가 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회계법인의 가치평가를 거친 사실이 없었던 점 △금호산업이 워크아웃되는 과정에서 채권단과 협의 하에 대한통운에 금호터미널을 매각하면서 내부적인 약식평가(상속세 및 증여세법 평가)를 통해 매각 가액을 결정했던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호터미널 매각 가격 "합리적인 범위 벗어나 저평가된 결과"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재판부는 상증세법상의 보충적 평가방법(①)에 따라 금호터미널 주식 가치의 적정가액을 평가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전제에서 산정된 가치는 약 5816억원(2016년 4월 기준)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 주식을 3100억원 가량 저렴하게 사들인 셈이다.

 

재판부는 "금호터미널은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고, 영업을 통해 얻는 이익의 변동이 큰 회사가 아니다"라며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더 많이 반영되는 평가방법이 금호터미널의 적정가액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방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 박 전 회장은 피해자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로서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자산을 관리함에 있어 법인과 주주 및 채권자의 이익을 고려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다른 계열회사의 주식 등 중요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그 자산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해 실제 가치에 부합하는 적정한 가격으로 거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회장 등이 금호터미널 주식을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기로 미리 결정하거나, 경쟁입찰 등을 하지 않은 채 해당 가격에 맞춰 금호기업과 수의 계약으로 매각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점 등에 대한 지적이었다. 

재판부는 "금호터미널 매각 가격을 결정한 경위 내지 가치판단의 근거 등에 비춰 볼 때 매각 가격 2700억원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저평가된 결과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