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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의 연속?'...박철완 vs 금호석유 '자사주 소송' 각하 판결 의미

Numbers_ 2024. 2. 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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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의 연속?'...박철완 vs 금호석유 '자사주 소송' 각하 판결 의미

자본시장 사건파일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와 금호석유화학 간 법정 공방이 계속될 예정이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 1심에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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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사진=박선우 기자. 금호석유화학 홈페이지·유튜브 채널 '금호석유화학 휴그린'·박철완 주주제안 홈페이지·게티이미지뱅크)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와 금호석유화학 간 법정 공방이 계속될 예정이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 1심에서 지난해 11월 패소한 뒤 항소했다. 현재 이 소송은 22일 기준으로 박 전 상무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린이 법원에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상태다.

항소심에 접어든 이번 법적 분쟁의 전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1심 법원 판단은 어땠을지 판결문을 되짚어봤다.


박 전 상무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 해소"...독자 행보 나서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의 조카로,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다.

박 전 상무와 금호석유화학의 관계가 멀어진 건 지난 2021년 초였다. 그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10%(304만 6782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며 "기존 대표보고자(박 회장)와 공동보유관계 해소에 따른 특별관계 해소 및 대표보고자 변경으로 신규 보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보유자란 합의나 계약 등에 따라 공동으로 주식을 취득 또는 처분하거나,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한 자를 말한다(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특별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박 전 상무의 공시는 앞으로 박 회장과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독자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후 박 전 상무가 주주총회에서 했던 배당 확대 등 주주제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박 전 상무는 회사에서 해임됐다.


금호석유화학·OCI 자사주 맞교환 문제 제기...가처분 신청


박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은 계속됐다. 지난 2022년 박 전 상무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호석유화학과 OCI의 자사주 맞교환과 관련해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앞서 지난 2021년 12월, 금호석유화학그룹의 금호피앤비화학과 OCI그룹의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SB는 바이오 ECH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고,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상호 교환했다. 금호석유화학의 보통주 17만 1847주와 OCI의 보통주 29만 8900주였다.

박 전 상무는 가처분 신청을 하며 "금호석유화학은 2022년 3월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OCI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의 자기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OCI는 해당 주주총회에서 위 주식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당시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2년도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경영권 분쟁 상황이 계속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이 경영상 필요 없이 현 경영진 및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처분한 것은 법률상 효력이 부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3월 22일 금호석유화학 공시 '소송 등의 판결·결정' 일부.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송경근)는 박 전 상무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업들 사이에 전략적 사업제휴 관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자기주식을 교환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금호석유화학과 OCI가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자기주식 교환의 방식을 택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전 상무 "경영권 방어 위한 자사주 처분, 무효"


'자사주 맞교환'과 관련해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자기주식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금호석유화학과 OCI의 자사주 맞교환이 무효라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였다. 소송에는 다른 일부 금호석유화학 주주들도 함께 참여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소송에서 박 전 상무는 주식회사의 자사주 처분이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과 본질이 동일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 전 상무는 "주식회사가 자기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면, 상법 제369조 제2항에 의해 제한됐던 자기주식의 의결권이 부활하게 되고, 이에 따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의 총수가 증가하게 돼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주식회사의 자기주식 처분은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과 그 본질이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시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은 무효'라고 판결한 대법원 판례 등을 주식회사 자사주 처분에도 유추적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이뤄진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처분 행위는 무효라고 했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은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정관이 정한 사유가 없는데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을 위반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2008다50776).

박 전 상무는 설령 위와 같이 법리를 유추적용할 수 없더라도,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처분은 별다른 경영상 필요 없이 금호석유화학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사회 통념상 현저히 불공정한 처분행위'라는 주장도 했다.


1심 "금호석유화학·제3자 거래관계 개입해 '계약 무효' 주장 못해" 


하지만 재판부는 박 전 상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제31민사부(부장판사 김상우)는 이 소송에 대해 '각하' 판결을 했다. 

각하는 소송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원에서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소송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고 있어 내용을 들여다봤지만, 청구인의 주장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기각과는 다르다.  

재판부는 "주식회사의 주주는 주식의 소유자로서 회사의 경영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회사의 재산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 또는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며 "주주는 직접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주주총회 결의 등을 통해 회사의 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이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해 회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대표소송 등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주주가 직접 제3자와의 거래관계에 개입해 회사가 체결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이러한 법리는 회사가 자사주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금호석유화학의 주주인 원고들(박 전 상무 등)이 제3자인 OCI와의 거래관계에 직접 개입해 피고(금호석유화학)를 당사자로 하는 법률행위인 이 사건 자기주식 처분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한다"고 판시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