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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지난 8일 발표한 IR(투자자 대상 실적발표 자료)에도 변화가 눈에 띄었다. '제2의 배그'를 찾아 진행한 M&A(인수합병),투자, 조직개편보다는 배그의 성과가 강조됐다. 크래프톤은 배그를 앞세운 라이브 서비스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5종 이상의 신작으로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역대 최대 연매출…배그 IP 성과 강조한 IR 자료
크래프톤은 2023년 연간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각각 3.1%, 2.2% 증가했고 매출의 경우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8.8% 증가한 5941억원이다.
2023년 4분기 매출은 5346억원, 영업이익은 1643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8%, 30.3% 증가했다.
크래프톤은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확신'을 강조했다. 매출 증대, 글로벌 진출 성과 등을 낸 배그 IP에 대한 확신이다. 최근 크래프톤에게 제 2의 배그 찾기로 부담이 있었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배그가 출시 후 7년이 지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크래프톤에게는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크래프톤 역시 '배그 원툴(한 가지만 능숙하다는 의미)'을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 찾기에 매진했다. 신규 지역에 대한 투자 및 IP 확보를 위한 M&A 등의 활동을 통해서다. 1년 전인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자료에는 배그 IP 파워를 강조하면서도 재도약을 위한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타이틀도 정해지지 않은 신작의 개발 상황을 안내하거나 AI(인공지능) 및 딥러닝 등 신사업 계획을 밝히는 데 실적발표 자료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직전 분기인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자료도 배그 원툴을 벗어날 대안을 제시하는 색채가 강했다. 지난해 11월 '지스타2023'에서 공개한 모바일 신작 '다크 앤 다커 모바일'과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 '인조이(당시 프로젝트 인조이)' 등 게임 타이틀이 각각 자료 한 면 씩을 사용하기도 했다.
크래프톤이 2022년 12월 글로벌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흥행에 실패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크래프톤이 2019년 설립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게임으로, 개발 기간 약 3년 간 2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하지만 신작 공개 후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회사의 목표 누적 판매량 500만장을 훨씬 밑도는 200만~250만장 판매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배그・인도 성과 가시화
하지만 배그 F2P 전환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에 대해 "펍지 IP의 장기적 성장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F2P(Free to Play・부분 유료화) 전환으로 배틀그라운드 IP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졌고, 인도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크래프톤은 2022년 배그를 F2P로 전환했다. F2P는 게임은 무료로 공개하면서 게임 내 결제를 허용하는 수익모델로, 장기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이후 배그 PC/콘솔 버전은 전년 대비 37% 성장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연간 최대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다. 같은 해 저점 대비 70% 상승한 수치다. 최근 3년 간 매출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배그의 지속가능성은 '1B(원 빌리언) IP' 전략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실적발표 자료에서 "핵심 게임성을 발굴해 원 빌리언 IP로 '스케일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빌리언(billion)'이 '많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에서 착안해 대형 IP로 성장시키겠다는 뜻이다. 스케일업 크리에이티브는 2023년 크래프톤이 새로 수립한 전략이다. 신규 IP 개발과 더불어 글로벌 퍼블리싱(배급)으로도 시야를 넓혀 빅(Big) IP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또 인도 등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 성과도 나타났다. 인도는 배그 IP 지속가능성을 발견한 핵심 지역이다. 크래프톤은 인도에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BGMI(배틀 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직접 서비스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BGMI 성과에 대해 "재출시 이후 빠르게 회복하며 인도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또 인도 e스포츠 시장 내에서도 입지를 굳혔다는 설명이다.
크래프톤은 인도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배그의 새 땅으로 점찍었지만 한 차례 큰 위기를 겪었다. 2020년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 영향으로 배틀그라운드 인도 버전의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이후 크래프톤은 BGMI라는 타이틀로 2021년 7월 재개했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인도 등 신흥시장에 진출했다. 크래프톤은 인도 및 신흥 시장에 단독 및 공동 투자 형식으로 e스포츠 기업, 게임 스트리밍·웹소설·소셜·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등 총 1700억원(약 1억300만달러)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e스포츠 기업 노드윈 게이밍 2800만 달러(공동투자) △인도 벤처캐피탈 '쓰리원포캐피탈'의 IFSC 펀드 2억 달러(공동투자) △인도 게임 VC '루미카이'가 출시한 신규게임 펀드 5000만달러(공동투자) 등 세 건의 투자를 진행했다.
중장기 방향성 ‘계단식 성장 그래프’ 제시
크래프톤은 중장기 방향성도 공개했다. 올해부터 스케일업 크리에이티브 전략에 따라 매년 신작을 출시한다는 방침으로, '계단식 성장 그래프'를 제시하며 자사 성장 전략의 가시성을 키웠다.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에는 글로벌로 확장되는 IP(지식재산권) 발굴을 가속화하겠다는 크래프톤의 전략이다. 독립 스튜디오의 빠른 의사결정과 소프트 론칭을 통한 신작 발굴 및 글로벌 퍼블리싱 강화되는 내용이다. 크래프톤은 이번 실적발표에 자료에서 다양한 IP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크래프톤이 제시한 계단식 성장 그래프는 기존 배그 등 기존 IP의 지속가능성과 신규 IP의 흥행 가능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게임업계에서 다수 IP 동시에 발굴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그래프 속 성장 기점은 모두 아직 선보이지 않은 IP의 성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컨드 파티' 형태 퍼블리싱으로 발굴한 IP도 이에 포함된다. 크래프톤은 지난해부터 세컨드 파티 형태로 퍼블리싱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분 투자없이 게임의 유통만 담당하는 서드 파티 퍼블리싱이 아닌 지분 투자를 병행한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으로, 잠재력이 큰 IP를 확보하기 위한 크래프톤의 전략 중 하나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퍼니스톰(한국) 80억원 투자·지분율 24.24% △플레이긱(미국) 263억원 투자·지분율 14.81% △가든스 인터랙티브(미국) 159억원 투자·지분율 10.15% △피플캔플라이 그룹(폴란드) 423억원 투자·지분율 10% △스튜디오 사이(미국) 펀드 700만 달러 △바운더리(한국) 등 총 6곳에 대한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 투자를 단행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블로터>에 "펍지: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올해 출시가 예정된 다크 앤 다커 모바일, 인조이 등의 게임과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으로 확보한 IP 모두가 계단식 그래프의 성장 기점이 될 수 있다"며 "다른 IP들도 향후 준비가 되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신혜 기자 doubletap@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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