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서울바이오시스, 매출 늘어도 손실 확대…원가 비중 95%

Numbers 2024. 2. 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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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바이오시스, 매출 늘어도 손실 확대…원가 비중 95%

서울반도체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가 2023년 732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장용 ‘와이캅(WICOP)’ 판매가 늘며 매출이 증가했지만 원가율이 95%로 치솟아 있어 ‘팔아도 남는 것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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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반도체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가 2023년 732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장용 ‘와이캅(WICOP)’ 판매가 늘며 매출이 증가했지만 원가율이 95%로 치솟아 있어 ‘팔아도 남는 것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바이오시스는 현금흐름 창출에 집중하는 한편, 유상증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바이오시스는 2023년 연결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5052억원, 영업손실 732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1%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17.8% 확대됐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 매출(1460억원)이 당초 예상인 1200억~1300억원 대비 선전했다고 밝혔다. 독자 LED 기술이 담긴 와이캅 매출이 자동차 향 수주 확대로 1년 새 35% 증가했고, 주요 제품인 UV(자외선) LED ‘바이오레즈(Violeds)’의 가전제품 수주가 늘며 전체 매출이 확대됐다.

종합 LED 기업인 서울바이오시스는 IT기기(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에 사용되는 LED 칩을 생산 및 판매한다. 서울바이오시스가 LED 칩을 생산해 모회사인 서울반도체에 공급하고, 서울반도체는 이 칩을 패키징 해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특히 서울바이오시스는 주요 제품인 바이오레즈를 바탕으로 글로벌 UV LED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꼽힌다. 바이오레즈는 물이나 공기를 살균, 정화, 탈취할 수 있는 기술로 가전제품(공기청정기 등)에 주로 적용되며  최근에는 방역로봇, 완성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매출원가 95~96% 수준…재무건전성도 ‘불안’


문제는 이 회사의 매출원가가 95%로 치솟아 있다는 점이다. 원가 비중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마진은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0년 80% 수준이었던 매출원가율은 2021년 83%, 2022년 96%로 치솟았고, 지난해 95%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판매관리비 부담까지 더해지며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2022년 -14.2%, 2023년 -14.5%를 기록했다. 

당시 서울바이오시스는 IR을 통해 미니·마이크로LED의 수율 문제, 글로벌 경기 영향으로 인해 원가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실제 2019년 이후 중국 업체들이 낮은 가격으로 LED 칩 시장에 진입하며 평균 칩 가격이 하락했고, 기존 기업들은 재고가 쌓여 손실이 커졌다.

2022년부터 이어진 영업적자로 재무건전성 또한 불투명하다. 이 기간 서울바이오시스의 부채는 꾸준히 증가해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687%까지 치솟았다. 유동비율은 59%, 순차입비율은 323%를 각각 기록했다. 통상 기업의 부채비율은 200% 미만, 유동비율은 200% 이상, 순차입금비율은 20% 미만일 경우 견조하다고 평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재무여력은 이미 크게 악화 돼있는 상태다.


베트남 이전·와이캅으로 원가경쟁력 확보 ‘자신감’

 

이에 서울바이오시스는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베트남 설비 이전, 고수익 제품군 확대 등의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19년부터 베트남으로 설비를 이전하기 시작한 만큼 올해부터는 베트남 공장을 통해 원가 절감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생산 비용이 낮고, 판매가는 높은 와이캅 수주를 확대해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개선할 방침이다. 

서울바이오시스와 서울반도체가 지난 2012년 공동 개발한 와이캅은 마이크로LED를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아 올려 별도의 와이어, 패키지가 필요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가 TV, 모니터, 자동차를 비롯해 웨어러블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디스플레이 제작 과정에서 공정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패키지가 없어 원가는 절감되고, 판매가격이 높아 수익성이 높은 제품으로 꼽힌다. 이를 토대로 서울바이오시스는 향후 자동차 내외장형 디스플레이, 스마트글라스, 웨어러블 등 미래 성장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재무건전성 개선을 목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서울바이오시스는 2023년 12월 서울반도체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해 총 276억원을 확보했다. 회사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채무상환 대금으로 활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서울바이오시스 관계자는 “2023년에는 재고손실이 발생하며 영업적자가 확대됐지만 그간의 재고손실, R&D(연구개발) 자산의 평가손실 비용이 대부분 처리돼 올해부터는 개선될 것”이라며 “연말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기 시작했고, 향후 자체적으로 현금을 창출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가 절감을 목표로 5년 전 베트남으로 설비를 이전한 만큼 올해는 비경상적인 비용이 적정 수준에서 관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