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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배구조위원회 등 3개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명문화하기 위해 6년 만에 정관을 변경했다. 검찰 항소로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대두됐지만 ‘뉴 삼성’ 전환에는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2월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하는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는 △재무제표 승인 △신제윤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조혜경 사외이사 선임 △유명희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정관 일부 변경 등이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재용 이사회 복귀 무산…'뉴 삼성' 의지는 여전
시장이 가장 주목했던 이 회장의 이사회 복귀는 미뤄졌다. 이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이 회장이 최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해 1심서 무죄 선고를 받으며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검찰이 곧바로 항소한 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회장을 주축으로 한 ‘뉴 삼성’ 전환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 신기술 투자, M&A(인수합병)를 통해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로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4세 승계는 없다고 못박은 이 회장이 직접 구상한 삼성의 미래다.
지배구조 개편은 이 회장의 오랜 숙제다. 이에 삼성은 지난 2020년 지배구조 개편 논의를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관련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 상 삼성이 이미 보고서를 받아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6년 만에 개정되는 이번 정관 변경안에는 이사회 산하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간 ‘기타’로 분류됐던 3개 위원회를 정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위상을 확고히 세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 산하에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경영위원회를 비롯해 위 3개 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내부거래위원회, 2009년 보상위원회, 2017년 거버넌스위원회를 각각 이사회 산하에 설치했다. 이후 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 지속가능경영에 관련된 안건을 논의하는 거버넌스위원회는 2021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삼성생명 법’ 리스크 관리…신사업도 챙긴다
삼성전자는 또 처음으로 정통 금융관리를 영입해 ‘삼성생명 법’ 리스크 관리에도 나선다.
이사회를 비롯한 산하 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사외이사로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삼성전자 사외이사진에 정통 금융관료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인 신 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 금융정책과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거쳐 2013년부터 2년간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생명 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식해 금융 관료 출신인 신 전 위원장을 영입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 법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채권, 주식 보유한도 산정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시가)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 자산은 총자산 대비 3%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취득 원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총수일가가 삼성물산의 지분을 갖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삼성생명이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지배하는 간접 지배 형태다. 하지만 삼성생명 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 대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가치가 시가로 따졌을 경우 회사의 총 자산(297조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또 회사는 로봇, AI(인공지능) 전문가인 조혜경 한성대학교 교수를 영입해 신사업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로봇 전문가인 조 교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 기계소재전문위 위원, 제어로봇시스템학회 부회장, 한국로봇학회 19대 회장을 지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배구조위원회 등 3개 이사회 산하 위원회는 그간 ‘기타’로 분류돼 있어 활동 시 여러 제약을 받았다”며 “이번 정관변경으로 회사가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등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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