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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 김태오 회장 1심]① 대구은행 '캄보디아 부동산 사기' 당했다?...검찰 "뇌물 사건"

Numbers_ 2024. 2. 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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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 김태오 회장 1심]① 대구은행 '캄보디아 부동산 사기' 당했다?...검찰 "뇌물 사건"

자본시장 사건파일지난 2021년 2월 DGB대구은행의 캄보디아 법인(DGB SB)이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DGB SB 측이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현지 에이전트에게 대금 일부를 전달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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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선우 기자. 게티이미지뱅크·뉴스1·DGB금융지주 홈페이지)

 

지난 2021년 2월 DGB대구은행의 캄보디아 법인(DGB SB)이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DGB SB 측이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현지 에이전트에게 대금 일부를 전달했는데, 매매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돈의 행방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그해 12월 검찰은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 임직원 4명이 DGB SB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캄보디아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자금을 현지 에이전트에 전달한 '뇌물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은 이들을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월, 김 회장 등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왔다. '무죄'였다.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현지 에이전트에 지급한 돈이 뇌물에 해당하지만, 국제뇌물방지법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뇌물은 맞는데 처벌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1심 판결문을 통해 사건부터 살펴봤다.

 

DGB SB, 상업은행 전환·부동산 매입 추진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대구은행과 DGB SB는 지난 2019년 4월 이사회를 개최해 DGB SB의 상업은행 전환 신청을 결의했다. DGB SB는 특수은행으로 대출 업무만 가능했다. 상업은행으로 전환되면 수신, 외환, 카드, 전자금융 등 종합금융업무를 할 수 있었다.

같은 달, DGB SB는 캄보디아 중앙은행에 상업은행 전환 신청서를 접수했다. 김태오 회장(당시 대구은행장 겸임)의 지시로 부동산 매입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DGB SB의 상업은행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 관계자는 피고인 A씨(DGB SB 부행장)에게 'DGB SB의 전산개발 계획 등으로 봤을 때 가승인 후 6개월 내 상업은행으로 영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부 정비 후 다시 신청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는 피고인 B씨(대구은행 글로벌사업부장)와 C씨(DGB 금융지주 미래전략본부장 겸 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에게도 전해졌다. 이후 B씨가 캄보디아 중앙은행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과 접촉해 상업은행 전환과 관련된 정보를 알아봤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러던 중 A씨가 캄보디아 국적의 한 에이전트를 만나면서 ①상업은행 전환과 ②부동산 매입에 속도가 붙었다. 이 에이전트는 소액여신전문회사의 대표이사로 피고인들 사이에서는 현지 유력자로 언급됐다.

A씨 등은 해당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고 두 가지(①·②) 업무를 동시에 추진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두 사안을 별개로 진행하면 상업은행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을 회계 처리하기 어렵다'거나 '부동산 매매대금에 상업은행 전환비용을 포함하는 방안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12월 대구지검 보도자료에 제시된 이 사건 범행 개요 (사진=대구지검 보도자료 일부·대구지검 홈페이지)


이와 관련해 검찰은 피고인들이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전달할 로비 자금(350만 달러) 중 300만 달러를 부동산 매입 대금에 포함해 마련하기로 했다고 판단했다. 매입 대금이 실제로는 1658만 달러인데, 1958만 달러로 부풀려 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부동산 매입과 상업은행 전환이 동시에 진행돼야 했다.

위 35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를 제외한 50만 달러는 과거 DGB대구은행이 캄보디아 캠캐피탈 은행(현 DGB SB)을 인수하면서 캄보디아 정부에 약속했던 돈으로 알려졌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우선 350만 달러 가운데 200만 달러를 에이전트에게 현금으로 전달했다. 200만 달러는 DGB SB가 A씨를 통해 캄보디아의 한 업체에서 빌린 돈이었다. 


현지 에이전트와 계약...매매대금 환불 불가 등 포함


캄보디아 산림청 소유 건물이 부동산 매입 후보로 떠올랐다. 현지 에이전트가 감정 평가 업체에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A씨 등 부동산 매입 업무와 관련된 관계자들이 감정가를 미리 확인하거나 평가에 개입하는 듯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이들이 나눈 대화에는 '평가금액이 미터당 1만 1200달러가 될 것입니다', '평방미터당 평가가격 1만 2240달러로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지난 2020년 5월 DGB SB 측은 캄보디아 총리실에 '부동산 매수 의향서'를 제출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부동산 매매가는 1958만 달러로 매매대금은 나눠서 지급하기로 했다.

A씨와 에이전트가 맺은 부가합의서에는 매매대금 환불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1차 부가합의서에는 2차 매매대금의 환불 불가 시점을 캄보디아 정부가 발급한 '매각 허가 결정 사본 취득 시'에서 '매각 허가 신청에 대한 검토 지시 발급 시'로 앞당기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차 합의서에는 'DGB SB가 매각 검토 지시서를 수령했으니 2차 매매대금을 지급할 조건이 충족됐고, 1·2차 매매대금은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었다. 

에이전트의 책임을 규정한 부가합의서도 있었다.

'만약 국가(캄보디아)가 토지를 사유화 혹은 매매하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토지와 매매가격을 구매가격과 같지 않은 금액으로 정하기로 결정한 경우 에이전트는 구매자가 행한 결제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안들은 국가의 유일한 재량권에 속하기 때문이다'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입' 실패...'상업은행 인가 취득' 성공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그런데 지난 2020년 7월, 부동산 매입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A씨 등이 사려고 했던 부동산을 중국계 기업이 인수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캄보디아 총리실에서 부동산 매각'허가'지시서도 받은 상황이었다. 당시 A씨 등이 받은 서류는 매각'검토'지시서였기에 중국계 기업에 우선해 부동산을 사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A씨 등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B씨는 에이전트로부터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은 에이전트 계약에 따라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문서와 '이 사건 부동산을 (DGB SB 측에) 제공하지 못하게 됐다'는 캄보디아 정부 측 공문 등을 받았다.

이에 대응해 DGB SB 측은 대체 부동산을 알아보는 대신 중국계 기업에 넘어가게 생긴 부동산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매매대금을 증액하고 매매계약 체결을 도와줄 캄보디아 내무부 장관에게 자문료 300만 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방안은 김 회장 등 피고인들에게도 전달됐다. 

하지만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중국계 기업이 캄보디아 총리실에서 매각허가지시서를 받은 상황을 뒤집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재매입은 실패했다.

반면 DGB SB 측은 상업은행 인가 취득에 성공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비슷한 시기 A씨는 과거 캄보디아 정부에 약속했던 50만 달러도 에이전트를 통해 전달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DGB SB가 50만 달러 중 일부는 에이전트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 자금은 한 업체에서 빌리는 형식으로 해당 비용을 마련했다.


매매대금 전액 돌려받지 못해...김 회장 등 불구속 기소


부동산 매입 계획이 무산되자, 대구은행은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 2021년 3월 대구은행 측은 A씨가 'DGB SB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며 배임 혐의를 주장했다.

대구은행 측은 'A씨는 이 사건 부동산 매입을 위한 사무 일체를 위임받은 이사로서 DGB SB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에이전트가 위임 사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지검의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2021년 12월 대구지검은 A·B·C씨와 김태오 회장을 국제뇌물방지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검찰은 "국내은행이 해외 진출을 위해 브로커를 통해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관련 인·허가를 취득하는 행위는 국제사회에서의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외로 송금한 국내은행의 자금을 로비자금 마련을 위해 횡령함으로써 회계 투명성을 악화시키는 중대 범행"이라고 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한편 DGB SB 측은 에이전트를 상대로 '부동산 매매대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앞서 작성된 부가합의서에 따라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 전액을 돌려받기 어려웠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월 DGB SB 측은 에이전트와 '기지급 대금(1204만 8000달러)의 약 58%(700만 달러)를 돌려받는 대신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