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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포스코 장인화의 항룡유회(亢龍有悔)

Numbers_ 2024. 3. 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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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포스코 장인화의 항룡유회(亢龍有悔)

계열사 사장단 인사권 분산돼 이런저런 ‘뒷말’국민연금 반대해도 주총 통과는 문제없을 듯부정적 정치기류 부담, ‘포스코패싱’ 해결 난망항룡유회(亢龍有悔), 주역 64괘 중 첫 번째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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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사장단 인사권 분산돼 이런저런 ‘뒷말’
국민연금 반대해도 주총 통과는 문제없을 듯
부정적 정치기류 부담, ‘포스코패싱’ 해결 난망

 


항룡유회(亢龍有悔), 주역 64괘 중 첫 번째인 ‘중천건’에 나오는 효사(爻辭)로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후회할 일만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룹을 떠난 지 3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하는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후보가 어쩌면 지금 ‘항룡유회’를 곱씹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수위원회까지 만들어 21일 주총에서 회장에 선임된 후에 할 일들을 준비하고 있지만 골치 아픈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룹의 본업인 철강 부문의 경쟁력 회복,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한 탄소중립 생산체제 구축, 이차전지 등 미래 소재산업의 지속 발전 등만이 아닙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21일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했습니다. 재계에서 오너가 있는 기업이라면 보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장인화 회장 후보가 전권을 갖고 한 게 아닙니다. 현직인 최정우 회장과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이 공동으로 한 인사라는 게 정설입니다. 단적으로 내부에서는 전날까지도 김지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이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았습니다. 일부는 서로 축하 인사까지 나눴다고 합니다. 결과는 이시우 사장 유임으로 발표됐습니다.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에 1년 전 퇴임했던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선임된 것도 이변이었입니다. 

포스코 사장에 김지용 기술원장이 아닌 이시우 사장 유임으로 결론이 난 것은 조직안정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현재 권력인 최정우 회장과 미래 권력인 장인화 회장 후보 간의 갈등 또는 미스커뮤니케이션 정도로 해석됩니다.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 선임은 회장 자리를 놓고 장인화 회장 후보와 함께 최종 2인 후보에 올라 마지막까지 경쟁한 점을 감안해 사외이사들이 권고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2018년 최정우 회장 선임 당시 막판까지 경합했던 장인화 후보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과거 포스코홀딩스 사장 시절 이사회 업무를 담당하면서 사외이사들과 가깝게 지낸 덕분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모든 권력은 인사에서 나옵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핵심인 인사권이 한 사람한테 집중돼 있지 않고 분산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융지주 등 다른 소유분산 기업에서도 가끔 있는 일이지만 흔한 일은 아닙니다. 인사권의 분산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큽니다. 장인화 차기 회장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해외 호화출장’ 논란과 관련 충분한 설명도 하지 않고 일부 사외이사들이 연임한 것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부담입니다. 김 이사장의 발언은 ‘호화이사회’ 논란에 휩싸인 유영숙 권태균 사외이사 후보 재선임 안이 주총에 상정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은 호화이사회 논란과 관련 박희재 의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반면 김태현 이사장은 호화이사회 논란에 휩싸인 사외이사들이 연임까지 하는 건 곤란하지 않냐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김 이사장의 발언에 담긴 정치적 함의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좀 복잡해집니다. 

일차적으로는 김태현 이사장이 물의를 빚은 2명의 사외이사 연임에 반대한 것이지만 넓게 보면 윤석열 정부의 장인화 신임 회장에 대한 부정적 기류 내지 이사회 재구성 요구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습니다. 

장인화 회장 후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 후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된 2명의 사외이사들을 물러나게 하면 되는데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기존 사외이사의 퇴진도, 신임 사외이사의 선임도 CEO 권한 밖입니다.

결국 사외이사들의 입장이 중요한데 김태현 이사장 발언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1차 반응은 일단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박희재 이사회 의장이 사임한 상황에서 유영숙 권태균 사외이사까지 퇴진할 경우 기존 이사회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더욱이 포스코 본사 및 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 이전을 요구하는 단체와 전직 포스코 고위인사 출신 등이 연결돼 장인화 회장 체제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한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도 드러냅니다.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이 이런 판단과 입장을 고수한다면 21일의 포스코홀딩스 주총에서는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6.71%의 지분을 갖는 최대 주주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연임 건이나 장인화 회장 선임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물론 김태현 이사장이 호화 이사회 논란을 빚은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해서 장인화 회장 후보에 대해서까지 반대표를 던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국민연금이 반대한다고 주총에서 부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소액주주 지분이 75.5%에 이르는 그야말로 국민기업입니다. 국민연금이 KT와 달리 포스코에 대해서는 마음대로 못하는 게 바로 주주 구성의 차이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는 김태현 이사장이 아니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몫입니다. 수책위는 지역가입단체 사용자단체 및 근로자단체가 3명씩 추천한 인물로 구성돼 독립성을 갖습니다. 국민연금 수책위는 그동안 결정적인 사유만 없으면 기본적으로 찬성표를 던져 왔습니다. 과거 하나금융이나 KB금융 회장 선임 때에도 논란이 많았지만 수책위는 찬성했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주총에서 최소 장인화 회장 후보에 대해서는 찬성을, 사외이사 연임 건에 대해서는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상식입니다. 물론 그렇더라도 소액주주들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주총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주총도 주총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개선, 즉 ‘포스코 패싱’ 의 해결입니다. 국민연금 김태현 이사장의 경고는 윤석열 정부의 포스코그룹에 대한 불편한 시선으로 읽는 게 상식입니다. 장인화 회장 후보의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포스코 패싱’ 이슈는 국민연금이 아닌 용산 대통령실과 풀어야 합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CEO가 하는 일마다 문제가 생기는 항룡유회(亢龍有悔)의 국면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역에서는 군룡무수(群龍无首)와 따를 수(隨)를 해답으로 제시합니다. 군룡무수는 머리 없는 용들은 길하다는 뜻인데, 자기가 최고라는 우월의식을 버리고 무아의 지혜를 배우라는 의미입니다. 수(隨)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자기를 비우고 아래에 있는 현명한 사람들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런 따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포스코그룹의 장인화 신임 회장이 참고할만 합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