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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1억원 출산장려금이 던진 과제

Numbers_ 2024. 2.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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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1억원 출산장려금이 던진 과제

폭넓은 기부활동 좋지만 1인소유 기업이기에 가능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으로 지속가능성 높여야최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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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기부활동 좋지만 1인소유 기업이기에 가능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으로 지속가능성 높여야


최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1명당 1억원씩 현금을 증여하고 셋째부터는 영구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부영그룹의 종업원 후생복지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매년 노조와 팽팽한 밤샘 줄다리기 협상을 하는 대다수의 기업들을 생각하면 부영 이중근 회장의 행보는 매우 파격적이다.

이중근 회장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6월 고향마을 주민 280여명에게 마을 거주기간에 따라 적게는 26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현금을 나눠 줬다. 지난해 8월에는 고향의 초중학교 동창생 80여명에게 1인당 1억원씩을 전달하며 이미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전력이 있다. 모두 자신의 사재를 털어 세금을 공제하고 현금 1400억원과 제공한 물품을 모두 포함하면 대략 2400억원이 넘는 금품을 희사(喜捨)했다.

1983년 출범한 ㈜부영은 정부가 아주 싼 금리로 공급하는 주택도시기금(구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건설한 주택을 공공임대와 분양을 해서 돈을 벌어온 회사다. 대부분의 민간 건설사들이 낮은 수익성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은 공공임대 사업영역이었지만 고도 성장기에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기조를 잘 활용해 공공임대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는 등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집은 정부가 지원하는 싼 기금 자금으로 짓고 돈은 서민대중이 매월 꼬박꼬박 내는 임대료와 일정기간 지난 후 파는 분양대금을 받아 벌었다. 기라성 같은 수많은 건설사들이 무너졌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현금 장사인 임대사업의 특성을 살려 비교적 견실하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09년 ㈜부영에서 물적 분할해 설립된 부영주택은 그룹 자산과 수익의 70~80% 이상을 책임지며 사실상의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하는 핵심 자회사다. 부영주택의 지분 100%를 소유한 ㈜부영은 이중근 회장이 지분 93.79%를 보유한 부영그룹의 지주회사이다. 사실상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1인 기업인 셈이다. 2022년 연결기준 ㈜부영의 자산은 자회사 부영주택과 거의 비슷한 15조원이다. 부영주택은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각각 387억원 11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21년 4065억원 2022년 1260억원 배당을 실시했다. 그동안 벌어 쌓아 놓은 천문학적인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헐어서 중간배당과 연차배당을 통해 지주회사로 이익을 이전한 것이다. ㈜부영은 2021년에 당기순이익 42억원을 시현했지만 2004억원을 배당했고, 2022년에는 1075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을 했음에도 1295억원을 배당했다. 비상장으로 거의 100% 지분을 보유한 절대적인 제왕적 1인 지배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2022년 연결기준으로 ㈜부영이 보유한 임대주택 자산은 4조6406억원이며 임대보증금은 8조 3695억원, 주택도시기금 차입금은 3조4241억원이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 분양을 받는 국민이면 누구든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주택기금채권을 비롯해 모든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다. 부영은 이러한 저리의 주택도시기금을 빌려서 지은 주택을 임대하고 분양해서 돈을 벌고 있다. 분양수입이 2021년 1조5118억원 2022년 4165억원이며 임대수입은 2021년 824억원 2022년 778억원으로 공공주택 분양과 임대를 통해 매년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 부영은 최저가 공사비 하도급으로 하자 투성이 싸구려 집을 지어 서민들 상대로 비싼 임대료를 받아 돈을 버는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이러한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덮기 위해 기부를 많이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렇게만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동안 이중근 회장은 장기간에 걸쳐 폭넓게 기부활동을 해왔다.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한 2022년에도 180억원의 기부금을 집행했다. 부영그룹과 이중근 회장 개인이 그동안 꾸준히 실행한 현물과 현금 등의 기부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에 관심이 많아 미안마 등 해외는 물론 국내 전국 초중고 130여곳과 대학 12곳 등에 장학금 수여와 기숙사 건설 등 다양한 기부 선행을 펼쳐오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평소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이 크기로 소문나 있다. 그럼에도 2004년 4월 협력사 공사대금 부풀리기 등 분식을 통해 약 2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조세포탈 뇌물공여 정치자금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어 고초를 겪기도 했다. 2020년 8월에는 횡령 366억원 배임 156억원 등 부정한 경영행태로 다시 기소되어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2023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돼 여든이 넘은 고령임에도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기부의 왕인가 아니면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위법자인가? 적자기업이 천문학적 규모의 배당을 하고 그 돈으로 지인들과 나누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은 부영그룹이 이중근 회장의 1인 지배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2020년 ㈜부영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1조5000억원에 달했다. 2004억원의 거액을 배당한 2021년에도 1조3076억원이 남아 있었고 2022년 1259억원을 배당한 후에도 미처분 이익잉여금 1조930억원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상법 제462조에서 기업의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에서 자본금 법정준비금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차감한 범위내에서 주총 결의를 통해 배당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법이 정한 범위내에서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배당하는 것을 누구도 탓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부영이 대규모 배당을 실행했던 2021년은 회사 당기순이익이 42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시기였고 2022년은 급기야 1075억원 적자로 전환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분을 100% 소유한 비상장인 자기 회사이니 오너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영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과 임대주택 세입자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기여한 공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좋은 복지프로그램과 수많은 청년학생들의 꿈을 이어가는 장학사업이 중단 없이 오래 유지되길 바란다.

하지만 부영그룹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공 이상으로 더 크게 성장하고 사회적 역할을 다하려면 회사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부영과 이중근 회장이 돈도 잘 벌고 사회적 문제들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지속가능 경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기업으로 오래 남길 기대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