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주주행동주의

주총 앞두고…바쁘게 움직이는 행동주의 펀드

Numbers_ 2024. 3. 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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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두고…바쁘게 움직이는 행동주의 펀드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들 행동주의 펀드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등 강력한 주주 친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오너 중심의 경영환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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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들 행동주의 펀드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등 강력한 주주 친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오너 중심의 경영환경에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이다. 삼성물산은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 미국계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한국계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으로부터 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제안을 받았다. 이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 해당 안건이 의안으로 상정된 상태다.

이들 행동주의 펀드 연합은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과 보통주 4500원(우선주 4550원) 배당을 요구했다. 삼성물산이 이번에 5개 펀드 연합으로부터 받은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할 경우 주주환원 규모는 총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공고를 통해 "주주제안이 요구하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 삼성물산 잉여 현금 흐름을 100% 초과한다"며 "이같은 현금 유출이 이뤄질 경우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른바 '조카의 난'이라 불리는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동맹을 맺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8.23%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박 전 상무는 최근 차파트너스를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인으로 추가하고 자신의 자사주 지분 권리를 위임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 0.03%를 확보한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 △자사주 소각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주 제안하며 박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과거에도 맥쿼리인프라, 남양유업, 사조오양 등을 대상으로 행동주의에 나선 전력이 있다.

태광산업의 경우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사회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지분 5.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트러스톤는 태광산업을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대 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29.48%)과 비교해 지분 격차가 크다. 트러스톤은 "제안된 후보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의 영업상황 개선 및 이사회 중심경영에 이바지할 수 있길 바란다"며 경영 참여 의지를 본격화했다. 트러스톤은 지난해 주총에서도 △1주당 1만원 현금배당 △주식 10분의 1 액면분할 △자사주 취득 등을 제안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태광산업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2 수준이고 배당성향도 낮아 대표적 저평가주로 꼽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분 3%를 보유한 KCGI자산운용으로부터 자사주 소각, 감사위원 선임 절차 개선 등을 요구받았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 8월에도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안을 포함한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신규 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 등을 원안대로 가결한 것을 두고 "주주 권익 침해"라며 공개 비판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갈수록 활발해지는 추세다. 글로벌 기업거버넌스 리서치업체 딜리전트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 주주제안을 받은 기업 수는 77곳으로, 2020년(10곳) 대비 7.7배 늘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행동주의펀드가 증가한 배경에 대해 "2016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과 2020년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 등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이 실제 주총에서 통과되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2022년의 경우 주주제안 통과비율은 각각 5.5%와 5.6%에 그쳤다. 지난해 주주제안 통과비율은 20.2%로 늘었지만, 이 역시 높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