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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 이른바 ‘3차 조카의 난’으로 알려진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 개입해 주목받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맥쿼리자산운용 인프라투자팀 인사들이 주축으로 있는 곳이다. 설립 초기에는 운수·인프라 투자에 특화된 하우스로 명성을 떨쳤으나, 사조오양과 남양유업 등 특정 기업을 상대로 행동주의를 전개하며 영역을 넓혔다.
투자은행(IB) 업계도 차파트너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국내 증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경영참여형 PEF 운용사를 필두로 한 행동주의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거래를 진행하고 수익을 창출하던 PEF 운용사의 투자 저변 확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단순히 ‘지나가는 바람’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 최전선에 선 PEF
18일 업계에 따르면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측 의결권 위임 대리인들은 주주들의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한 위임장을 확보하고 있다. 오는 22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우군인 차파트너스가 주주제안한 안건들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특별관계인이 된 차파트너스는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는 정관변경안과 내년까지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안건을 제출한 상태다.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하면서 자연스레 차파트너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차파트너스는 이번 주주제안의 목적이 경영권 분쟁에 관여하겠다는 의도가 아닌 ‘주주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 박 전 상무와 공감대가 형성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이달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게 80% 주주들의 권리를 제고하기 위해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놓고 재계·IB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실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PEF 운용사들이 회사의 일정 지분을 갖고 활동을 펼치는 것과 비교해 차파트너스가 취득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약 10억원어치인 0.03%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무적투자자(FI)인 이상 어느정도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둬야 할 텐데, 예상되는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일뿐더러 행동가(Activist)로서도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경영권 분쟁 같은 것에 개입하는 건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금전적 책임을 최소화하려 하다 보면 그냥 찔러보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의) 시가총액이 커서 단독으로 3% 수준의 지분을 매입하기엔 자금 소요가 크다”고 밝혔지만, 회사 측은 “사실상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해 움직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받아쳤다.
차파트너스가 금호석유화학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다. 단순히 박 전 상무가 우군으로 삼을 행동주의 펀드를 찾다가 차파트너스를 택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재계와 IB업계 안에서의 다양한 인맥 관계는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을 주도했던 MBK파트너스의 부재훈 부회장은 조현식 고문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익히 알려졌으며, 차파트너스를 설립한 차종현 대표는 조 고문의 처남이다. 때문에 당시 MBK파트너스와 조 고문을 연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로 차 대표가 거론되기도 했다.
맥쿼리 출신 '시내버스왕'…행동주의 펀드로
차파트너스가 설립된 건 지난 2019년 6월이다. 차 대표와 김주원 공동대표, 김석원 상무 등 맥쿼리자산운용 인프라투자팀 출신 인사들이 2018년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플랫폼파트너스) 스페셜시추에이션 본부로 이직했는데, 이들이 독립해 만든 신설 운용사가 지금의 차파트너스다. 현재 8명으로 구성된 차파트너스 임원진 중 4명이 맥쿼리 출신이다. 자본금 약 27억원에 ‘티씨파트너스’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으며, 2020년 1월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마쳤다. 이와 동시에 상호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차파트너스의 핵심 구성원이 인프라투자 전문가들이었던 만큼, 초기에는 운송·인프라 투자에 집중하며 이름을 떨쳤다. 2019년 12월 한국BRT를 시작으로 지난해 8월 선일교통까지 시내버스 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서울시에서 운행되는 버스 6600여대 가운데 차파트너스 소유의 버스가 약 1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각종 논란에도 휘말렸다. 먼저 차파트너스의 시내버스 보유량이 늘어가며 준공영제에 따라 지자체에서 시내버스 업계에 세금으로 지급하는 재정지원금이 사모펀드로 들어갔다는 논란이 일었다. 차파트너스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서울과 인천, 대전, 제주 지역에 20개 업체를 통해 2000여대의 버스를 갖고 있다. 2020년 말 1457억원이던 차파트너스의 운용자산(AUM)은 이달 2424억원까지 확대됐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있었다. 차파트너스가 인수한 서울시 시내버스 업체들의 한국타이어 구입 비중이 3배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차 대표와 한국앤컴퍼니 조 고문이 친인척 관계였던 만큼 의심을 피해가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 고문이 설립하고 차 대표의 누나가 이사로 있는 경영참여형 PEF 엠더블유앤컴퍼니가 차 대표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요식업체의 지분 31.5%를 인수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행동주의 펀드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건 2022년 3월이다. 당시 차파트너스는 토비스와 사조오양을 상대로 주주활동을 펼쳤으며, 지난해 3월에는 남양유업에게도 활동을 전개했다.
이 또한 차 대표의 경험과 연관이 적지 않다. 그는 플랫폼파트너스로 이직했던 2018년 ‘전직장’인 맥쿼리를 상대로 주주활동을 펼친 전력이 있다. 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GP)를 맥쿼리자산운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교체하고, 운용보수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활동으로 맥쿼리인프라의 GP가 교체되지는 않았지만 맥쿼리자산운용의 보수 인하를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로서의 성과는 크지 않은 편이다. 토비스에 주주제안했던 배당, 정관변경, 감사선임, 자사주 소각 등 안건은 모두 부결됐으며, 사조오양에 제출했던 안건은 감사 선임건을 제외한 배당, 자사주 매입, 자진상장폐지 등 부결됐다. 이듬해 남양유업에 주주제안을 했을 때도 감사 선임건만 가결되고 자사주 매입과 액면분할 등 핵심 안건이 모두 주총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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