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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주주제안 3수에 도전한다. 최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업들에게 주주환원 확대를 권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시류를 제대로 탔다. 이에 시장은 일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움직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으면서도 대부분 금호석유화학 측의 판정승에 손을 들었다. 우호 지분 싸움에서 경영진 측이 앞서있기 때문이다.
표면상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와 연합의 형태를 띄지만, 차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은 0.03%에 불과해 사실상 주연은 박 전 상무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도 퇴색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집안싸움의 키를 쥔 곳은 국민연금이다. 특히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냐, 절반만 소각하냐인데, 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중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주 소각 '절반 vs 전량'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 측이 제안한 안건은 크게 두 가지다. △주총 결의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2년에 걸쳐 자사주 전량 소각할 것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김경호 후보를 선임할 것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자사주 소각에 대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경영진은 자사주를 3년에 걸쳐 소각하되, 절반만 소각하겠다는 안건을 올린 반면, 박 전 상무 측은 전량 소각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 모색해줄 것을 권하고 있다. 주식수를 줄이는 자사주 소각은 배당 보다 적극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통한다. 양측 모두 자사주 소각을 약속했기 때문에 주주들이 판단한 적정 소각 비율에 따라 표심이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의결권 자문사들도 이 부분에서 경합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서스틴베스트는 이번 주총 의결권 보고서에서 박철완 전 상무 측이 제안한 '자기주식의 소각' 관련 정관 변경 안에는 '찬성'하면서도 전량 소각 의견에는 반대했다.
국민연금 표심따라 승패 갈릴 듯
소액주주들의 공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키맨은 단연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9.08%이며, 자사주 제외한 의결권 행사 가능한 지분만 고려할 경우 11.1%에 달해 단일 주주 기준 오너일가 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사장 등 회사 측 지분은 15.5%이며,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 측 지분은 10.1%다.
국민연금이 어느 쪽 의견에 손을 들어 줄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자사주 소각에 동의하되, 소각 물량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중이 표결을 가를 전망이다.
과거 국민연금의 표심은 박철완 전 상무 측 보다 회사 측에 기울었다.
지난 2021년 박 전 상무는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씩 배당할 것을 제안했으나, 국민연금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 사외이사 여럿을 추천했으나, 국민연금은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에 표를 행사했다. 이듬해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박 전 상무가 올린 배당안, 사외이사 후보 등에 반대했다.
일단 국민연금이 참고하는 의결권 자문사들은 대부분 회사 측 안건에 동의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앞서 삼성물산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회사 쪽 안건에 동의했다"며 "금호석유화학도 자사주 소각을 얘기한 만큼, 국민연금이 굳이 박 전 상무 쪽 의견에 손을 들어 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시류를 타서 판을 흔들 수는 있으나, 박 전 상무 측의 우호 지분이 적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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