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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J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도입될 집중투표제가 해외주주들의 경우 온전히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반쪽짜리'에 그쳐 국내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30분 전북 전주시 본점에서 제1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비상임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올해 JB금융 주주총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의안은 사외이사 선임이다. JB금융과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사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서로 다른 후보들을 밀고 있는 형국 때문이다.
앞서 JB금융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 5일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주주 추천 사외이사 2명을 증원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추천받은 사외이사 후보는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이사와 이명상 변호사다. 이들은 각각 2대 주주와 3대 주주인 얼라인, OK저축은행의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올랐다. 이 밖에 얼라인은 김기석·정수진·김동환(이상 사외이사 후보), 백준승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도 추천했다. 이 중 정수진 후보는 일신상의 이유로 후보직에서 내려왔다.
이후 JB금융은 주주제안에 대한 입장을 통해 임추위가 추천한 후보에 찬성표를, 이희승 이사를 제외한 얼라인 추천 후보에게 반대표를 권고했다.
이사 선임은 집중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집중투표제는 다수의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 예정 이사의 수만큼 부여된 의결권을 1인에게 집중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분배해 행사하고, 다득표순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선임 예정 이사가 5명이고 주주의 보유주식이 100만주라면 총 500만표의 의결권을 가지고, 의결권을 특정 후보 1인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나눠 행사하는 식이다.
이번 주총에선 해외 주주가 의결권 행사 서비스를 통해 투표하면 외국계 은행 등 상임대리인을 거쳐 한국예탁결제원에 전달된 뒤 주주총회에서 반영된다.
2대 주주인 얼라인은 외국인 주주 투표 후 의결권 행사 서비스와 상임대리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해외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식을 가진 만큼 의결권을 나눠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표 분배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얼라인 지적의 골자다.
실제로 얼라인이 확보한 일부 외국인 주주 의결권 행사 서비스 실행 화면을 보면 외국인 주주가 JB금융 주총 전 투표하는 화면엔 찬성과 반대만 선택할 수 있다. 표 분배를 위한 별도 기입 공간은 없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100만주를 가진 외국인 주주가 이사 후보 1명에게 찬성하면 500만주로 전달돼야 하는데 상당히 많은 경우 100만주로 표기돼 전달된다"며 "JB금융에게 이를 바로잡아야 할 의무는 없지만 주주를 생각해 (시스템상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분배가 없었더라도) 500만주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의결권 행사 시스템의 문제를 반영해 외국인 주주의 표를 조정한 사례도 있다.
KT&G는 지난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외국인 주주 집중투표 방식 의결권 행사 관련 통지문을 발표했다. 통지문을 보면 KT&G는 "원칙적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이 당사에 통지한 내역에 따르되 주주들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합치되는 방식(예컨대 기재된 행사의결권수가 해당 주주가 실제로 행사 가능한 의결권수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찬성 표시된 후보자별로 그 의결권 수를 비례 조정하고, 행사 가능한 의결권수 기준이 아니라 보유주식수 기준으로 잘못 기재한 것이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는 행사 가능한 의결권수로 비례 조정하는 방식 등)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주 의사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 행사 가능한 의결권 수로 비례 조정하는 대안적인 집중투표 표결 방식을 인정한 결정이다.
해외에선 보유주식에 비례한 의결권 반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찌감치 집중투표를 의무화한 곳도 있다. 대만이 대표적이다.
대만은 지난 2011년 기업 주주총회에서 소액 주주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 제도 시행이 선행된 덕에 대만에선 표 분배 등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비교적 용이하다.
얼라인은 외국인 주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황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빗대면서 JB금융의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주총 전까지 KT&G와 같은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다.
이창환 대표는 "집중투표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와도 의결권 행사를 제대로 못하면 밸류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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