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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사법 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인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철회했다.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당초 내놓았던 이사회 구상도 차질을 빚는 양상이다. 특히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는 기존의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한국타이어는 25일 정정공시를 통해 당초 28일 열리는 주총 안건으로 올렸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후보를 사임해 안건을 철회하지만 회장으로서 역할을 변동없이 수행할 예정이다.
조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타이어몰드' 납품가격을 높게 받는 방식으로 계열사 MKT(현 한국프리전시웍스)를 부당 지원해 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의 부실경영을 알면서도 50억원을 대여했다는 혐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은 조 회장과 경영진의 이사직 사퇴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같은 논란은 소액주주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조 회장은 2012년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12년만에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앞서 ‘형제의 난’ 이후 내놓았던 이사회 개편 등 구상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앞서 형인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당시 조 전 고문은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추진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이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분쟁은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한 차례 분쟁을 겪은 한국타이어는 조 회장 중심의 경영권 안정화가 숙제로 남았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회 구성원을 기존 7명에서 9명으로 늘리고 사외이사도 일부 교체하는 등의 개편에 나섰다. 하지만 조 회장이 사법 리스크 부담으로 재선임안을 철회하면서 이사회는 8명으로 한명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한국타이어는 이사회 내의 감사위원회 체제도 변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4명의 사외이사(표현명·강영재·김종갑·이미라) 전원이 감사위원회 위원을 겸임했다. 이번 주총을 통해 기존 감사위원장인 김종갑 전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대표를 포함해 새롭게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김정연 이화여대 교수, 한성권 현대차 정몽구 재단 부이사장, 문두철 연세대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선정했다. 앞서 조 회장 측 인사로 알려진 이미라 전 GE(제너럴 일렉트릭) 한국 인사총괄은 물러날 예정이다.
당초 감사위원에 재선임 예정이었던 김종갑 이사는 주총을 앞두고 조 회장과 마찬가지인 일신상의 사유로 감사위원회 후보직을 사임했다. 다만 이사직은 유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이사회는 주총 이후 8명 체제로 확장하지만 감사위원회는 오히려 1명 줄인 3명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물론 상법상 규정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인원은 3명 이상이어야 하고,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다만 위원회 구성원이 최소한의 숫자로 후퇴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감사위원회 축소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김종갑 감사위원이 일신상 사유로 사퇴를 하면서 위원회도 기존에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며 “다만 상법에서 규정하는 사외이사 최소 인원을 넘겼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고 언급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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