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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지난 3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 온 편정범 전 대표와의 동행을 끝내고 조대규 신임 대표(사진)를 맞이했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과 조 대표의 2인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신 의장은 장기 전략과 기획, 자산운용을 담당한다. 조 대표는 편 전 대표가 맡았던 보험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 교보생명에는 산적한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신한라이프의 거센 추격,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한 지주사 전환 추진 시 교보문고의 처리 방안, 어피니티 컨소시엄과의 풋옵션 분쟁 등이다.
조 대표는 1989년 교보생명에 입사한 이후 36년째 교보에만 몸담고 있는 정통 교보맨이다. FP본부장에 이어 영업교육팀장, 계성원(연수원)장, 전략기획담당 등 영업 현장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을 쌓으며 일찌감치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부터 경영기획실 총괄을 맡으며 신 의장 직속으로 꾸려진 거버넌스관리 TF(태스크포스)팀을 이끌며 신 의장을 보좌했다. 또 지속경영기획실장 시절 맡았던 업무가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 추진,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같은 재무적투자자(FI)와 협상 등을 관장하는 등 장기전략 수립과 관련이 있다. 조 대표는 당시 어피니티와 풋옵션 분쟁에서 증인으로 서는 역할도 했다.
교보생명은 조 대표의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실적 개선과 안정적인 지주사 전환, 어피니티와의 분쟁 봉합을 모두 해결해줄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결산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예실차 개선으로 보험수익이 증가해 당기순이익 489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592억원 증가한 수치지만 5000억원에 못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가 4724억원을 기록하며 격차를 상당히 좁혔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2023년 기말 보험계약마진(CSM)은 6조1153억원을 확보하며 전년(5조5338억원)에 비해 약 10% 증가했다. 같은기간 신한라이프는 7조1687억원으로 7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말 기준 CSM은 삼성생명이 12조2000억원, 한화생명이 9조2380억원을 기록하며 1, 2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제 생명보험업계 1, 2위를 다투던 시절을 뒤로하고 4위로 떨어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신계약CSM은 1조372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삼성생명(3조6280억원), 한화생명(2조7172억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한라이프(9018억원)보다는 조금 더 확보했다.
조 대표가 취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창하며 기존 보험사업 개선에 집중할 것을 표명했다.
그동안 교보생명은 저축성보험에 강점을 보여왔다. IFRS17에서는 만기 시점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저축성보험을 보험영업수익으로 책정하지 않는다. 대신 이를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에 순이익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부분의 보험사가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려왔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비중은 여전히 5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25회차 이상 계약유지율이 전년대비 급감한 데는 저축성보험의 영향이 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2022년 이후 고금리 금융상품의 등장으로 기존에 판매된 저축성 상품의 해약 증가로 저회차 유지율이 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25회차, 37회차 계약유지율은 각각 46.83%, 45.56%로 전년도 61.99%, 58.23%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반면 49회차 계약유지율은 37회차보다 높은 49.63%를 기록, 전년도 43.72%에 비해 증가했다.
퇴직연금 수익률 부문의 수익률 향상도 절실하다. 생명보험협회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교보생명의 DB형(확정급여형)·DC형(확정기여형)·IRP 원리금비보장형 수익률은 각각 14.43%, 15.78%, 14.4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DB형·DC형·IRP 원리금비보장형 수익률은 각각 9.98%, 14.98%, 14.61%로 나타났으며, 한화생명은 각각 5.21%, 13.27%, 14.72%를 기록했다. DB형은 수익률 1위를 지켰지만, IRP형은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소폭 뒤졌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어피니티를 포함한 FI(재무적투자자)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다. 지주사 전환 첫 단추인 인적분할을 하려면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는 신창재 의장 및 특수관계자, 우호세력인 코세어캐피탈 등 지분을 모두 합해도 66.7%가 되지 않는다.
박준한 기자 bigstar102@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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