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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최근 조직 개편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주사격인 ㈜한화는 물적분할, 방위산업 핵심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을 각각 추진한다. 그동안 그룹을 확장하는데 활용했던 분할 기법을 재차 꺼내든 모습이다. 이번 재편을 놓고 3세 경영을 위한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3형제들이 다툼 없이 사업을 나눠가지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분석이다.
늘어나는 계열사…낯익은 ‘분할카드’
한화그룹은 최근 잇따라 주요 계열사 분할 구상을 공개했다. 우선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한화는 모멘텀 부문의 물적분할을 통해 100% 비상장 자회사 한화모멘텀(가칭)을 설립한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 부문의 해상풍력 사업은 한화오션에 4025억원을 받고 양도한다. 또 글로벌 부문의 태양광 장비 사업은 370억원에 한화솔루션으로 넘긴다.
㈜한화는 한화솔루션과 한화오션으로부터 받은 매각 대금을 활용해 글로벌 부문의 고부가 소재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모멘텀은 2차전지 장비와 정보기술(IT)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특히 2차전지 사업은 배터리 소개 가공부터 전극과 조립, 포메이션, 모듈팩 공정에 들어가는 설비를 갖추며 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주요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5일 인적분할을 공시했다. 기존 방산 관련 사업을 남기고 신설하는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가 시큐리티, 칩마운터, 반도체장비 등 사업을 가져가는 그림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 등 알짜 자회사를 넘기고 방산에 집중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한화그룹에게 분할과 합병 등을 통한 재편 이슈는 익숙한 일이다. 앞서 2021년 한화솔루션은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의 자산개발 사업 부문을 흡수합병했다. 이듬해인 2022년 첨단소재 부문은 물적분할을 진행해 한화첨단소재를 신설했다. 지난해 다시 인적분할을 통해 갤러리아부문을 떼어내 한화갤러리아를 설립했다.
주력으로 떠오른 방산은 삼성, 두산과 빅딜을 통해 확보한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과 한화시스템(구 삼성탈레스)을 기반으로 지금의 구조를 구축했다. 한화테크윈은 2016년 한화디펜스(옛 두산DST)를 인수했고 이듬해 물적분할을 추진해 한화지상방산, 한화정밀기계를 신설했다. 2018년에 사명을 지금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변경했다.
경영승계 청사진, 최대 쟁점은 ‘장남·삼남’ 합의점
한화그룹의 사업 재편 행보는 다양한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3세 경영을 책임지는 3형제의 승계 시나리오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형제간 독립경영을 위해 지주사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효성그룹의 사례를 들어 한화 역시 형제간 양보와 타협을 통해 각자 영위할 사업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한화그룹 3형제는 그동안 재편 과정 속에서 각자 고유의 사업 영역을 구축했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과 우주항공 등 사업을 주도하는 가운데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부문,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유통과 레저, 로봇 등을 가져가는 구도였다. 한화그룹이 각각의 분할을 완료하면 3형제의 사업 승계 구도는 보다 명확하고 원활하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영 승계를 본격화할 경우 장남인 김 부회장과 삼남인 김 부사장 간의 계열사 재편이 최대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차남인 김 사장은 금융 부문을 총괄하며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만큼 쟁점이 될 여지가 적다. 결국 장남과 삼남 간의 영역 조정에 초점이 맞춰지는 셈이다. 김 부회장은 차기 총수로서 방산 분야에서 경영 능력을 펼치고 있다.
삼남인 김 부사장 역시 유통과 레저 등 부문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왔는데 이번 분할을 통해 로봇과 기계 등을 온전히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화 물적분할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 계열사 한화모멘텀과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가져가는 시나리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경우 김 부회장이 방산과 조선업 등 굵직한 사업을 확보하고 로봇과 기계 등의 알짜 사업은 동생에게 양보해 전반적인 규모를 키워주는 청사진을 예상할 수 있다.
한화는 이번 분할 작업이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일축했다. 사업 성격에 따른 재편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각각의 계열사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아직 총수인 김승연 회장이 건재한데다 오너 3세들의 지배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승계 구도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향후 승계를 위해 형제간 사업 구도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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