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이서현 삼성물산 복귀] 이서현 사장, 이번엔 등기이사로 '책임경영' 나설까

Numbers_ 2024. 4. 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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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삼성물산 복귀] 이서현 사장, 이번엔 등기이사로 '책임경영' 나설까

지난 1일 5년여 만에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으로 복귀한 이서현 사장의 등기이사 등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8년 12월 당시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이끌던 이 사장은 14년간의 임원 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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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4년에 달하는 임원 임기 동안 등기이사에 등재된 적이 없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소속 임원으로, 의사결정에 의한 법적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사진=삼성물산)


지난 1일 5년여 만에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으로 복귀한 이서현 사장의 등기이사 등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8년 12월 당시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이끌던 이 사장은 14년간의 임원 임기를 마치고 삼성물산에서 퇴직했다. 이 사장은 이 기간 단 한 번도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패션부문을 벗어나 전사 총괄로 돌아온 만큼 이 사장의 영향력이 더욱 비대해진 가운데, 삼성그룹 총수 일가이자 삼성물산 지분 6.23%를 보유한 2대주주로서 이 사장이 더 이상 경영상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귀한 이서현 사장의 등기이사 등재 여부 촉각  


3일 삼성물산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업무수행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사회 내 5개 위원회(ESG/사외이사후보추천/감사/보상/경영)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등기이사는 모두 각 부문장(건설, 상사, 리조트, 패션)이 맡고 있으며 이들은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에서 법인 설립이나 사업 입찰 등 주요 안건을 처리한다.  

기업의 임원은 등기와 미등기로 구분된다. 등기임원은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선임되며 기업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한다. 주요 안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그만큼 경영 활동에 대한 성과는 물론 법적 책임이 따른다. 반면 미등기임원은 기업 경영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이사회에 소속되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일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차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동생이다.  

이 사장은 2005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9년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에서 전무를 겸했고 2010년 제일모직 패션사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3년 말부터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사장을 지내며 사실상 기업 경영 최전선에 나섰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이후 줄곧 패션부문장 사장을 지냈다. 임원으로 활동한 기간은 14년에 달한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 기간 등기이사에 등재된 적이 없다. 퇴직 전 5년 동안 사장 직함을 달고 패션사업을 도맡던 때 역시 대표이사를 지내지 않았다. 이는 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행보와 상반된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1년부터 호텔신라 대표이사(등기이사)로 재직 중인 것은 물론 이사회 의장까지 맡고 있다. 이 사장의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지난 2016년 처음 사내이사로 선임돼 3년간 등기이사직을 수행한 바 있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의 2대주주다. 이 회장(18.1%)에 이어 6.23%의 지분을 들고 있다. 삼성그룹은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분고리를 갖고 있다. 이 사장은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상 지배력을 보유한 주주로서 책임경영에 나설 명분은 크다는 의미다. 더욱이 이 사장이 맡은 전략기획담당이란 직책이 패션부문에 국한돼 있던 과거와 달리 전사를 아우른다는 점은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삼성물산이 과거 삼성그룹 승계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향후 이 사장이 등기이사로서 책임경영을 입증한다면,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는 건 경영에는 참여하면서 기업이 갖고 있는 여러 리스크와 문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며 "ESG경영 측면에서 크게 접촉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책임경영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덕목인 만큼 역량을 입증만 한다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