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왓챠, '눈덩이 빚' 안고 넷플릭스에 치여 존속 위기

Numbers_ 2024. 4. 12. 19:55

▼기사원문 바로가기

 

왓챠, '눈덩이 빚' 안고 넷플릭스에 치여 존속 위기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왓챠가 영업손실을 거듭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왓챠는 2011년 설립됐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디즈니플

www.numbers.co.kr

 

왓챠의 오리지널 콘텐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이미지=왓챠)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왓챠가 영업손실을 거듭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왓챠는 2011년 설립됐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 등 국·내외 플랫폼이 시장에 등장하자 경쟁에서 밀렸다. 왓챠는 올해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왓챠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 438억원, 영업손실 220억원을 기록했다. 왓챠는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줄곧 적자를 냈다. 지난해 영업손실 220억원은 전년(555억원)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매출액도 전년 대비 약 40% 쪼그라들었다.

 

(그래픽=블로터)

 

왓챠는 2020년부터 줄곧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지속했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796억원을 기록했다. 왓챠의 자본총계는 2020년 -697억원에서 2021년 -346억원으로 개선됐다가 2022년부터 다시 악화했다. 보통 기업은 영업이익을 남겨 자본금을 늘린다. 자본금은 기업이 유동성을 관리하고 사업을 확장하는데 밑거름이 된다. 그런데 왓챠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돈을 쓰기만 하면 자본이 줄어드는 '자본잠식'이 시작된다. 완전자본잠식은 가진 돈을 다 쓰고 부채만 남은 상태다.

왓챠 관계자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투자가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많이 들어와 모두 부채로 집계됐다"며 "자본보다 부채가 더 많이 잡히는 재무구조는 투자금으로 성장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많이 겪는 일"이라고 자본잠식이 지속된 이유를 설명했다. RCPS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투자금 상환,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요구할 수 있는 주식이다. 왓챠는 총 590억원 규모의 시리즈 A~D 투자를 모두 RCPS 형태로 받았다.

 

(그래픽=블로터)

 

왓챠의 지난해 말 부채총계는 943억원이다. 이중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897억원이다. 유동부채 중 전환사채 509억원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왓챠는 2021년 말 4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두나무와 벤처캐피탈(VC) 인라이트벤처스가 자금을 댔다. 해당 CB 상환 만기일은 올해 10~11월이다. 만기일 연장 여부는 미정이다. 

(그래픽=블로터)

 

이러한 부채는 왓챠가 적절한 인수처를 찾는 데 걸림돌이 됐다. 왓챠는 2022년 말 LG유플러스에게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당시 왓챠는 전환사채 상환 때문에 인수금액을 비교적 낮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시된 인수금액이 2021년 CB발행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 3380억원보다 낮아 협상이 결렬됐다.

왓챠는 올해 영업비용 효율화와 함께 수익 개선을 꾀한다. 왓챠 관계자는 "올해는 월 단위로 손익분기점(BEP)을 넘을 것"이라며 "지난해 매출액이 400억원을 넘었다는 건 구독자를 기반으로 한 수익창출원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왓챠는 이미 일본 진출 등 해외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왓챠 일본 법인은 왓챠가 지분 100%를 보유했다.

회사는 지난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주요 지출인 콘텐츠 수수료·인건비·마케팅비를 줄였다. 영업비용은 지난해 659억원으로 전년 1289억원보다 49% 감소했다. 영업비용 중 콘텐츠 수수료가 144억원, 인건비는 112억원, 광고선전비는 5억원이었다. 각각 전년보다  47%, 39%, 94% 줄어든 수치다. 


윤상은 기자 eu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