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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반도체(DS)부문에서 지난해 4개 분기 계속된 적자 행진을 끝낸 삼성전자가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이하 낸드)에서도 흑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인공지능(AI) 반도체 효과로 D램 반등에 성공했으나 이보다 시황이 나빴던 낸드에서는 올해까지 실적 변동성이 높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올 초 기업들이 서버에 탑재하는 고사양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며 대규모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 환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부진한 레거시(구형) 낸드의 생산량 조정을 이어가는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첨단공정으로의 전환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지난 2022년 말부터 양산하고 있는 V8(8세대)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고 '더블스택' 기반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갖춘 V9(9세대) 양산이 임박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1조원, 6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견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37%, 931.25% 늘었다. 잠정실적에서는 삼성전자의 각 사업부 실적이 공개되지 않지만,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의 흑자전환에 따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부터 회복을 시작한 D램에 이어 올해 초에는 낸드를 중심으로 발생한 가격 상승이 호실적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서버에서 eSSD 수요가 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낸드 실적이 한발 빠르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1분기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낸드 실적 전망은 약 2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하이투자증권)을 기록했다는 분석부터 4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NH투자증권)까지 증권사마다 편차가 있다. 다만 지난해 4분기에도 낸드 사업에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점을 감안하면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ASP 상승으로 지난해 말 7조3961억원까지 쌓은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의 일부 환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재고의 값이 장부상 가치보다 떨어지면 차액을 충당금으로 잡아 놓는데, 이후 가격 반등이 시작되면 환입이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1조원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환입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 가격은 2분기에 최대 18%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eSSD는 25%까지 가격이 현저하게 오르며 전반적인 낸드 가치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상반기까지 충당금 환입을 통한 영업이익 개선세를 이어갈 여지가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사들이 대형언어모델(LLM)과 AI 추론을 위해연초부터 고용량 eSSD 구매를 시작했고, 공급사들은 설비투자보다 수익성 우선 전략을 펴고 있어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감산과 동시에 낸드 선단공정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기존 V6(6세대) 중심에서 다음 세대를 건너뛰고 곧바로 V8 생산량을 대폭 끌어올렸다. 지난해 초 1%대에 불과했던 V8 공정 비중은 연말 50% 수준까지 높아졌고, 올해 말에는 9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공정인 V9의 양산도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300단 규모의 낸드를 만들기 위해 두 개의 저장공간(셀) 묶음을 활용하는 '더블 스택' 구조가 강점이다. 경쟁사들은 비슷한 단 수를 구현하기 위해 세 개의 묶음을 연결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비해 공정 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비용과 생산성이 하락한다. 삼성전자는 더블 스택 구조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단수를 개발해 올해 초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V9의 양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그동안 좁혀졌던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 9세대 출시 시점이 1년 앞서는 데다 더블 스택 구조로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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