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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은 지난 수년간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선업계 장기 불황의 여파로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2017년 4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꾀했다. 핵심 부문이 줄줄이 계열사로 독립하면서 명성도 예전과 달라졌다. 그럼에도 HD현대 그룹의 ‘뿌리’인 조선과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사업 등을 하며 여전히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컨트롤타워인 HD현대를 꼭지점으로 두고 대대적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HD현대로보틱스와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등을 신설했다. 이후 2019년 6월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진행해 현재 HD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으로 쪼개졌다. 이 같은 작업을 주도한 재무라인의 그룹 위상이 올라갔다.
조영철-송명준-강영 재무라인, 구조조정·조직개편 주도
체제 전환은 재무라인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2016년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을 앞둔 당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던 조영철 부사장(현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을 시작으로 송명준 기획실 부사장(현 HD현대 부사장), 강영 조선사업본부 상무(현 HD현대중공업 부사장) 등으로 이어지는 재무라인이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조 대표와 송 부사장은 권오갑 회장의 태스크포스팀(TFT)에서 호흡을 맞추며 현대오일뱅크 인수건과 구조조정 등 그룹의 대형 이벤트를 챙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영철 대표는 권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핵심 이슈를 챙긴 그룹 실세로 통했다. 1961년생으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줄곧 재무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자금난으로 매각했다가 2010년 돌아온 현대오일뱅크의 재무부문장으로 선임돼 경영 개선 등 안살림을 맡았다.
당시 현대오일뱅크 대표였던 권오갑 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2014년 다시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와 재경본부장으로 올랐고 이듬해 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현대선물 대표를 겸직하며 신뢰를 확인했다.
조 대표는 현대오일뱅크 재무구조 개선 등의 작업을 마무리 짓고 조선업황이 악화되던 2010년대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와 해결사 역할을 했다. 2014년 당시 그룹기획실 산하 경영분석 태스크포스팀(TFT) 팀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영쇄신 작업을 주도했다. 이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 중간 지주사 설립 등 굵직한 이슈를 진두지휘했다.
송명준 부사장도 당시 조 대표가 이끄는 구조조정과 대대적 개편 작업을 보좌했다. 송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1995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를 거치며 재무관리 전문가로서 경험을 쌓았고 2001년부터 현대중공업에서 재정부 관리팀장, 싱가포르지사 금융관리책임담당, 중국 지주사 재무총괄을 거쳤다.
송 부사장은 조 대표와 함께 현대오일뱅크 인수 후 통합(PMI) 작업 등을 진행했다. 이후 2014년에는 권 회장과 조 대표를 따라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와 경영분석 TF에 합류했다. 당시 사업 재편 자구안 설계 작업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하며 존재감을 강화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 CFO(재경본부장)인 강영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부산대를 졸업하고 199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강 부사장은 회계2부장, 회계담당 임원을 거치며 회계ㆍ재무 전문가로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앞둔 2019년 당시 조선사업본부 경영부문장을 맡아 조 대표를 보좌하며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이후 물적분할한 HD현대중공업의 CFO(재경본부장)로 취임해 기업공개(IPO) 등 핵심 업무를 담당했다.
위상 강화, 주요 계열사 요직 꿰차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은 해당 작업을 주도한 재무라인의 위상에도 변화를 안겼다. 이는 CFO 출신 인사들의 전환 이후 논공행상에 따른 행보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들은 HD현대그룹 각 계열사의 요직을 겸직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그룹의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재무라인의 역할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그룹 전반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재무구조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HD현대그룹은 전환 당시 HD현대를 꼭지점으로 산하에 중간 지주사를 두고 손자회사로 계열사가 이어지는 구조를 짰다. 사업 부문별로 나눠 HD한국조선해양과 HD사이트솔루션이 중간 지주사로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염두에 두고 물적분할을 통해 HD현대중공업과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으로 쪼개졌다. 다만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조 대표는 지주사 전환 이후 현대중공업그룹 CFO겸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다. 그러다 2021년 7월 HD현대그룹 건설기계부문 중간 지주사 현대제뉴인(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대표로 선임됐다. 그해 9월에는 자회사 현대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직에도 올라 겸임하게 됐다. 새롭게 그룹에 편입한 계열사의 통합 과정과 재무구조 개선 등 업무를 이끌기 위한 적임자로 꼽혔다.
송 부사장은 조 대표의 뒤를 이어 지주사 HD현대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재무지원실장에 오르며 입지를 굳혔다. 그는 HD한국조선해양 CFO인 경영지원실장과 HD현대오일뱅크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은 그룹 후계자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해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을 이끌기 시작한 곳들이다. 송 부사장은 HD현대가 투자형 지주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중간 지주사의 배당과 재원마련 업무에 집중할 전망이다.
아울러 강 부사장은 HD현대중공업 CFO인 재경본부장에 오른 이후 동반성장실장과 원가부문장을 겸직하며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그간 현대중공업 재무라인에서 경험을 쌓은 강 부사장은 지난 2021년 HD현대중공업의 기업공개(IPO) 업무에 기여해 코스피 시장에 무사히 안착하는 성과를 냈다.
강 부사장은 일찍이 계열사 대표로서 재무관리와 자본금 회수 등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그는 2011년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코마스 사내이사로 선임돼 내부회계 관리자로서 역할을 겸직했다. 이후 2016년에는 아예 코마스 대표로 선임돼 전반적인 경영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코마스가 지난해 청산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이끌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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