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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현대중공업은 2017년 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각종 사업부문을 떼어냈다. 여기에 2019년 물적분할을 거치면서 중간지주사로 자리잡은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들어가며 지배구조상 변화도 겪었다. 다시 태어난 HD현대중공업은 다양한 사업을 거느리던 과거의 모습과는 멀어졌다. 하지만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고 조선과 해양플랜트 등 뿌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는 오랜 불황을 딛고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HD현대중공업도 수주 확대를 꾀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경영환경을 구축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전자금 확보가 필요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른 강영 부사장의 역할과 책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CFO 데뷔, '회사채+유상증자' 유동성 확보
강 부사장은 2021년 1월 옛 현대중공업의 CFO로 선임된 직후 곧바로 자금조달 관련 핵심 업무를 수행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물적분할에 따라 자본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꾸준히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자본금 확충에 집중했다.
우선 그해 3월 2·3년물 녹색채권(Green Bond)을 찍어 3000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자금은 친환경 선박 매입을 비롯해 차세대 연료 개발 등에 투입했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분야 사업에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 발행을 앞두고 나이스신용평가사로부터 최우량 등급인 ‘그린 1(Green 1)’ 등급을 받았다.
아울러 기업공개(IPO)를 통한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 업무에 착수했다. 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IPO를 잇따라 추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HD현대중공업도 그해 9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5조원대 기업가치와 함께 IPO 공모시장의 최대어로 떠올랐다.
IPO는 성공을 거뒀다. 총 1800만주 신주를 발행했고 공모가는 희망범위의 최상단인 6만원으로 확정했다. 현대중공업은 1조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충분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고 사업 강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옛 현대중공업 시절 재무라인에 함께 몸 담았던 송명준 HD현대 부사장과 강 부사장의 협업 구도가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옛 현대중공업은 당시 조선업계의 오랜 불황에 맞서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오너 3세’인 정기선 사장이 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섰고 적극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조선업계의 저가 수주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해법으로 고부가가치의 선박 투자를 내세웠다. 정 사장이 전면에 내세운 ‘친환경’은 기술력 기반의 고부가 경쟁력 강화를 뜻하는 키워드로 통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에는 해외 첫 그린본드 공모에 성공하며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도 데뷔했다. 5년 만기 3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그린본드로 모집 당시 6억달러의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관심이 컸다. 앞서 발행했던 녹색채권에 이어 한국물까지 그간 공들였던 친환경 전략이 흥행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잇따른 조달 성과는 원가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신성장 밑그림에 요긴한 동력원이 됐다. 실제로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인 7579억원은 차세대 선박과 친환경, 고효율 기술 개발에 투입했다. 이밖에 채무상환에 1898억원, 운영자금으로 1223억원을 각각 활용키로 했다.
재무 건전성 확보, 회사채 시장 2년만에 복귀
강 부사장은 2021년 CFO로 선임된 직후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잇따른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조선업 회복기 수주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 물론 부임 직후 경영환경은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가 혼재했다. 물적분할을 진행하면서 HD한국조선해양과 자산을 나눈 덕분에 현금 등도 줄어든 상황이었다.
강 부사장이 부임한 2021년 계획했던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연결기준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을 감내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다만 내역을 살펴보면 꾸준한 선박 수주 증대로 수익은 늘렸고 적자폭은 줄이는 모습이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021년 8조3113억원에서 2022년 9조455억원으로 8.8% 증가했다.
강 부사장은 적자를 보는 와중에도 꾸준히 차입금 상환에 나서며 재무 건전성 확보에 집중했다. 총차입금은 2020년말 기준 4조5630억원에서 2021년말 3조4846억원, 2022년말 2조6481억원으로 2년만에 46% 감소했다. 반면 해당 기간 부채총계는 9조4846억원에서 11조9524억원으로 26% 늘었고 부채비율도 169.5%에서 226%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발주처와 계약하면서 수령하는 '선수금'을 계약부채로 잡으면서 나오는 착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재무 안전성을 유지한 덕분에 회사채 신용등급도 양호한 평가를 받았고 조달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강 부사장은 최근 신규 수주 증대에 따라 필요한 운전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활용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2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며 2년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했다. 발행에 앞서 한국신용평가사는 HD현대중공업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나이스신용평가사도 실적 개선세와 재무 안정성 유지를 전망하며 A0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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