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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주사 SK㈜의 재무1실 출신들이 많다. 그간 SK㈜ 재무1실은 CFO 산하에서 그룹 전체적인 재무를 관리하며 전략 방향성까지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때문에 역대 재무1실장들은 주요 계열사 CFO로 자리를 옮기며 각사의 핵심 인재로 활약했다. 재무1실이 SK그룹의 'CFO 사관학교' 역할을 한 셈이다.
SK㈜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는 투자부문(지주부문)과 기술을 기반으로 종합 IT(정보기술)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SK㈜는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운용하고 있으며 그룹 계열사의 투자 방향성과 전략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그만큼 회사의 자금 전략을 맡는 재무 담당자들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SK㈜는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에너지 △디지털 등을 4대 핵심사업으로 선정해 관련 기업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무 담당자들은 핵심 역할을 맡는다.
지난 10여년간 SK㈜의 재무담당 부서는 수차례 변화가 있었다. SK㈜는 2010년까지 CFO 역할을 한 경영관리부문장의 산하에 재무실을 두고 운영했다. 그러다 2010년말 장진원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 재무1실과 재무2실이 등장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2012년부터 재무1, 2실 체제가 사라지고 재무팀 체제로 바뀌게 된다. 이후 2014년 조경목 SK㈜ CFO가 재무부문장으로 승진하면서 재무1·2·3실 체제가 만들어졌다. 2017년부터는 재무1, 2실 체제로 변경됐으며 이 체제는 2022년까지 이어졌다.
SK㈜ 재무1실은 SK㈜와 그룹 계열사의 전반적인 재무 및 기획·운영을 맡았다. 회사의 곳간지기 역할을 넘어서 그룹 차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전략을 설정하는 역할을 했다. 그만큼 SK그룹 내에서 재무1실이 갖는 영향력이 컸다. 재무2실은 세무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SK㈜의 재무1실장에는 조경목(2011년), 이성형(2014년), 김진원(2016년), 김형근(2017년) 등이 거쳐갔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재무 1, 2실은 재무부문으로 통합됐고 채준식 재무1실장이 재무부문장으로 선임됐다.
역대 SK㈜ 재무1실장들의 약력을 살펴보면 화려하다. 인재들이 SK㈜에서 재무·경영 수업을 받고 그룹과 계열사 요직으로 이동했다. 재무1실장 선임자들과 후임자들의 관계도 끈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목·이성형, CFO 거쳐 그룹 요직으로
조경목 재무1실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를 졸업한 뒤 1986년 유공(SK에너지 전신) 재정팀에 입사했다. 이후 SK텔레콤(SKT) 재무실장(상무), SK㈜ 재무팀(전무), SK㈜ 재무부문장(부사장)을 거쳐 2018년 SK에너지의 대표를 맡았다. 올해부터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과 SK에너지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그는 과거 장진원 SK㈜ CFO, 조대식 SK㈜ CFO와 함께 재무팀에서 손발을 맞췄다. 이중 장 CFO는 201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속 당시 함께 법정 구속된 이후 공식석상에서 물러났다.
2013년 조대식 SK㈜ CFO가 대표로 승진하자 조경목 실장도 CFO로 승진했다. 이후 조 대표는 SK바이오팜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조경목 SV위원장이 이 직책을 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도 조대식 의장과의 인연이 손꼽힌다.
이성형 재무1실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1991년 유공에 입사했다. 이후 SK증권 기업금융팀장, SK㈜ 재무1실장, SKT 재무관리실장, SK㈜ 재무부문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부터는 SK㈜ CFO 겸 PM부문장(사장)으로 승진해 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재무실의 체제도 개편됐다. 이 사장이 승진한 가운데 재무 담당 부서는 세분화됐다. 재무1실과 재무2실이 사라졌으며 재무 담당 부서가 2단 체제에서 3단 체제로 변했다. 기존에는 CFO 역할을 했던 재무부문장(이성형)→재무1, 2실로 이어지던 구조였다면, 올해부터는 CFO(이성형)→재무부문장(채준식)→재무실 구조로 바뀌었다. 재무실은 재무전략실장(권병돈), 재무운영실장(임주환), 최적화실장(장근준), 세무담당(김봉균) 등으로 나뉜다.
재무 수업 마친 김진원·김형근, 향후 행보는?
김진원 재무1실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1994년 SK㈜에 입사했다. 이후 SK㈜ PM1실장, 재무3실장, 1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8월 SK㈜와 SK C&C의 합병 이후 SK USA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 현재 SKT의 코퍼레이트플래닝(Coporate Planning) 담당(CFO)을 역임하고 있다.
SKT는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SKT에 중용됐다는 것은 그가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블로터>가 앞서 '한국의 CFO' 기획을 통해 조명한 SKT의 역대 CFO 출신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계열사 CEO로 이동했다. 이러한 전례를 봤을 때 김 CFO 또한 계열사의 CEO로 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김형근 재무1실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사를 수료 이후 유공에 입사했다. 이후 SK재무1실장을 거쳐 2019년 말 SK에어가스(현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 대표로 이동한 뒤 2021년 말부터 SKT PM부문장을 역임했다. 올해부터 SK E&S의 CFO를 맡고 있다.
SK E&S는 지난해까지 구태구 재무부문장이 미등기이사로 CFO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연말 인사 이후 재무부문장의 명칭이 CFO로 바뀌었으며 그 자리에 김 CFO가 왔다. 김 CFO는 SK E&S의 사내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SK E&S의 사내이사가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김 CFO 등 단 둘인 점을 미뤄볼 때 김 CFO의 위상이 CEO와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 재무1실장 출신은 채준식 SK㈜ 재무부문장이다. 채 부문장은 이성형 사장의 승진으로 인해 기존 재무1실장에서 재무부문장으로 선임됐다. 채 부문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물산, 세종증권, 메리츠투자자문 등을 거쳤다. 2005년 SK이노베이션의 전략개발팀, 자금팀을 거쳐 2014년 SK㈜ 재무1실로 이동해 2019년 말 SK㈜의 재무1실장을 맡았다. 전례를 봤을 때 향후 채 부문장 역시 차기 CFO 또는 계열사 요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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