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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본부장, '불닭의 세계화' 다음 패러다임 선보일까

Numbers 2023. 11. 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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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 상무는 삼양식품의 창업자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전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다. 전 본부장은 현재 그룹 내 신사업과 해외 전략을 지휘하고 있다.

전 본부장은 1994년생으로 컬럼비아대학교 졸업 후 2019년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21년 삼양식품 전략기획부문장을 거쳐 전략운영본부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 그룹 불닭볶음면 IP 기반 콘텐츠 제작과 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삼양애니' 대표이사도 역임하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최근 전 본부장을 상무로 승진시키고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 본부장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이로써 전 본부장은 입사한지 4년 만에 그룹 내 대부분 사업을 책임지는 위치까지 초고속 승진을 이뤄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측은 "전 본부장이 그간 그룹의 혁신 경영을 주도하며 지속적인 성과를 이뤄낸 공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불닭의 세계화' 이뤄냈다

 

삼양식품해외 매출 비중 및 불닭브랜드 매출 현황. (그래픽=박진화 기자)


전 본부장이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한 2019년은 삼양식품이 해외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해외 공략을 확대한 시기다. 삼양식품은 2019년 1월 일본 판매법인 '삼양재팬'을 설립했으며 2021년 미국과 중국에 각각 '삼양아메리카주식회사'와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를 세웠다. 이 법인들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매입해 현지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사업을 펼친다.

전 본부장은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대와 동시에 불닭과 삼양 브랜드를 앞세운 영업 강화에 나섰다. 이에 삼양재팬 매출은 2020년 91억원에서 지난해 203억원으로 123% 늘었다. 지난해부터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삼양아메리카와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도 각각 629억, 12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2018년 삼양식품의 해외 판매 비중은 42.6%였으나 해외 법인 설립 후 지난해 말 66.6%까지 점진적으로 올랐다. 올해 상반기 역시 매출 5309억원 가운데 3478억원(65.5%)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여기에 주요 제품인 '불닭브랜드'의 해외 매출은 2018년 1730억원에서 지난해 4800억원까지 상승했으며 해외 매출 비중은 78.7%에 이른다.

삼양식품은 여세를 몰아 관련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해외지역별 영업마케팅본부와 해외물류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골자의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불닭' 브랜드를 입힌 신제품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삼양식품 식품연구소의 '불닭 관련 신제품' 연구개발 실적은 2020년 11건 → 2021년 11건 → 2022년 21건 → 2023년 상반기 18건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9090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매출 5310억원을 올리며 '매출 1조 클럽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불닭' 넘어 신사업 발굴 나선다

 

9월 14일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선포식에서 전병우 삼양식품 전략운영본부장(CSO)가 키노트 발표자로 무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전 본부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신사업도 전개한다. 전 본부장은 지난 9월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발표식에서 "정서적·문화적 차원에서 보다 더 즐거운 식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터테인먼트 (EATertainment)'로서 식품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불닭 관련 신사업은 그룹 내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삼양애니'가 주도한다. 전 본부장은 2021년 12월 삼양애니를 설립하고 지난해 7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전 본부장 체재에서 삼양애니는 자체 IP인 '크레이지 타이거(KRAZY TIGER)'를 선보이고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불닭 브랜드의 온라인 유통망을 확대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현지 법인(삼양애니상해국제무역유한공사)을 설립하고 삼양식품의 중국 법인으로부터 제품을 매입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있다. 

향후 전 본부장은 삼양애니를 통해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를 위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불닭볶음면을 넘어 K-브랜드 모두를 아우르는 오픈마켓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올 7월에는 삼양애니 공동대표로 정우종 대표를 영입했다. 정 대표는 현대자동차 마케팅 부문을 거쳐 디즈니플러스 국내 출시와 브랜딩을 담당했고 2021년에는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역임하며 마케팅 및 브랜딩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밖에 전 본부장은 삼양라운드스퀘어 CI 리뉴얼에 직접 참여하며 기업 철학과 비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대체육 식품 개발 △마이크로옴(장내 미생물) 연구를 통한 맞춤형 식품 개발 △탄소 저감 사업과 같은 신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삼양스퀘어랩(前 삼양중앙연구소)는 마이크로바이옴 등 생체 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식품을 개발하고 음식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푸드케어'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 본부장의 개인회사 '아이스엑스'를 흡수 합병한 삼양라운드스퀘어는 풍력에너지와 미생물을 통한 메탄가스 고정 등 탄소 저감 기술을 연구하고 단백 원물인 콩을 바탕으로 하는 대체육과 단백질 강화 식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전 본부장은 "삼양이 60년 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더불어 새로운 개념의 식품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병행하겠다"며 "과학 기술과 문화 예술등 두 축을 바탕으로 식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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