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30위인 SM그룹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인수합병(M&A)이 있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이다. 불과 3년 사이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HMM 매각 등 소위 ‘메가딜’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으며 최근에는 회생기업인 국일제지까지 인수키로 하면서 M&A 큰손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SM그룹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은 결국 그들이 M&A를 통해 키워온 자금력에 기인한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SM그룹의 자산은 16조5000억원이다. 이는 “사업분야가 넓어야 장기적으로 경영이 안정된다”는 우오현 회장의 소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SM그룹이 가진 막강한 자금력은 주요 M&A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시나리오까지 양산케 했지만 정작 이를 진두지휘할 인물이 그룹을 떠난다는 데 관심이 모인다. SM그룹이 32년 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사이 우 회장의 나이는 어느덧 70대에 접어들었다. 그의 빈자리를 채울 그룹승계 후보자가 5명에 이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중소건설사서 재계 서열 30위로…그룹 성장 이끈 M&A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M그룹의 공정자산은 16조4620억원으로 총자산 10조원 이상의 48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169개) 가운데 30위를 기록했다.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코오롱(12조800억원, 39위)과 이랜드(10조6620억원, 46위)조차 SM그룹보다 순위가 낮다.
SM그룹은 자산 규모를 빠르게 늘려온 몇 안 되는 기업집단 중 하나다. 2017년 공정자산 7조원을 넘어서며 공정위가 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으며 이후 4년 만인 2021년 10조원을 돌파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됐다.
SM그룹의 고속 성장은 우 회장의 공격적 M&A를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3년 11월 전남 고흥군에서 태어난 우 회장은 광주대 건축공학과, 조선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35세가 됐던 1988년 SM그룹의 모태회사인 삼라건설을 설립했다.
우 회장은 삼라건설을 통해 주택건설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전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일었던 ‘아파트 붐’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1996년 10월 SM그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삼라마이다스를 설립했다.
삼라마이다스가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IMF외환위기가 들이닥쳤다. 이는 우 회장에게 또 다른 성장 기회였다. 그는 매물로 나온 기업들을 사들이면서 사세를 키웠다. 2004년 건설사 진덕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조양(합성수지 제조업), 벡셀(축전지 제조업), 경남모직(섬유 제조업), 남선알미늄(알루미늄 제조업), 티케이케미칼(합성섬유 제조업) 등을 잇따라 사들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 그룹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SM그룹의 활발한 M&A 행보는 2010년 이후에도 지속됐다. 2011년 한국도로공사 출자회사인 하이플러스카드(전자카드 발행업)와 아파트 브랜드 ‘신창비바패밀리’로 알려진 신창건설(건설업)을 인수한 데 이어 2013년 해운업계 4위였던 대한해운까지 품에 안았다. 대한해운 인수로 해운업에 진출한 SM그룹은 2017년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 SM상선을 설립했다. 우 회장이 M&A의 귀재로 거듭난 배경이다.
우 회장의 M&A 전략은 진흙 속 진주 찾기로 요약된다. 망가졌지만 좋은 매물을 싼 값에 취해 되살리는 것이다. 실제 SM그룹이 인수했던 기업들 중에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에 들어갔거나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곳이 많았다. 이 때문에 SM그룹은 부실기업을 정상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마이다스의 손’으로도 묘사된다.
SM그룹은 현재 산업용지 제조업체인 국일제지 인수를 앞두고 있다. 국일제지 또한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법정관리 기업이다. SM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라마이다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삼라마이다스가 국일제지를 인수하는 내용이 담긴 회생계획안 확정 여부를 내달 8일 관계인 집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려면 채권자의 3분의 2,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회생법원으로부터 최종 인가를 받으면 국일제지는 SM그룹 산하에 편입된다.
우오현 회장 뒤이을 차기 오너 누가 될까
M&A 업계에서 SM그룹의 자금력에 집중하는 사이 내부적으로는 승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 눈길이 간다.
일단 지금껏 M&A를 주도해왔던 우 회장이 70세를 맞이했다. 그는 슬하에 △장녀 우연아 전 삼환기업 대표 △차녀 우지영 태초이앤씨 대표 △삼녀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 △사녀 우건희 코니스 대표 △장남 우기원 삼라마이다스 부사장 '1남4녀'를 두고 있다. 위로부터 삼녀까지는 본처인 심동임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고 장남과 사녀는 사실혼 관계인 김혜란 전 삼라마이다스 이사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승계 후보는 우연아 전 대표와 우기원 부사장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2010년 중반까지는 장녀인 우 전 대표가 그룹 경영관리담당 부사장, 동양생명과학(현 SM생명과학) 대표 등을 꿰차며 주목받았으나 2017년 우 부사장의 그룹 합류로 승계 정국이 바뀌었다. 우 부사장은 2019년 삼라마이다스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이듬해 그룹 전략사업본부장과 2022년 그룹 해운부문장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주목되는 점은 또 있다. 우 부사장의 생모인 김혜란 전 이사가 지난 9월 별세한 것이다. 김 전 이사는 △㈜삼라 12.31% △SM스틸 3.24% △동아건설산업 5.68%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 부사장이 김 전 이사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그룹 내 지배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오너가 누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승계 이후 SM그룹이 어떤 방식의 경영 전략을 펼칠 지 관심사”라며 “우 회장의 문어발식 확장 경영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렸는데 2세가 이를 승계할 지 여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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