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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024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순도 높은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유통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계열사 대표를 유임시킨 것과 달리 올해는 백화점, 홈쇼핑, L&C 수장을 전면 교체하는 카드를 꺼냈다. 특히 4년간 현대백화점을 이끌었던 김형종 사장 대신 정지영 사장(신임 대표)을 새로운 경영 파트너로 불러들였다. 특유의 전략가 면모가 돋보이는 정 신임 대표가 성장 정체기를 맞은 현대백화점을 구해낼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현대백화점은 2일 실시한 2024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기존 정 회장, 김형종 사장, 장호진 사장 등 3인 대표 체제에서 정 회장과 전문 경영인 정지영 사장으로 구성된 2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정 신임 대표는 정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필하고 경영 실무 전반을 지휘한다.
정 신임 대표는 정통 ‘현대백화점 맨’이자 영업 전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고려대에서 경영학 학사를 취득한 정 신임 대표는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32년간 마케팅·영업 분야에 몸담았다. 2010년 영업전략실 산하 마케팅팀장에서 영업전략담당 상무보로 승진한 이후 영업전략담당 상무, 울산점장, 영업전략실장 전무, 영업본부장 겸 영업전략실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32년 경력 '마케팅통' 경영 역량 인정받아
정 신임 대표는 유통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아이디어와 판촉·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 공간 마케팅을 강조하며 백화점 이미지를 ‘소비’에서 ‘문화’로 변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9년 현대백화점이 이례적으로 압구정본점·신촌점·미아점·중동점 등 4개 점포 리뉴얼을 추진할 당시 영업전략실 ‘공간기획팀’ 신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정 신임 대표가 공간 디자인과 기획을 강조한 것은 고객의 ‘시간 점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객 경험을 다변화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면 소비자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막대한 트래픽을 유도할 수 있다. 정 신임 대표의 이 같은 전략적 접근법은 2021년 서울 여의도에 개장한 더현대서울에서 꽃 피웠다. 도심 속 자연주의를 표방한 콘셉트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와 팝업스토어를 주축으로 노년층부터 MZ세대까지 아우르는 고객 풀을 확보했다. 개장 2년 6개월 만인 올 8월 누적방문객 1억명을 넘어선 더현대서울은 올해 연매출 1조원 클럽까지 목전에 두고 있다. 이는 백화점 역대 최단기간으로 이미 작년 95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정 회장이 정 신임 대표에게 거는 기대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신임 대표는 32년 순혈 인사로서 현대백화점 내부 사정은 물론 향후 방향성에 정통하다”며 “그간 증명한 마케팅 역량을 그룹 차원에서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신임 대표가 정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얻은 다른 이유는 ESG경영 역량이다. 올해 초 사내이사에 취임하며 ESG경영위원회를 이끌어 온 정 신임 대표는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현대백화점이 통합 A+ 등급을 획득하는 데 일조했다. 이는 전체 평가 대상 기업 약 800곳 중 상위 19곳(2.4%)에만 주어진 성과로 향후 정 대표 체제 아래 현대백화점의 투명 경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익성 부진' 정 신임 대표의 강구책은
현대백화점은 신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엔데믹과 함께 수익 반등을 이루는가 싶었지만 올해 상황이 녹록치 않다. 백화점사업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한단계 도약을 이뤄낼 모멘텀도 부족하다.
성장 정체기를 맞은 현대백화점은 좀처럼 코로나19 이전(2016~2018년)의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2522억원으로 팬데믹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지난 2018년(2684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6% 부족한 수준이다. 심지어 작년 당기순이익(1609억원)은 2018년(3688억원)에 비해 56.4% 급감했다. 올 상반기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9.7% 줄어든 1036억원에 그쳐 전망이 어둡다.
불확실한 대내외 상황 속 수장 자리에 오른 정 신임 대표로선 어깨가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안정 기조 아래 성장을 도모한다는 정 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라 향후 정 신임 대표는 기존 점포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수요가 포화에 다다른 수도권을 벗어나 ‘노다지’로 꼽히는 호남 지역 대규모 복합단지 유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대표 사업은 더현대광주다.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이 공식화한 더현대광주는 관광‧문화‧예술‧여가와 쇼핑을 융합한 문화복합몰로 연면적만 30만㎡(약 9만평)에 달한다. 더현대서울의 색깔이 녹아든 녹지 공간을 비롯해 친환경‧테크‧로컬 등 5가지 문화 테마를 융합한 공간 디자인이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아직 광주광역시와 부지개발 협상 단계에 머물고 있다. 부지 매입과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등 구체적인 논의 사안이 산적해 있다. 인근 상권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현안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32년 경력의 정 신임 대표가 영업전략가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이다. 호남은 향후 백화점 빅3의 혈투가 예고된 블루오션 지역이다. 현대백화점뿐만 아니라 신세계와 롯데도 광주를 신규 출점지로 낙점한 상황으로 이들과의 경쟁에서도 성과를 보여야 한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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