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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6년차 김병진 hy 대표, '유통전문기업' 꿈 어디까지 이뤘나

Numbers_ 2023. 10. 2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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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hy 대표이사 사장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하는 hy(옛 한국야쿠르트)에서 김병진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로 취임 6년차를 맞이했다. 윤호중 hy 회장의 두터운 신임 아래 김 대표 이전 2년 간격으로 2명의 수장이 교체되던 기조와 상반된 행보다. 김 대표는 2018년 취임 이후 hy의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을 주도하며 발효음료기업에서 종합 유통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다만 그간 사업 다각화 및 온·오프라인 유통망 투자에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정작 hy의 수익성이 수년째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김 대표는 정통 ‘hy맨’이다. 1966년 충남 논산 출생인 김 대표는 한남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한국야쿠르트에 공채로 입사했다. 2005년부터 경영지원팀장,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야쿠르트 경영 전반의 실무 역량을 다졌고, 이를 인정받아 2018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hy 내부 인사로서 30년 노하우를 가진 만큼 김 대표는 곧장 성장 둔화가 뚜렷한 국내 식음료 산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김 대표의 첫 스텝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였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가 바로 ‘명칭 변경’이다. 지난 2019년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던 방문판매 직원의 명칭을 1971년 이후 48년 만에 ‘프레시 매니저’로 전격 교체했다. hy의 상징이자 서비스 최전선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을 간파하고 있던 것이다. 동시에 이들에게 신사업 진출에 따른 신선 식품 배송자로서의 역할까지 부여했다.

이후 김 대표는 hy를 유통전문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렸다. 이듬해인 2020년 말 김 대표는 기존에 운영하던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몰 하이프레시를 개편해 종합 유통 온라인몰 프레딧을 출범했다. 프레딧은 발효유나 건강기능식품 등 hy의 제품뿐만 아니라 제휴 업체의 스킨케어, 생활용품, 유아용품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표방했다.

이어 2021년에는 사명을 한국야쿠르트에서 지금의 hy로 변경했다. 1969년 한국야쿠르트유업부터 이어져 온 고유 색채를 과감히 지운 것이다. 이로써 종합유통기업으로 도약을 공식화한 김 대표는 부지런히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같은 해 5월에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B2B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전용 브랜드 ‘에치와이랩스’를 론칭했고, 이어 7월 프레시 매니저와 hy의 냉장 물류망(콜드체인)을 활용해 제휴사 상품을 대신 배달해 주는 ‘프레딧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모두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기존 식음료에 한정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의 성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김 대표의 판단이 깃들어 있다.

김 대표가 제시한 유통전문기업의 핵심은 프레딧 영역 확장과 배송 서비스 강화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올해 푸르밀 가나초코우유를 비롯해 정식품 베지밀과 CJ제일제당 비비고 생선구이류, 대상 종가집 김치 등 타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들이는 등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다. 현재 프레딧에서 판매되는 제품 수(SKU)는 1200여개로 론칭 시점 대비 300% 증가했다. 이중 타사‧매입 상품 비중이 89%에 달하는 점도 고무적이다. 프레딧 회원수는 160만명을 돌파했고 매출액은 7월 기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한해 매출액(1100억원)을 반년 만에 따라잡은 셈이다. 올해 김 대표가 내건 목표는 프레딧 회원 수 200만명, 매출 2000억원이다.


이 같은 프레딧의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 김 대표가 실적 정체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hy의 수익성은 사실상 김 대표 취임 이후 가시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개별기준 hy 매출은 2018년 1조357억원, 2019년 1조690억원, 2020년 1조632억원, 2021년 1조966억원, 지난해 1조1001억원으로 5년간 1조원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하락세를 보였다. 2018년 1012억원이던 hy 영업이익은 2019년 1058억원으로 소폭 상승한 뒤 2020년 1020억원, 2021년 1001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해엔 800억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10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불굴의 추진력으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한 배송 서비스에도 역동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젊은 기업으로의 변화를 위해 2030세대 프레시 매니저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며 경쟁력을 피력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배송 기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난 4월엔 총 인수대금 800억원을 들여 메쉬코리아(현 부릉) 지분 66.7%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메쉬코리아는 배달플랫폼 부릉 운영사다. 전국 1만1000명에 달하는 프레시 매니저와 2만명이 넘는 라이더들의 시너지를 창출,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다는 청사진이다. 프레시 매니저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역까지 메쉬코리아 부릉의 배달기사를 활용해 배송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더해 지난달엔 550억원을 투자한 논산 물류센터가 문을 열었다. 연 면적 8310평, 연간 최대 2000만건 처리할 수 있는 최첨단 물류 거점이다. 김 대표는 논산 신공장에 hy의 전국 물류 중심 역할을 부여하며 "전문유통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밝혔다. 신규 물류 거점을 추가함에 따라 프레딧 배송 서비스 화주사 유치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의 비전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해외판로까지 염두에 둔 채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치와이랩스를 필두로 글로벌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진출을 위해 에치와이랩스 팻슬림과 에치와이랩스 스킨케어의 상표를 미국·캐나다·유럽 등 총 11개 국가에 등록해 놓은 상태다. hy 관계자는 “추후 시장 확대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 차원에서 해외 상표를 등록해 뒀다”고 귀띔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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