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CFO 리포트] 삼성·현대·DB·KB손보 車보험 흑자, 3년은 너무 짧다

Numbers_ 2024. 4. 22. 12:13

▼기사원문 바로가기

 

[CFO 리포트] 삼성·현대·DB·KB손보 車보험 흑자, 3년은 너무 짧다

만년 적자사업 자동차보험 흑자기조 지속 불확실자동차보험 경쟁구조 변화 주도 투자재원 확보해야우리 뇌는 부정적 사건을 더 강하게 기억하도록 DNA에 설계돼 있다고 한다. 이유는 진화 과정

www.numbers.co.kr

 

만년 적자사업 자동차보험 흑자기조 지속 불확실
자동차보험 경쟁구조 변화 주도 투자재원 확보해야
 

 

우리 뇌는 부정적 사건을 더 강하게 기억하도록 DNA에 설계돼 있다고 한다. 이유는 진화 과정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도록 뇌가 최적화됐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달콤한 체리의 맛은 잊어도 생존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독성열매를 먹고 기사회생(起死回生)했거나 주변사람을 잃은 경험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된다. 보험은 근본적으로 어둡고 두려운 부정 마인드를 자양분으로 삼는 사업이다. 누구도 마주하기 싫지만 불현듯 닥칠 수도 있는 경제적 곤궁에 대비하기 위해 인류가 고안한 최고의 발명품이 보험이다.

 

자동차보험 역시 자동차산업 발전과 더불어 차량 운행자 홀로 감당 못할 수준으로 증가하는 손해배상금을 시스템적 해결 수단을 찾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자동차보험료는 물가지표산출 바스켓에 포함되고 의무보험인 준조세적 특성 등의 영향으로 경제외적 판단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당초 생보사 영역인 장기인보험시장을 손보사에 개방한 이유도 자동차보험료 통제로 어려워진 손보사 달래기용 조치였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2023년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이 전년대비 16%(759억원) 증가해 5539억원 흑자를 냈다. 2021년 이후 3년 연속이며 흑자규모도 점점 커졌다. 자동차보험 수익성 지표인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2021년 이후 100% 아래에서 안정돼 있다. 참고로 자동차보험 연도별 합산비율은 2019년 110.6%, 2020년 102.3%, 2021년 97.8%, 2022년 97.4%, 2023년 97.1%로 매년 하락했다.

 

2019년 이후 합산비율 하락세는 사업비율 보다 손해율 하락이 주도했다. 2023년 자동차보험 사업비율(순사업비/경과보험료)은 16.4%로 전년대비 0.2%포인트 증가했지만 손해율(발생손해액/경과보험료)이 0.5%포인트 하락하여 합산비율이 0.3%포인트 개선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초년도인 2020년 손해율이 85.7%로 전년대비 7.2%포인트 대폭 하락한 이후 매년 개선되어 2023년 80.7%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적어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측면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의 망각곡선에 의하면 학습 후 하루가 지나면 33%, 한달 뒤에는 79%를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동안 자동차보험은 수익 내기 매우 어려운, 손실을 보는 사업영역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3년 연속 흑자결산으로 돈을 좀 벌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그러나 2014년 이후 10년동안 전체 자동차보험 영업손익 누계는 3조8210억원 손실이다. 아주 특이한 해였던 2017년(합산비율 99.8% 영업손익 266억원)을 제외하면 매년 적자폭 축소를 위해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고군분투했고 모 화재보험사는 자동차 비즈니스에서 철수하도 했다.

 

엔데믹 전환 후 자동차 운행 증가, 자연재해 빈발, 정부의 보험료 인상 억제 등 부정적 요인과 유가상승 등 긍정 요인이 혼재하는 상황이어서 자동차보험 흑자기조 지속을 단기적으로 예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사업환경의 구조적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고객 라이프사이클 변화, CM채널 비중 확대, 자동차 안전장치 성능 개선, 사고율 높은 지방 도로망 확충 등 구조적 변화로 손해율이 안정됐다는 평가다. 실제 긴급제동이나 차선유지 경고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 탑재 차량이 전년보다 24% 이상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 등록비중이 8.2%(212만대)로 전년대비 33.4% 증가한 반면 내연기관차는 처음으로 0.4% 감소했다.

 

2023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0.8%포인트 개선된 원인은 대부분 건당 손해액 감소에서 비롯됐다. 대당 보험료 감소 0.6%포인트, 사고율 증가 0.2%포인트 등 손해율 증가 요인에도 불구하고 건당 손해액 감소로 손해율이 1.8%포인트 개선돼 전체 손해율이 좋아졌다. 건당 손해액 감소는 대인2(의무보험 초과분을 보상하는 임의보험, 교특법상 면책사유 조건) 경상환자 치료비의 ‘과실책임주의’ 도입, ‘한방 입원치료 심사’ 강화 등 보험금 지급관련 제도개선 영향이 크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보험료 수준 보험금 지급 등 정부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동차보험은 규모의 경제가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2023년 현재 시장점유율 85.2%를 차지하는 대형 4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는 사업비율 15.7%, 손해율 79.9%, 합산비율이 95.6%로 상대적으로 낮다. 대형 4사 자동차 보험손익은 7384억원으로 전년대비 1495억원 증가했으며 4사 모두 3년간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8.4%인 중소형사(5개사)는 사업비율 22.4%, 손해율 82.2%, 합산비율 104.6%다. 시장점유율 6.4%인 비대면전문사(3개사)는 사업비율 18.1%, 손해율 93.5%, 합산비율은 111.6%로 가장 저조하다. 중소형사와 비대면전문사 모두 2023년에도 자동차 보험손익이 각각 -727억원, -1118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CM채널 가입 비중이 47%로 5년전 대비 16%포인트 증가했지만 대형 4사 점유율이 91% 이상 압도적이라 비대면전문사를 비롯한 중소형사들은 CM채널에서도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 보험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자동차보험 시장집중도를 나타내는 허핀달지수(HHI, 12개 손보사 모두 M/S 동일할 경우 833)가 1961로 전년대비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상위 4사 중심 시장구조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2023년 자동차보험 수입보험료는 19조9175억원이다. 이는 손보 장기보험을 포함한 전체 수입보험료의 16.1%로 최근 3년간 2.3%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3조8000억원 이상 손실을 본 적자사업 영역인데 최근 3년간 흑자를 냈다고 올해 금융당국은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자동차보험 관련 상생 우선 추진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세상의 변화 속도만큼 자동차보험 사업여건도 급변하고 있다. 한국은 자율주행 레벨 3단계인 ‘조건부 자율주행’을 전제로 자동차의 제작(자동차관리법) 운행(도로교통법) 보상(자동차손해배상법) 등 관련 법령이 이미 개정돼 있다. 자율주행 사고보상 관련은 2020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으로 일반자동차 사고와 동일하게 ‘운행자 책임원칙’으로 명문화돼 있다. 자율주행차 레벨이 상향될수록 자동차보험도 변화가 요구될 것이다. 자율주행 4단계는 2027년 상용화를 위해 정부 관련부처들이 이미 준비중이다.

 

자율주행 상용화, 도심항공이동수단(UAM) 커넥티드카 확산 등 자동차보험시장의 경쟁 패러다임 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기술변화 급진전, 데이터 경제 심화, 신규 경쟁자로 제조사 진입 등 자동차보험 비즈니스 환경 변화과정에서 주도권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손보사 투자재원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자동차보험 부문의 흑자가 3년에 그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짧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