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CFO 리포트] 펫보험 활성화를 기다리며

Numbers_ 2024. 4. 25. 11:38

▼기사원문 바로가기

 

[CFO 리포트] 펫보험 활성화를 기다리며

1인가구 노령인구 증가 국민 정신건강 증진 대응반려동물 ‘표준의료수가제도’ 조기도입 정착 절실며칠 전 고양이 의문사 급증 뉴스로 집안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www.numbers.co.kr

 

 

1인가구 노령인구 증가 국민 정신건강 증진 대응
반려동물 ‘표준의료수가제도’ 조기도입 정착 절실

 

며칠 전 고양이 의문사 급증 뉴스로 집안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사료를 폐기하며 일단락됐지만 반려동물 양육가구들의 병원비 보험료 등 양육비 부담과 펫리스 증후군(Petless Syndrome) 등 반려동물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새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

시대의 화두인 1인가구와 노령인구 증가에 비례해 늘어나는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경제적 부담 증가도 현실적으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농촌경제연구원(2024년)은 2022년 우리나라 반려동물양육 가구수가 602만가구로 반려동물 양육율이 25.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10년만에 반려동물양육 가구수가 65% 증가했다. 반려동물 양육 이유는 ‘정서적 요인’이 36.8%, 양육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 20.1%였다. 1~2인가구 비중이 급증하면서 반려동물을 돌볼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정서적 안정과 삶의 만족도 향상 등 반려동물이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면서 반려동물 의료체계나 펫보험 등 관련 제도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려동물 연관산업 시장규모는 매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2023년) 자료에 의하면 반려동물 월평균 양육비 규모는 반려견 16만6000원 반려묘 11만3000원으로 적지 않다. 농촌경제연구원(2024)은 2021년 반려동물 연관산업규모를 2조9200억원으로 추정하며 향후 매년 평균 5.9%씩 성장해 2029년 4조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반려동물 양육가구 증가와 펫식품(pet food) 용품 등 관련산업의 급속한 성장 전망으로 펫보험(pet insurance) 확대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먹는 것뿐 아니라 아플 때 잘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함께 사는 사람이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2023년) 발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반려동물 치료비 지출 경험이 있는 가구가 전체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73.4%에 달한다. 연평균 치료비 지출비용이 78만7000원으로 사료 용품 등을 제외한 순수 의료비 지출로 매월 평균 6만원 이상 부담하는 셈이다. 갑자기 큰 수술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면 계획에 없던 병원비 지출을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들여놓은 반려동물의 양육비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대형마트 캐셔(casher)로 나간다는 지인 아내 이야기가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당연히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완화와 보험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보험사들의 관심도 높지만 정작 현실에서 가시적 성과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2024년 1분기 손보 상위 5개사의 펫보험 월평균 신규매출은 약 2억7000만원으로 전년 하반기 대비 15.4% 성장했다. 판매 채널은 49%가 GA(General Agency, 보험법인대리점)를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펫보험 시장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2024년 1분기 손보 상위 5사 보장성 월평균 신규매출액 798억원의 0.3%에 지나지 않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펫보험 시장에서 그동안 압도적 선두였던 메리츠화재를 견제하며 DB손보, KB손보,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나머지 대형 손보사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다음달 시행 예정인 ‘플랫폼 보험비교추천서비스’ 대상에 펫보험이 추가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손보사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도 펫보험 플랫폼 탑재를 위해 손보사들과 중개수수료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월 자동차보험 ‘플랫폼 보험비교추천서비스’ 도입시 원수사들의 소극적인 정보제공 등 이미 드러난 실패요인이 개선돼야 답보 상태에 있는 펫보험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제도와 정책적 환경 변화는 펫보험 활성화에 긍정적이다. 22대 총선 공약에 여야 모두 반려동물관련 정책과제가 제시돼 있고 반려동물 진료비 공개 등 정부 국정과제 추진도 펫보험 사업환경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2023년 1월 11개 주요 진료항목의 진료비 게시를 시작으로 8월 수의사 2명이상 동물병원 진료비의 평균 최대 최소 현황을 지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동물병원 진료비 관련 정보투명성 제고 노력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그럼에도 펫보험 활성화를 통한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근본적으로 완화시키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007년 최초 펫보험 출시 후 17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답보 상태인 근본 이유는 반려동물 의료관련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험가입자 보험회사 동물병원(정보생산자) 간의 반려동물 의료정보의 생산 유통 공유 체계가 비효율적이고 심각한 비대칭 상태가 그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과 올바른 양육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의료비 부담을 시스템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펫보험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소비자연맹(2021년) 조사에 의하면 82.9%가 병원 진료비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그동안 진료비 사전고지 병원간 치료비차 진료비 과다청구 등 동물병원 진료비 정보공개 의무화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돼 왔다. 2022년 1월 수의사법 개정으로 진료용어와 분류체계 표준화가 진행중이지만 질병정보와 진료행위 표준화 등 여전히 중요한 추진 과제들이 남아 있다.

반려동물 의료정보 비대칭성 완화는 반려동물 등록제 확대와 등록율을 높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4년 반려견 동록제가 도입됐지만 아직도 등록율 70%대 수준에 머물고 있고 반려견 이상으로 크게 늘고 있는 반려묘는 아직 동록대상도 아니다. 또 동물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체계를 표준화하고 진표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해 ‘표준의료수가제도’가 도입돼야 펫보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반려동물 진료항목 표준화와 의료수가제도가 정착되면 의료행위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가격책정이 가능하다. 의료가격책정 투명성 확보는 펫보험 소비자의 의료비 지불 저항을 줄일 수 있다. 또 축적된 반려동물 의료정보는 펫보험 위험률 산출과 상품개발 담보인수(UW) 보험금 지급 등 펫보험 시장 활성화와 반려동물 연관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려동물 보험가입율이 40%를 넘는 스웨덴과 견주기는 영원히 불가능할지 몰라도 전체 가구의 1/4에 달하는 반려동물 양육시대를 맞아 펫보험 가입율 1% 수준은 지나치게 낮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