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손해 보전 기능·피인수회사 가치 조정 역할 동시에
매수인 측, 손해배상책임 존속기간 짧을수록 유리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당사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살펴보는 조항은 어떤 것일까? 바로 손해배상조항이다. 계약을 체결한 이후 상대방이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손해배상조항에 적혀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해당 조항을 민감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다.
계약이 체결된 이후 상대방이 계약 불이행 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의 '해제'란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을 소급적으로 해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계속적인 계약을 장래에 실효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해지'와 차이가 있다.
그런데 M&A 계약에서는 일반적으로 거래 종결 시점 이후에는 계약의 '해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계약과 차이가 있다. 거래 종결 시점에 대해 M&A 계약서에서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보통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주식 매매대금을 전액 지급하고 주식을 양도하는 시점을 거래 종결 시점으로 정한다.
하지만 M&A 계약에서는 "매수인 또는 매도인은 거래종결일 전에 상대방 당사자에 대한 서면통지에 의해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단, 각 해제사유의 발생에 책임 있는 당사자는 해제할 수 없으며 거래 종결 이후에는 어떠한 사유로도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조항을 포함시켜 거래 종결 시점, 즉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주식 매매대금을 전액 지급한 시점 이후에는 당사자 간에 계약을 해제하지 못하도록 정한다.
M&A 계약에서 거래 종결 이후에 계약 해제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M&A 거래의 법적 안정성을 위함이 크고, 나아가 주식의 매매 등을 통해서 회사의 인수합병이 이미 진행됐다면 그 이후부터는 인수합병을 소급해 실효시키는 것보다는 손해배상 등을 통해서 당사자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M&A 계약에서의 일반적인 손해배상조항은 어떻게 구성될까?
"일방 당사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계약을 위반한 경우 위반 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일반적인 계약서에 포함되는 손해배상조항이라고 한다면 M&A 계약에서의 손해배상조항은 이와 조금 다르게 구성되며, 기본적인 형태는 아래와 유사하다.
"본 계약상 배상당사자의 진술 및 보증의 위반으로 인한 배상 의무는 배상 금액이 누적적으로 금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발생하되, 배상당사자는 위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만을 배상한다. 다만 배상당사자가 실제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어떠한 경우에도 50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이와 같은 M&A 계약의 손해배상조항은 손해를 보전해 주는 기능을 하는 것과 동시에 M&A 거래 시에 평가된 피인수회사 가치에 대한 보정 기능을 한다.
우리가 어시장에 가서 생선 한 마리를 살 때에도 이 생선이 생물인지, 냉동인지를 물어보고, 한국산인지 일본산인지, 노르웨이산인지, 그리고 신선한지 아니면 오래 되었는지를 물어본 후 그 정보를 신뢰하고 생선을 구입한다. 이와 동일하게 M&A 과정에서도 피인수회사의 재무구조가 어떠한지, 분쟁의 소지는 없는지, 규제 문제는 없는지, 체납된 세금은 없는지 등 전반적인 회사의 재무적, 회계적, 법률적, 경영적 상황에 대해서 상세하게 확인하고 피인수회사의 가치를 산정한다.
인수자(매수자)가 피인수회사의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피인수회사 및 매도자로부터 피인수회사의 자료와 정보를 받고 피인수회사 등의 상태에 대한 진술 및 보장을 받은 후에 이를 신뢰하고 피인수회사의 가치를 산정한다. 인수자는 이렇게 산정된 피인수회사의 가치에 근거해 매도자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거래 종결을 한다.
그런데 거래 종결 후 피인수회사의 재무적, 회계적, 법률적, 경영적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 피인수회사의 가치를 사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M&A 손해배상조항은 피인수회사의 가치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
위에서 예시로 든 손해배상조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별 건으로 1000만원 이하는 이를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을 '최조허용기준(De Minimis·드 미니미스)'이라고 하며 손해배상청구 여하를 논의할 수 있는 최소금액 단위를 말한다.
드 미니미스보다 적은 금액의 개별 손해는 손해액으로 산정하지 않는다. 드 미니미스 이상의 손해를 더했을 때 누적적으로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데 이 10억원을 '바구니(Basket)'라고 한다.
즉 10억원이라는 바구니가 넘치지 않으면 배상하지 않고, 바구니가 다 차서 넘치는 경우에만 배상한다. 또한 배상당사자가 실제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어떠한 경우에도 50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를 '총 손해배상금액의 최대 한도(캡; Cap)'라고 한다.
한편, 배상당사자는 바스켓인 1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만을 배상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디덕터블(Deductible)'이라고 한다. 바스켓이 다 차서 넘치면 그 넘친 부분에 한해서만 배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덕터블은 바스켓이나 캡, 드 미니미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배상조항에 많이 포함되지 않는다.
위와 같이 손해배상액의 상한이나 하한, 최소금액 등과 같이 금액을 제한함으로써 책임을 제한하기도 하고, 그 외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책임의 존속기간이나 손해배상의 대상을 제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피인수회사에 대한 진술과 보장 중 조세나 환경에 대한 진술과 보장은 보통 5년에서 7년, 노무에 대한 진술과 보장은 보통 3년을 손해배상책임의 존속기간으로 정한다. 그 외의 진술과 보장은 18개월처럼 단기간으로 정하는 경우도 있고 특별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계속해 존속한다고 정하는 경우도 있다.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진술과 보장의 존속기간이 길수록 더 두텁게 보호를 받을 것이며 매도인 입장에서는 짧을수록 빨리 손해배상책임에서 면책될 수 있다.
M&A 계약에서 손해배상조항은 당사자들, 특히 매도자의 책임을 정하고 매수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게 하는 매우 중요한 조항이다. 손해배상조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M&A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당사자 간 합리적인 조건으로 M&A 거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Perspect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종면칼럼] 이복현 금감원장과 ‘하늘 그물’ (0) | 2024.04.23 |
---|---|
[CFO 리포트] 삼성·현대·DB·KB손보 車보험 흑자, 3년은 너무 짧다 (0) | 2024.04.22 |
회계사에서 경영인, 국회입성까지... '이재현의 남자'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 [디깅노트] (0) | 2024.04.18 |
[박종면칼럼] 정도 걷는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0) | 2024.04.16 |
[CFO 리포트] 오케이금융 최윤의 꿈과 다모클레스의 칼 (0) | 2024.04.15 |